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7일 오후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강당에 낯선 외국인 17명이 앉았다.
수수하고 소박한 차림을 한 이들은 일본 야마가타대학교의 학생과 교직원들이다. 이 대학의 해외견학 프로그램 일환으로 남양주시를 방문한 이들은 4박5일 동안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에서 먹고 자고 배운다.
15년 전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야마가타대학교 고등교육연구소의 준코 고야 강사의 추천이 이번 방문의 계기가 됐다.
이정호 신부는 어색한 일본어 발음으로 인사를 전했다. 이후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남양주 마석에는 원래 한센병 환자들이 살았다. 온갖 차별과 서러움을 겪으며 삶의 기반을 닦은 이들은 20여 년이 지나 산업화 과정을 통해 농장이 공단이 되자 주변인으로 물러났다.
현재는 한센인 건물주와 영세한 가구공장주 그리고 그 곳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 축을 이루며 살고 있다.
이곳에서 27년을 버틴 이정호 신부는 미련이 없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에 와서 아직까지 이곳에 있는데 누가 가라고 하면 미련 없이 떠날 겁니다. 27년 동안 일했는데 그전과 달라진게 없어요"이정호 신부는 최근 발생한 태국 출신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사망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사람이 죽었는데 왜 죽었는지 모르는 상황이 싫다고 했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 얼굴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받으며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센터가 있습니다. 월급을 못 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차별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이정호 신부는 오래전 일본을 방문한 일을 떠올렸다.
"10년 전에 일본에 갔을 때 민간단체에서 한국인 불법체류자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 일본에 한국인 불법체류자가 적지 않은데 단속에 걸려 추방 대상이더라도 어디 불편한 데가 없냐고 물어보고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한국과 다른 점이다. 한국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등록 이주민이 단속된 경우 사적인 치료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런 활동은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이정호 신부의 지적이다.
"어떤 일본인이 말하더군요. '외국인 근로자들이 있어서 그나마 내가 작은 아파트와 차를 갖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일본에 있는 외국인들이 잘 살면 일본인들은 더 잘 살게 된다'"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내 일자리를 빼앗고 내 돈을 뺏어간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잘 살면 한국은 망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이주다문화사회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일본 학생들은 21일까지 전태일, 박종철, 문익환 등이 잠든 마석의 모란공원묘지와 마석의 5일장 등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센터의 이주노동자 쉼터를 숙소로 삼았는데 몇몇 숙소에는 에어컨이 고장 나 있었다. 일본의 국민성 때문인지 한국의 엄청난 폭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불편을 호소하지 않았다.
[미니인터뷰] 야마가타대학교 학생 2명 |
"한국에서 다문화공생을 찾다"
- 어떻게 한국 남양주에 오게 됐나? 유키코(심리학과 2학년): "학교 해외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의 다문화 공생에 대해 배우러 왔다. 학교에서 해마다 해외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미국 뉴욕을 다녀왔다. 비용은 식비만 본인 부담이고 나머지는 대학에서 지원한다."
- 이번 방문을 통해 배우고자 하는 것은? 유키코: "젊은 사람들일수록 다문화 공생에 대해 많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동안 아무 불평 없이 살아왔다. 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보기는 했지만 일반적으로 외국인과 교류가 거의 없다. 외국인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배우고 싶다."
유키나(아동교육과 3학년): 다양한 나라의 문화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있는데 실질적으로 와 닿지 않았다. 도대체 다문화 공생이 뭘까 많은 생각을 했다.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배우고 싶다.
- 이정호 신부의 강연을 듣고 느낀 것은? 유키코: "신부님은 개인적인 활동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주다문화 사회 전체를 넓은 시각에서 본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7년간 한 곳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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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