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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잘난 노인네와 한없이 겸손한 임산부.

퇴근길, 지하철 안에 70쯤 되었을까 노인네 한 분이 얼른 봐도 임산부 같은 젊은 아줌마를 앞에 세워놓고 닦달을 하고 있었다. 아줌마는 뭘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연신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건만 노인네는 안하무인이다.

처음부터 지켜봤지만, 경로석에 앉아있는 임산부를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로 일으켜 세우고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훈계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어른대접을 해준다 해도 임산부의 부모님까지 지목하며 욕하는 모습이 목불인견이다. 결국 참고 참다가 나서고 말았는데.

"여보셔요, 한번 얘기했으면 됐지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언제까지 시끄럽게 굴 겁니까? 자리 양보해 달래서 양보해줬으면 고맙다고 인사는 못 할망정 왜 멀쩡한 아줌마를 죄인으로 만들어요? 그리고 좌석 위에 써있네. 임산부 노약자 좌석이라고. 임산부가 자리를 양보해도 오히려 사양을 해야지..."


"이건 또 뭐하는 물건이야?"
"물건?"


어이가 없어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는데 이 노인네가 임산부와 나를 싸잡아 욕을 한다. 목소리 톤이 점점 높아만 간다. 해서 점잖게, 아주 점잖게 타일렀다.

"이봐요 당신, 도대체 당신이 나보다 잘난 게 뭐요? 그 잘난 나이 좀 더 먹었다는 거? 당신이야말로 가정교육은커녕 예의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요. 나이 먹은 유세를 꼭 지하철 안에서 자리 양보나 받는데 써먹어야겠어요?

나 같으면 젊은 친구들 힘들게 일하고 지친 모습으로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서 졸다가도 벌떡 일어나 양보를 해줄 것 같은데. 오늘 운 좋은 줄 알아요. 옆에 이 분이 워낙이 착하니까 이렇게 넘어가지 당신 입으로 말한 나 같은 물건한테 걸렸으면 당신은 벌써 지하철 바닥에 자빠져서 사자밥(死者) 먹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요. 알았어요? 쩟쩟. 나잇값을 못 하고…."

"뭐야 이놈아! 너는 애비 어미도 없냐? 이놈아."
"쯧쯧쯧, 당신은 무덤 속에 계신 부모님까지도 욕을 먹이는 사람이요."


2016년 8월 16일 오전 7시 50분 7호선 뚝섬역을 지나는 지하철에 타셨던 분들도 그러시면 안 됩니다. 사실 내 옆에는 임산부가 또 한 분 계셨지요. 그런데 그 난리통에도 임산부 앞에 세워놓고 자는 척을 해요?

노약자나 임산부에게 자리 양보하라는 멘트가 민망하지도 않습니까? 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목적지에 와서 그만두렵니다. 모쪼록 편안한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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