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니멀리즘을 책으로 배우다!시작은 책이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일본의 한 미니멀리스트(사사키 후미오)가 쓴 책을 읽고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아마 나 말고도 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같은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최근 일본에서 출판된 미니멀리스트의 책들이 한국에서도 출판되고 있는데 대부분 맥락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미니멀리즘은 음악, 미술, 패션,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인데 요즘 흔히 말하는 '미니멀리즘'은 '생활'과 가장 가까운 개념인 것 같다. 시작은 북유럽으로, 미국과 일본을 지나 최근 한국에도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미니멀리스트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한국도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은 각종 자연재해와 인재를 매년 보고, 겪으며, 실감하고 있지만 책을 읽다 보면 꼭 그 때문이 아니더라도 미니멀리스트가 돼야 할 수만 가지 이유에 설득되고 만다.
내가 책을 읽으며 공감 혹은 기대했던 부분은 물건을 버리고 나면 "진짜 나" 혹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것이었다. 머릿속이 복잡 할 때 최소한의 편의를 위한 가구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호텔 사이트를 뒤적이거나 깔끔한 인테리어의 조용한 카페 혹은 도서관을 찾게 되는 것과 같은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아, 그리고 이 책의 작가가 "쓰지 않는 물건을 정리하고 보관하는 데 드는 노력과 시간, 또 그만큼의 공간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이 부분에도 크게 공감했다. 실제로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 정리를 해야 하는 건 시간과 먼지, 지루함과의 싸움이었기 때문에 그 과정을 생략 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매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렸을 때 내 책상 서랍을 정리하며 고장난 샤프를 손에 들고 "이건 사촌동생 OO이가 특별히 나한테 준 선물이니까 버릴 수 없어"라면서 도로 집어넣었던 내가 떠올랐다. 미니멀리스트들은 추억과 감정은 물건이 아니라 내 마음과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버려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는 그걸 몰라서 버리지 못했는지, 알면서도 추억이 담긴 물건을 버리고 나면 추억이 사라진다는 생각을 했던 건지 버리지 못한 물건들을 꽤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아직 버리지 못한 물건이 수두룩하지만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상, 조만간 우리집은 '휑' 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공간에 여백이 가득해지면 내 마음에도 여백이 생기지 않을까.
2. 시작하는 미니멀리스트를 위한 콘텐츠
미니멀리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의외로 재미있는 것들이 꽤 많았다. 일본에서는 벌써 한참 전에 시작된 미니멀리즘 붐 때문인지 책뿐만 아니라 책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도 여러 편 만들어졌다. 책 읽기가 너무 싫고, 미니멀리즘에 대한 좀 더 재미있고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봐도 좋을 듯하다.
▲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 : 엄마, 할머니, 남편,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사는 미니멀리스트 이야기. '미니멀리스트' 하면 1인 가구를 떠올리게 되는데 가족들과 같이 사는 경우에 어떤 갈등이 있을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주인공이 귀엽고, 가족들 캐릭터도 재미있다. 총 6화.▲ <인생이 두근거리는 정리의 마법> : 사연을 가진 정리업체 대표인 주인공이 역시나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의뢰인들의 집을 찾아가 버리고,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미니멀리스트의 길에 들어서게 해주는 1부작 드라마. 버릴지 말지 고민되는 물건이 있을 때 결정하는 방법과 정리방법 등을 꽤 구체적으로 알려준다.3. 미니멀리스트의 적, 옷
미니멀리즘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버리고, 정리해야 할 것이 바로 옷이라고 한다. 나는 옷을 좋아하기도 하고, 입는 건 몇 개 안 되지만 꽤 여러 스타일의 옷을 가지고 있는 터라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드라마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의 주인공처럼 흰 셔츠와 검은색 바지 몇 개가 갖고 있는 옷의 전부라면 옷을 고르기도 훨씬 쉽고, 빨래도 쉬워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취를 시작하고 몇 번의 이사를 하며 입지 않는 옷은 거의 다 버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1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이 꽤 있다. 옷은 단번에 다 버리긴 어렵겠지만 점차 스타일을 바꿔가며 어느 정도 절충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다행이 내가 최근에 예쁘다고 생각한 것이 무채색의 단순한 옷들이기 때문에 재미있을 것도 같다.
4. 미니멀리즘, 취향이 아니라 '필요'하니까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며 곧 정년퇴임을 앞두신 부모님이 떠올랐다. 한 집에 10년 이상 오래 사셨기 때문에 짐의 양도 어마어마한데 은퇴 후에는 이사를 해야 하고, 생활환경도 달라질 테니까 꼭 필요한 물건들만으로 짐을 십분의 일로 줄였으면 하는 딸의 마음으로...
또 미니멀리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대학교 진학으로 자취를 하게 된 대학생,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한 사회초년생, 혹은 신혼부부다. 요즘 셀프 인테리어나 '이불 밖은 위험해'와 같은 코드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조립식 가구를 직접 조립해 쓴다거나 저렴한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집을 꾸미는 경우도 많아졌다. 나 역시 매일 셀프인테리어 사진을 찾아보곤 한다.
그런데 '미니멀리즘+셀프인테리어'가 되면 비용은 최소화 되고, 공간은 훨씬 여유롭게 사용 할 수 있으며 미적인 부분도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것 같다(미니멀리즘 관련 책을 보거나 검색을 해보면 정말 그렇다!). 몇 년 전부터 북유럽 인테리어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관련 사진을 보게 됐다. 그럴 때면 '이 사람들은 대체 옷이나 물건을 어디에 넣어놓는 거지? 분명 사진 찍는다고 어디에 다 옮겨놓고 찍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미니멀리즘을 알게 되고 그 궁금증이 풀렸다. '아,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적은 물건만으로도 살 수 있지'라는 생각이 이제야 들기 시작한 것이다.
나를 포함하여 많은 이들이 미니멀리스트가 된다면 우리 삶이 어쩌면 아주 조금은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적어도 집 혹은 내 방에서만큼은 마음 놓고 '푸~욱' 쉴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정통 미니멀리스트'는 아닐지라도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지향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 여정을 당분간 기록해보려고 한다. 실패가 될지 성공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내 인생에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