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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옥헌원림에 활짝 핀 배롱나무 꽃. 진분홍 빛깔로 100일 동안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 여름꽃이다.
명옥헌원림에 활짝 핀 배롱나무 꽃. 진분홍 빛깔로 100일 동안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 여름꽃이다. ⓒ 이돈삼

남도에 배롱나무 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한여름에 진분홍 빛깔로 피어 100일 동안 유혹하는 꽃이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10년 못 가고, 열흘 붉은 꽃이 없다지만, 배롱나무가 피워낸 꽃은 다르다. 피고 지고를 되풀이하며 100일 동안 절정을 이룬다.

남도에 흐드러진 배롱나무 꽃이지만, 유별나게 더 아름다운 곳이 있다. 담양에 있는 명옥헌원림이다. 이곳의 배롱나무는 도로변에 줄지어 선 것보다 꽃이 더디 핀다. 대신 늦게까지 고고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연못과 어우러진 명옥헌원림 풍경. 진분홍 빛깔의 배롱나무 꽃이 피어나 연못에 반영되고 있다.
연못과 어우러진 명옥헌원림 풍경. 진분홍 빛깔의 배롱나무 꽃이 피어나 연못에 반영되고 있다. ⓒ 이돈삼

 연못의 물 위에 떨어진 진분홍 빛깔의 배롱나무 꽃. 지난 8월 8일 명옥헌원림 풍경이다.
연못의 물 위에 떨어진 진분홍 빛깔의 배롱나무 꽃. 지난 8월 8일 명옥헌원림 풍경이다. ⓒ 이돈삼

 명옥헌원림을 찾은 여행객이 진분홍 빛깔의 배롱나무 꽃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8월 8일 풍경이다.
명옥헌원림을 찾은 여행객이 진분홍 빛깔의 배롱나무 꽃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8월 8일 풍경이다. ⓒ 이돈삼

꽃너울이 연못에 비쳐 물에 비치는 모습도 황홀하다. 연못에 꽃잎 떨어진 풍경도 매혹적이다. 하여, 이곳의 배롱나무 꽃은 봄날의 동백꽃처럼 두 번 봐야 한다. 활짝 피어 꽃너울을 이룰 때, 꽃잎이 떨어져 연못에 가득할 때 한 번씩 봐야 한다.

배롱나무 꽃송이가 파란 하늘, 하얀 구름과 조화를 이룬 모습도 멋스럽다. 그 물속에 진분홍 빛 배롱나무 꽃이 떠다닌다. 누정 옆으로 흐르는 조그마한 계곡에서도 떨어진 꽃잎이 물살에 살랑거린다.

그 풍경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발길 머물게 한다. 원림을 하늘거리는 사람들도 한 폭의 그림 속 등장인물이 된다. 색다른 운치를 선사해 주는 명옥헌원림이다. 지난 8월 8일 이곳을 찾았다. 아직 절정의 꽃세상을 연출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넋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명옥헌원림의 명옥헌. 자연을 고스란히 활용해 원림을 꾸몄다.
명옥헌원림의 명옥헌. 자연을 고스란히 활용해 원림을 꾸몄다. ⓒ 이돈삼

 명옥헌에서 본 배롱나무 꽃. 마루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여행객들까지도 그림이 된다.
명옥헌에서 본 배롱나무 꽃. 마루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여행객들까지도 그림이 된다. ⓒ 이돈삼

명옥헌원림은 소쇄원과 함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민간정원으로 꼽힌다. 오희도의 넷째 아들 오이정(1619~1655)이 글을 읽고 책을 쓴 별장이다. 오희도는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인조를 왕으로 옹립한, 인조반정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다.

우암 송시열이 '명옥헌(鳴玉軒)'이라 이름 짓고 계곡 바위에 새겼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구슬이 부딪히는 소리처럼 아름답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흐르는 계곡을 따라 연못을 파고 정자를 세웠다. 네모난 연못 가운데에는 둥그런 섬을 만들었다. 이 연못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을 얹은 누정을 지었다. 주변에는 적송과 배롱나무를 심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고목이 된 배롱나무에 진분홍 빛깔의 꽃 한 송이가 떨어져 있다. 해마다 이맘때 진분홍 꽃으로 꽃세상을 연출하는 명옥헌원림 풍경이다.
고목이 된 배롱나무에 진분홍 빛깔의 꽃 한 송이가 떨어져 있다. 해마다 이맘때 진분홍 꽃으로 꽃세상을 연출하는 명옥헌원림 풍경이다. ⓒ 이돈삼

 명옥헌원림의 작은 연못에 진분홍 빛깔의 배롱나무 꽃이 수북하게 떨어져 있다. 한 여행객이 물에 떨어진 꽃잎을 바라보고 있다.
명옥헌원림의 작은 연못에 진분홍 빛깔의 배롱나무 꽃이 수북하게 떨어져 있다. 한 여행객이 물에 떨어진 꽃잎을 바라보고 있다. ⓒ 이돈삼

부러 조성한 별장이 아니다. 자연경관을 그대로 빌려왔다. 숲과 지형지물을 고스란히 활용해 정원을 만들고 정자를 적절히 배치한, 자연에 순응하는 정원이다. 옛 사람의 멋과 풍류가 흐르는 공간이다.

명옥헌원림은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후산마을에 있다. 호남고속국도 창평나들목에서 우회전, 광주 쪽으로 1.5㎞ 정도 가서 왼편에 자리하고 있다. 2011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았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58호로 지정돼 있다.

 배롱나무 꽃이 피기 시작한 명옥헌원림 풍경. 지난 8월 8일 풍경이다.
배롱나무 꽃이 피기 시작한 명옥헌원림 풍경. 지난 8월 8일 풍경이다. ⓒ 이돈삼



#배롱나무꽃#명옥헌#명옥헌원림#담양#백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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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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