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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전주시청 앞에서 전주시내버스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최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북지역버스지부. 노동자들의 기자회견에는 언제나 기자보다 정보과형사와 관련 기관 관계자들이 더 많이 몰린다. 기자들보다 경찰이 먼저 나서서 기자회견문을 달라고 주최 측에 요구하는 등 더 적극적인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체불임금 호소하는 전주시내버스 노동자들
 체불임금 호소하는 전주시내버스 노동자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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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도 그랬다. 전주시청 교통 관련 공무원들과 정보과 형사가 모여 있었다. 또한 혹여나 있을 만일의 사태(점거 등) 등 취재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일들을 대비해 시청 안에는 청사 관리자들이 모여 있었다.

"'전주 시민의 혈세로 월급을 주는데 기사 분들이 너무 불친절한 것 아니냐'는 내용으로 기사 한 번 써봐!"

위에 언급한 말은 그 기자회견에 앞서 한 공무원이 내게 '농반진반'으로 던진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기자회견은 버스노동자들이 상습적인 임금체불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혈세로 월급이나 제대로 주고 그런 말을 하시지'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대신 "지난 주 감사원에서 또 보조금을 퍼줬다고 지적을 했던데... 몇 년전부터 (시민사회가) 문제를 제기해도 '잘못 없다'고 해놓고 결국 그들 말이 맞았잖아요"라는 말을 전했다.

45억 체불 상황인데 "시민의 혈세로 월급 받는 기사들 친절했으면"

전주시도 그렇고 사업주도 그렇고 언제나 화두는 보조금이다. 한때 보조금을 주지 않으면 운행을 멈추겠다고 협박까지 한 회사들도 있다. 전주시도 '회사가 적자니까 보조금은 줘야한다'는 논리를 펴지만 실제 이 보조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제대로 살펴보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막대한 보조금은 어떻게 쓰이는 것일까? 중요한 것은 버스노동자들의 임금으로 모두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두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은 "버스 현장의 임금 체불은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매달 정해진 월급날이 있지만,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는 얘기다. 상여금과 연차 수당 등은 언제 지급될지 알 수도 없다. '전주 시민들의 혈세'를 언급한 공무원의 말이 부끄럽게 들리는 대목이다.

정태영 전북버스지부 사무국장은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되고 그때마다 경영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서 "노동자들이 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부에 고소하는 것이 주 업무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 전주시내버스의 경영 악화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억의 채무가 있는 자본잠식 수준이다. 이미 어느 여객 회사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다른 회사에 매각됐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사정이 좋을까?

참소리가 확보한 체불현황을 보면 전주시내버스 A사는 2016년 상여금과 휴가비, 급여, 2013년 직장폐쇄 당시 임금, 통상임금 포함 약 45억에 달한다. 200여 명의 버스 노동자들이 이 체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몇 개월씩 늦게 지급을 하고 임원들은 매달 500만~600만 원의 임금을 체불 없이 받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참아야만 하는가"라고 현재 상황을 토로했다.

이날 노동자들이 가장 강조한 것은 사업주들이 적자와 보조금 등 어려움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개인 재산을 출연하라는 것이다. 회사는 점점 어려워지는데 사업주들은 승승장구하는 현재의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

두 버스업체는 전주시로부터 기종점을 임대하고 매달 약 400만~600만 원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 한 업체는 LNG가스 충전소 수입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들 수입은 대부분 회사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에게 돌아간다. 노조는 "버스와 관련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은 개인이 소유하고, 회사는 오로지 운송수익금과 보조금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사업주들이 개인 재산을 출연하여 체불을 해결하고 대출과 이자 부분을 처리하여야만 경영이 정상화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망해가고, 사업주는 승승장구?

또한, 노조는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자리에는 경영 전문가가 들어와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전주시내버스 A사와 B사의 관리이사와 상무는 과거 경찰 정보과 출신이다. 노조는 이들이 전근대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잘못된 인사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태영 국장은 "사업주들의 개인 재산 출연과 경영에 지식을 갖춘 인사를 고용하는 문제는 노동자들의 임금 체불 해결 뿐 아니라 경영 적자가 줄어들어 시민의 세금인 보조금을 줄이고 안전한 시내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돌아서는 길에 전주시청 공무원의 말이 떠올랐다. 최근 노선개편 등 대중교통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찬하는 전주시가 이들의 체불임금과 버스 운수 노동자의 사정은 왜 몰라주는 것일까? 여전히 의문이다. 그리고 '전주시민의 혈세'라는 말을 언급한 것처럼 그 혈세가 제대로 쓰이는지 전주시내버스 경영 상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할 책임은 분명 전주시에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주시내버스#체불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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