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군 출신 독립유공자 김영관(92) 선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 출범했다고 이날을 건국절로 하자는 일부의 주장은 역사를 외면하는 처사"라고 일갈했다.
박 대통령이 12일 광복 71주년을 맞아 원로 애국지사들과 독립유공자 유가족들을 초청한 자리였다. 김 선생은 참석자들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박 대통령을 향한 비판임은 분명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70주년 경축사에서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다" "67년 전 오늘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날이기도 하다"라면서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에 힘을 실은 바 있다.
김 선생은 이날 "(건국절 주장은)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고,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탄생했음은 역사적으로 엄연한 사실"이라면서 "왜 우리 스스로가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독립 투쟁을 과소평가하고 국란 시 나라를 되찾고자 투쟁한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또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그랬다"라면서 "우리의 쓰라리고 아팠던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오늘과 내일을 대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감히 말씀드렸다"라고 덧붙였다.
김 선생은 이에 앞서 국치일 제정과 국군의 날 재지정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그는 "1910년 8월 29일 우리나라를 잃었는데 우리는 다짐의 행사 없이 이날을 무관심하게 지내고 있다"라면서 "그 많은 기념일이 있는 우리의 달력 어디에서도 이것을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다음에는 10월 1일 국군의 날 말씀을 잠깐 드리겠다, 저희는 남북통일을 기원하면서 민족상잔의 6.25 전쟁(한국전쟁)에서 기념일을 택한 모순과 불합리를 아직도 시정하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그 대안으로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뜻이 있는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을 국군의 날로 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건국절 비판'에 답 않은 박 대통령... 사드 배치 필요성만 강조
박 대통령의 '답변'은 없었다. 다만, "대한민국의 오늘은 조국 독립을 위해서 목숨을 바쳐서 싸우신 수많은 선열들의 희생 위에 이뤄졌다, 선열들의 고귀한 애국애민 정신이 민족의 의지를 결집시켜서 일제로부터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고 우리 역사가 오늘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을 뿐이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논란과 관련, 정부에 대한 지지였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맞서려면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하나가 돼야 하는데 우리 현실을 돌아보면 걱정이 큰 것도 사실"이라면서 "나라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체계인 사드 배치에 대해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일부에서는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기도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하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선열들을 생각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타협하거나 양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 국민 모두가 나라를 지키는 길에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독립유공자 여러분께서 앞장서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