"실험에 열중하는 학생, 지금은 30대 중반~ 궁금합니다.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이 사진 속 주인공들을 찾고 있다. 바로 지난 1997년 4월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첫 번째 과학축전에 참가했던 '과학 꿈나무'들이다.
당시 제1회 대한민국과학축전은 110개 단체에서 150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1주일 동안 44만 명이 찾았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과학기술자를 꿈꾸는 10대 초중고생들이었고, 이제 20, 30대 청년으로 자랐다.
사진 속 과학 꿈나무 찾아 나선 스무 살 과학창의축전행사를 주관한 한국과학창의재단 관계자는 4일 "과학축전 20년을 맞아 첫 번째 행사에 참가했던 과학 꿈나무들이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 수소문하게 됐다"면서 "오래전 사진이라 알아보기 쉽진 않겠지만 행사장을 찾은 지인을 통해서라도 확인되면 전해주려고 선물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사이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지난 20년 동안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일산 등 전국을 돌며 매년 꾸준히 이어지며 국내 최대 과학 축제로 자리 잡았다.
정부출연연구소, 중고교 과학반, 생활과학교실에다 창조경제 산실인 무한상상실까지 참가하면서 행사 규모도 1만8000제곱미터에 이르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 A, B홀 전시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커졌다. 4일 코엑스에서 개막해 오는 7일까지 나흘간 이어지는 20회 과학창의축전에는 190여 개 기관과 단체에서 390개에 이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마침 여름방학인 데다 지난 2004년 8회 축전 이후 12년 만에 모처럼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행사여서 많은 가족 관람객이 찾을 전망이다. 지난해 7월 말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19회 축전에는 6일 동안 34만 명이 찾았다.
첫 과학축전은 과학주무부처인 과학기술처 30주년이자, 30번째 과학의 날인 지난 1997년 4월에 열렸다. 당시 첫 행사를 주최한 권숙일 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이날 "첫 행사는 한강 둔치에서 열려 산만하긴 했지만 젊은이들이 과학을 사랑하고 과학에 희망을 갖게 만든 축제를 시작한 장본인으로서 감개무량하다"면서 "아직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과학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젊은이들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과학축전은 애초 청소년들이 과학기술을 직접 체험하는 행사로 출발했지만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의미 부여도 조금씩 달라졌다. 행사 주제만 보더라도 김영삼 정부가 '과학을 느끼자, 미래를 보자'(1997년), 김대중 정부가 '즐거운 과학, 체험의 세계로'(1999년) 등 과학 체험 자체를 강조했다면, 노무현 정부는 '밝은 미래를 위한 융합'(2003년), '사이언스 180도'(2005년) 등 발상의 전환을 더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인재 대국, 과학기술강국 건설'(2008년)처럼 과학기술을 부국강병의 수단으로 내세웠고, '창조경제'를 앞세운 박근혜 정부 역시 '광복 70년, 과학기술이 이끄는 새로운 도약'(2015년), '과학기술이 펼치는 미래희망 100년'(2016년)이라며 과학기술이 '미래성장동력'임을 강조했다.
'임기말' 창조경제... "올 연말까지 성과내겠다?"
임기가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박근혜 정부는 더 조급해졌다.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은 이날 행사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창조경제 개념을 설명하거나 하드웨어를 구축할 시기는 지났고 이제는 잘 작동시켜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라면서 "올 연말에 국민이 창조경제의 성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공 사례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에서 보육하고 있는 100여 개 기업들이 연말까지 성과를 낼 수 있게 집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홍 차관은 "젊은이들이 취업 전쟁만 알고 창업 전쟁터가 있다는 건 잘 모른다"면서 "창업 전쟁에 뛰어들 수 있는 인식 전환을 위해서라도 창업보육센터에서 대박 나는 사례를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20년 전 여의도 둔치를 찾았던 사진 속 주인공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행히 당시 과학축전에서 큰 자극을 받아 과학자나 기술자의 길을 걷고 있거나 나름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취업 전선에 매달린 '평범한' 20, 30대가 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렇다고 20년에 걸친 과학축전의 성과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과학축전을 거쳐 간 청소년들 가운데 미래의 과학자나 기술자, 창업가가 나올 '확률'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이다.
성과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창조경제 정책'도 젊은이들의 창업 열기에 일정한 자극을 줄 수는 있지만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보육 기업들에게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요구하기에 4년은 너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