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양성제도로서 '사법시험'과 '로스쿨' 병행을 두고 논란인 가운데, 고시생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찾아 '사법시험 존치'를 호소하고 나섰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대표 이종배)은 국회 법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대전서을)에 이어, 정의당 노회찬 의원(창원성산)의 면담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시생모임은 12일부터 창원 소재 노 의원 사무실 앞에서 펼침막과 팻말을 걸어놓고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또 이들은 '사법시험 존치'를 바라며 거리에서 서명도 받고 있다.
이종배 대표는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호소하고 있다"며 "정의당은 사법시험 폐지가 당론이지만, 노 의원이 원내대표로서 당론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만나서 우리의 절박한 입장을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로스쿨은 1년 등록금이 2000여만 원이고, 3년 동안 6000~7000만 원이 들어간다. 서민 자녀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법조인의 꿈을 꿀 수가 없다. 그래서 금수저 집안 자녀만 갈 수 있는 제도다"라고 주장했다.
고시생모임은 지난해 7월 결성되었고, 현재 14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고시생모임은 최근에 낸 자료를 통해 "사법시험은 빈부나 학벌에 관계 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어 기회균등의 정신에 합치되며,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고, 사회정의 실현 차원에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제도로 존속해 왔다"며 "계층 간 이동이 자유로운 사회, 서민들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건강한 사회의 주춧돌 역할을 해온 것이 사법시험"이라 밝혔다.
이들은 "사법시험은 돈 없고 빽 없는 서민들도 법조인의 꿈을 꾸며 도전할 수 있었고, 누구나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의 상징, 공정사회의 상징과도 같았다"라며 "로스쿨 일원화 찬성자들은 '로스쿨 정착을 위해 사법시험이 사라져야 한다'라고 주장하지만 황당한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로스쿨은 입학전형의 불투명에서 오는 불공정 의혹과 수천 만 원의 학비, 실력 미달의 법조인 배출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사법시험만 폐지된다면 로스쿨은 정착될 것이란 무책임한 주장이 개탄스럽다. 사법시험이 없어져 로스쿨 일원화가 된다면 법치주의의 근간이 무너지고,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고 로스쿨을 폐지하라는 건 아니다. 사법시험이 존치돼 로스쿨과 선의의 경쟁과 상호보완을 통해 양 제도가 국민을 위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진정한 법조인 양성제도로 정착되도록 하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 밝혔다.
노회찬 의원실 조태일 지역비서관은 "현재 당론은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 인가제를 등록제로 바꾸며, 예비변호사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라며 "고시생모임의 요구사항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회찬 의원은 옛 민주노동당 때인 2004년 사법연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해 "당시 5년간(1999~2004)가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32.8%를 차지했고, 서울에서도 강남 8학군 고교 출신이 32%나 되는 등 지역별 편차가 컸다. 사시 합격자까지 부와 특권계급이 세습하고 있다"며 제도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법시험은 2007년 로스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2009년 변호사시험법이 제정되면서 2017년 폐지하기로 되어 있다.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사법시험은 올해 1차 마지막 시험이 치러졌고, 내년 6월 2차 시험을 끝으로 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