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 600주년을 맞는 양양에서 태어났고 장성 후 살아가는 고향이더라도 막상 외지에서 만난 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가장 쉽게 양양군이라는 고장을 설명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자연히 강원도에서 강릉과 원주, 춘천 정도만 강원도의 대표 도시로 생각하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그만큼 강원도의 18개 시군의 특징과 상징성을 제대로 외부에 알리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강원도라고 하면 사람들은 무조건 눈이 많이 내리고 엄청 추운 고장으로 생각한다. 내륙에 속하는 영서 지역은 그렇다. 하지만 백두대간의 동쪽인 영동권역은 해양성 기후로 겨울에도 크게 춥지는 않다.
그렇다면 양양을 이야기할 때 어느 부분이 가장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까?
설악산을 말하면 사람들 대부분 설악동이 속초시에 있어 자연스럽게 "속초 아니냐"고 한다. 사람들이 대청봉에 서 있을 때 양양군 방향에 있음에도 그렇다.
오색령을 이야기하면 오색령이 어딘 줄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한계령으로 불리기 전 1960년대까지 불려왔던 고개의 이름이 오색령"이라고 부연 설명을 곁들여야 이해한다.
그렇지만 분명히 이 둘은 빠트릴 수 없는 양양의 대표적 상징이다.
그리고 다시 더 많은 상징적인 대상을 떠올려보라면 오색약수나 주전골, 남대천, 낙산사나 하조대가 손꼽힌다. 오색약수와 주전골은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과 연결되는 오색령과 점봉산을 모두 아우르는 중심적 마을이고 골짜기다.
지난 7월 31일 임동창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함안에서 서울을 경유해 양양으로 오는 도중 인사동에서 곧장 써 보내드린 '강릉 아리랑'. 그날로 선생님께서 작곡을 하셨다. 7월 3일 강릉에 있는 강원교육연수원 만남채에서 열린 임동창 선생님의 토크콘서트 당시 <강릉 아리랑>은 강릉시는 물론이고 강원도 전역에서 이곳에 와서 연수를 받던 많은 선생님들에게 전달됐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임동창 선생님께서 "강원도에 총 몇 개의 시와 군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18개의 시군이 있다고 답하자 "속초는 작년에 이미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강릉이 되었으니 16개 시군이 남았군요, 여기에 맞는 아리랑을 정 선생님이 시를 써 주시면 제가 곡을 쓰겠습니다"라고 했다. 덧붙여 "정 선생님께서 사시는 고장이 양양군이니 먼저 양양에 대한 시부터 써주세요"라고 말했다.
양양송이도 양양을 기억하기에 좋다. 하지만 특산물로서는 좋지만, 문화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활동을 이끌어내긴 역시 부족하다. 남대천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라면 예전처럼 오색의 주전골이나 갈천, 어성전을 지나 법수치와 면옥치까지 오르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양양을 대표할만한 상징성을 지녔다 하겠다.
물론 지금도 양양군에서 연어나 황어가 산골짜기까지 거슬러 오르는 걸 방해하는 '보'들을 부수거나 어도를 제대로 개선한다면 주전골 상류에서 힘차게 소와 담을 뛰어 오르는 연어를 만날 수 있다.
또한 물도 양양 남대천으로 흘러드는 골짜기들의 대표격인 오색천은 맑기 그지없다. 산 좋고 물 맑으니 어울려 살기 이보다 좋은 고장 또한 만나기 쉽지 않다.
<양양 아리랑>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산 좋고 물 맑은 양양 살자낙산 의상대 아침 해 솟으면청봉 눈부시게 희망을 품고오색령 휘감아 구름 젖으면남대천 거슬러 연어 뒤척이니어성전 풍진 가락 한 소절하조대 솔바람 속 스며드는데산 빛 좋고 물빛 맑은 자리타는 단풍 사랑 고운 양양 아닌가명작으로 남을 시는 아니다. 누구나 쉽게 기억하고 부를 수 있는 아리랑이 되려면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시에 깊이가 없다고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보다 분명 더 근사하게 표현할 수 있다.
양양을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상징적인 요소들을 <강릉 아리랑>을 쓴 틀 그대로 썼다.
이렇게 강원도의 18개 시군에 맞춰 만들어진 아리랑이 각각의 고장에서 불리면 그 고장만의 아리랑이 되겠지만, 각각의 노래를 부르더라도 한 곳에 모였을 땐 근사한 하모니를 이룰 수 있겠다. 물론 통일된 듯한 하모니를 이루더라도 각각의 아리랑은 그 노랫말이 지닌 음률과 고저강약 장단이 있다. 이는 임동창 선생님께서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시며 반드시 각각의 노랫말에 꼭 맞는 곡을 쓰신다.
8월 6일 밤에 임동창 선생님께 양양 아리랑 곡을 쓰실 글을 보내드렸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오전 곡이 완성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손으로 직접 쓰셨을 악보를 그대로 전달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미 몇 번 악보를 받아본 경험으로 2차 작업이 진행되고 난 뒤에야 악보를 직접 볼 수 있으리란 걸 알기에 기다렸다.
임동창 선생님은 물론이고 풍류학교와 TA, 소도타 등 함께 하는 단원 모두 각자 맡은 일이 있고 늘 바쁘다. 선생님께서 작곡은 마치셨어도 이를 연주자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은 다시 몇 시간, 혹은 며칠 더 시간이 필요하다.
8일 밤 9시쯤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을 확인하고 곧장 제목부터 살폈다. '양양아리랑이 완성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을 확인하고 컴퓨터를 켰다. 두 장의 악보는 각각 다른 자리에서 연주를 해도 되겠지만, 한 장소에서 두 가지 연주를 한 번에 들을 수 있도록 작곡돼 있었다. 그리고 곡을 쓰신 날짜를 확인하니 글을 보내드린 바로 그날로 곡을 다 쓰셨음을 알 수 있었다.
9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양양군에서는 그동안 '현산문화제'란 이름으로 개최돼오던 축제가 '양양(襄陽)' 정명 600주년을 맞아 '양양문화제'로 축제 이름이 바뀌어 열린다.
이는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의 "태종 16년인 1416년 음력 8월 10일 양주(襄州)를 양양(襄陽)으로 개칭하여 양양도호부(襄陽都護府)로 명칭을 변경한다"고 되어 있는 기록에 따른 것이다. 1416년 음력 8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1416년 9월 1일이고 이에 따라 매년 6월 단오 무렵 개최하던 축제를 올해만 한시적으로 9월 1일부터 3일까지 개최하기로 했다.
소망이 있다면, 이 축제에서 양양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유행가 가수들을 불러 보여줄 것이 아니라, 임동창 선생님과 풍류학교 단원을 초대하여 많은 이들에게 양양의 문화적 위상을 높였으면 좋겠다.
임동창 선생님께서 양양문화제 축하공연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가까운 속초와 강릉은 물론이고 수도권에서도 한달음에 달려올 이들이 많다.
끝으로 선생님의 열정과 깊고 멋드러진 풍류의 마당으로 이끌어주심에 진심으로 깊은 고마움의 인사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