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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내비게이션(Navigation), 미터기, 카드체크기를 교체하는데 택시회사는 한 푼도 부담하지 않고, 창원시와 운전기사 그리고 카드회사가 부담한 셈이다. 창원시는 회사에서 낸 정산서류만 믿고 실사도 하지 않았다."

최근 '창원 브랜드 콜택시' 소속 A택시회사 노동자들이 "회사에 뜯긴 돈을 돌려 달라"며 호소하고 나섰다. A업체 기사들은 상급단체 없이 개별노조를 만들었고, 올해 5월에 바뀐 노조 집행부는 '기기 교체 비용'을 기사들이 부담해 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에 기사들은 창원시청과 창원시의회 등을 찾아다니며 대책을 호소했다. 그러나 창원시는 "정산 서류에 문제가 없다"는 말만 하고 있다.

"따져 보면 택시업체는 기기 교체비 한 푼도 안써"

창원시는 지난 2010년 옛 창원·마산·진해가 통합된 뒤, 2011~2012년 사이 택시에 다는 내비게이션과 미터기를 디지털 최신 기기로 교체하는 '창원 브랜드 콜(호출) 택시 사업'을 벌였다.

창원에 있는 10여 개 택시법인이 '콜택시'로 운영되고 있으며, A업체도 이때 참여했다. '브랜드 콜택시'는 기기 교체 비용을 창원시와 해당 업체가 각각 절반씩 부담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A업체는 두 차례에 걸쳐 총 86대의 택시에 대해 기기를 교체했다. 창원시는 1대당 44만 5000원씩으로 총 4200만 원을 지원했다. 그리고 A업체는 기기 교체 비용으로 같은 금액만큼 썼고, 관련 비용을 기사 개별로 지급했다는 정산서류를 제출했다.

그런데 업체는 '콜 운영비'로 기사들한테서 매달 117만 원씩 36개월 동안 할부(총 4200만원)로 받아왔다. 기사들이 뒤에 알아보니 이 할부금은 기기 교체비용이었던 것이다.

택시 운행과 관련한 비용은 운송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시행령)에 보면 "택시운송 사업자는 택시의 구입과 운행에 드는 비용 중 택시구입비, 유류비, 세차비, 그 밖의 운행에 드는 비용을 택시운수 종사자에게 부담시켜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해 놓았다.

택시운송 사업자가 이 규정을 어기면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그리고 A업체는 '콜택시 사업'을 벌이면서 카드체크기도 교체했다. 그런데 카드체크기 교체는 관련 카드업체에서 부담했던 것이다. 또 이 업체의 기사들은 매일 택시 세차를 하면서 2000원씩 내고 있다.

 창원시가 2011~2012년 사이 '브랜드 콜택시 사업'을 벌이면서 미터기 등 기기 교체 비용을 회사와 시가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 업체에서 관련 비용을 기사들이 부담해 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사진은 관련 서류 일부.
창원시가 2011~2012년 사이 '브랜드 콜택시 사업'을 벌이면서 미터기 등 기기 교체 비용을 회사와 시가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 업체에서 관련 비용을 기사들이 부담해 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사진은 관련 서류 일부. ⓒ 윤성효

창원시 "정산 서류 문제 없었다" 업체 "노사 합의 따른 것"

A업체 노조 간부는 "올해 상반기에 지도부가 바뀌어 내용을 살펴보았다"며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기기 교체 비용 등을 기사들이 할부로 갚아 나갔던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창원지역 다른 택시업체는 기기 교체 비용을 모두 회사에서 부담했지, 기사들한테 전가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그는 "창원시가 업체에서 낸 정산서류만 믿고 실사를 하지 않았던 것"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창원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업체에서 대금 지불 확인서 등을 제출했는데 서류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당시에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은 인정하나, 현재 보조금 반환 요구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그는 "기기 교체 비용과 관련한 문제는 당시 업체에서 노사 합의에 따라 이루어졌고, 노사간에 교섭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라 밝혔다.

A업체 측은 "당시 노사 합의서에 따라 이루어졌다. 그 합의에 따라 콜 운영권을 노조가 가져갔다"며 "지금이라도 콜 운영권을 회사로 넘긴다면 기기 설치비를 정산해 주겠다고 노조에 공문을 보냈는데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노사 합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고, 대의원대회를 열어 결정했으며, 분기별로 하는 정기감사도 한다. 그러면 그 때 문제를 제기해야지 왜 지금 와서 그러느냐"고 말했다.

또 그는 "회사에서 세차원을 고용해 두고 있다. 2000원씩 낸다는 말은 기사들이 세차하는 사람이 수고한다고 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노사 합의서 살펴보니... 노조 "인정할 수 없다"

창원시와 A업체는 '노사 합의서'를 근거로 들고 있다. 이 합의서는 전임 노조위원장·부위원장과 업체 대표이사·전무가 서명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합의서는 '콜비' 납입 등을 포함해, "운영경비, 유지보수비, 잔여 리스비, 브랜드 택시 리스비 등 일체의 경비는 노조에서 부담한다", "회사가 납입한 리스 보증금은 계약기간 종료 후 회사가 환급받는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 합의서에는 언제 합의를 했는지 알 수 있는 날짜가 없다. 다만 합의사항 시행일은 '2011년 6월 1일'로 되어 있다.

A업체 노조 간부는 "노조 집행부가 바뀌기 전에는 이런 합의서가 있는 줄 몰랐고, 최근에야 알았다"며 "합의서를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는 기기 교체비와 관련한 4200만 원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하면서, '콜 운영권'을 회사에 달라고 한다"며 "창원지역 다른 택시업체는 콜 운영권을 노조가 갖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한은정 창원시의원은 "결과적으로 회사에서 부담해야 할 택시 기기 교체비용을 기사들이 부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의원은 "창원시가 예산을 들여 브래드 콜택시 사업을 하면서 정산서류만 믿고 제대로 실사도 하지 않았다. 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도록 하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도 제도 보완 등에 대해서도 다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택시#브랜드 택시#창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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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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