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청 정문 정원에 지난 6월 1일 옮겨 심은 사과나무는 과연 불볕더위를 이겨내 살 수 있을까? 푸른 잎과 열매로 무성해야 할 시기인데 앙상해진 나무를 바라보는 시민들도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현재 사과나무는 잎이 거의 떨어지고 열매도 솎아낸 상태다. 위에는 햇살을 가리기 위한 차광막이 설치되어 있고, 나무에는 영양제가 공급되고 있다. 주변의 푸른 나무들과는 대조적이다.
이 나무를 본 시민들도 안타까워하고 있다. 4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열린 농민단체의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왔던 농민들은 "나무가 왜 저렇노"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농민은 "사과나무가 이 불볕더위에 고생하고 있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은 "'채무 제로' 기념식수를 한 사과나무로 아는데,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볼 수 있도록 해놓아야 한다. 그런데 차광막을 씌워 놓아 볼 수 없게 해놓았다. 기분이 좀 그렇다"고 말했다.
6월 1일 홍준표 지사 '채무 제로 기념' 식수이 사과나무는 홍준표 지사가 '채무 제로' 기념으로 심었던 나무다. 경남도는 지난 6월 1일 '경남도 채무 제로'를 선포하면서 "홍준표 지사가 지난 3년 6개월 동안 경남도의 채무 1조 3488억 원을 다 갚은 것을 기념해 기념식수로 사과나무를 심었다"고 했다.
사과나무는 20년생 '홍로' 품종으로, 함양 수동면 사과영농조합에서 기증한 것이다. 당시 홍 지사는 사과나무를 심은 이유에 대해 "재정 건전화와 경남의 미래를 함께 준비해 가는 마음을 남기기 위해서다"고 했다.
홍 지사는 "미래세대에 빚이 아닌 희망을 물려주기 위해 사과나무를 심었다"며 "서애 류성룡 선생은 임진왜란 이후 징비록을 썼다. 사과나무가 징비록이 되어, 채무에 대한 경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후 사과나무는 비실비실했다. 나무는 여름인데도 잎이 누렇게 변하기도 했다. 옮겨 심은 뒤 기념행사를 하고 난 뒤에 차광막을 씌웠다가 거둬낸 뒤 몇 주 뒤에 다시 설치해야 했다.
지금 이 나무는 열매 10여 개도 전부 솎아 낸 상태다. 또 사과나무는 뿌리가 잘 활착하도록 배관 4개를 설치해 산소와 활착제 등 영양제를 수시로 공급하고 있다.
"이식 시기와 장소 부적격" 지적이 사과나무는 이식 시기와 장소가 부적격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경전문가 박정기(창원)씨는 "사과나무 이식 시기와 장소가 맞지 않는 것 같고, 한 마디로 '부적격 이식'이다"며 "사과나무는 잎이 나기 전에 이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함양과 창원은 낮 기온차가 별로 나지 않지만, 주변 상황을 보면 다르다. 창원은 분지형 도시이고, 나무가 심어진 주변의 3면은 도로로, 낮에 복사열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그나마 새벽 기온이 낮아지면 나무가 정신을 차릴 수 있다. 함양은 그런 여건이 되지만 나무가 옮겨 심어진 주변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지금 상황에서 잎이 지고 열매가 떨어지면 살 확률이 높지만 반대로 잎과 열매가 붙어 있으면 반대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이식 시기와 장소가 부적격했지만 지금이라도 관리를 잘해야 할 것"이라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채무 제로 기념으로 심은 나무라면 만인이 와서 볼 수 있도록 해놓아야 하는데 차광막이 씌워져 있으니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사과나무는 경남도청 회계과에서 관리하고 있다. 경남도청 담당자는 "나무를 심은 지 얼마 되지 않고 요즘 기온이 높다보니, 뿌리에서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양과 잎으로 발산하는 양을 맞추기 위해 차광막을 씌웠다"고 밝혔다.
그는 "나무가 살아남기 위해서 부분적으로 잎을 퇴색시키다 보니 누런 잎이 생겼다"며 "나무가 옮겨 심은 지 얼마 되지 않다보니 고생을 좀 하고 있지만 고사하는 것은 아니다. 수시로 수분을 체크하고, 부족한 영양제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