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칭 '교통 오타쿠', 자칭 '교통 준전문가'가 연재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그런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기자 말2013년 11월 4일, 경춘선에서 하루 두 번 수도권 전철 1호선 광운대역으로 가는 열차가 들어왔다. 그간 '갯벌열차' '젓갈열차' 등을 이유로 1호선 선로와 경의중앙선, 수인선, 안산선 등 여러 선로를 넘나드는 특별열차가 운행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특별열차가 아닌 정기열차가 하루에 일정량씩 다른 선로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흔치 않기에, 철도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번에도 경춘선이다. 그간 비싼 ITX 열차를 타야만 용산이나 청량리 등 서울 도심과 가까운 지역으로 갈 수 있었던 남양주, 춘천주민들의 민원으로 오는 9월 26일부터 하루 열 번씩 춘천-청량리간, 또는 평내호평-청량리간 열차를 운행한단다. 비록 시간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있긴 하지만, 잘만 맞추면 저렴한 가격(지하철 요금 수준)에 청량리에서 경춘선 선로를 따라 목적지로 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런 운행형태를 '직결운행'이라고 한다. 다른 철도회사나 같은 철도회사가 운영하는 다른 노선 사이에 같은 열차를 운행하여 한 노선처럼 다니는 것을 말한다.
직결운행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1974년 서울지하철 1호선이 개통하면서 서울역과 청량리역에서 각각 출발하던 경원선, 경부선, 경인선도 정비를 완료하였고, 1호선이 개통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천, 수원, 창동 등으로 가던 비둘기호 열차가 서울 지하철 1호선의 운행계통에 흡수되었다. 지금은 의정부에서 인천, 청량리에서 수원을 편리하게 오간다.
우리에게 익숙한 직결운행의 방식은 A노선과 B노선이 합쳐 C노선이라는 큰 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경의선과 중앙선이 합쳐져 경의중앙선이 된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하지만 이번 직결운행은 노선을 벗어난 직결운행이다. A노선에서 출발해 B노선까지 운행하는 운행계통이 생겨나면서도 A노선과 B노선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열차의 행선지만 바뀌는 방식이다. 사실상 '탈노선'인 셈이다.
광운대행에 이어 청량리행까지, 노선을 벗어나는 직결운행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왜 이런 직결운행이 자꾸 늘어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런 직결운행에 운영사가 참고해야만 할 '스킬'은 무엇일까.
적은 돈으로 노선을 연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 직결운행
보통 철도의 직결운행에는 적은 비용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종로에서 구로로 가기 위해 새로운 노선을 뚫는 대신 이미 있는 경부선과 지하철, 두 개를 연결하는 것이 더욱 저렴하다. 선로를 연결하고, 신호체계와 전압을 다시 설정하고, 승무원들을 교육하는 등의 자잘한 비용이 새로 토목공사를 하고 새로운 철도를 뚫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미 서로 다른 노선인 경의선과 중앙선이 직결해 경의중앙선이라는 새로운 노선이 생겼다. 경의중앙선은 수도권의 교외-도심을 잇는 중심축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8년 이후에는 서로 다른 노선인 수인선과 분당선이 직결하고, 4호선의 오이도-한대앞 구간을 스쳐 지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노선을 직결운행하는 사례가 많고, 이미 서울 시내에 있는 꽤 많은 지하철 노선이 직결운행을 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쉽사리 눈치채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직결한 노선끼리 동화되어 하나의 커다란 노선망을 형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물리적으로 두 노선을 합쳐 노선이 연장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례는 노선이라는 '정해진 룰'을 벗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정해진 노선이라는 자물쇠가 사라진다이번 직결운행이 큰 의의를 갖는 이유는 철도의 직결운행이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노선이 결합하여 하나로 합쳐지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선의 형태를 유지하되 일부의 열차가 '출장' 내지는 '외근'을 나가는 형식이다. 경춘선이라는 운행계통이 1호선이나 중앙선에 흡수되지 않고, 경춘선과 1호선을 잇는 새로운 운행계통이 하나 생긴 셈이다.
사실 이런 형태의 움직임은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모양새이다. 하지만 지하철이 진작에 발달한 뉴욕,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꽤 익숙한 풍경이다. 도쿄 도에서 운영하는 도시철도노선인 '아사쿠사선'의 열차가 생판 다른 노선인 '오시아게선', '나리타 공항선', '하네다 공항선'이라는 서로 다른 노선까지 달리기도 한다. 그래서 신바시역에서 나리타공항까지 원칙적으로 열차를 두 번 갈아타야 하지만, 직통열차를 이용하면 한 번에 갈 수 있다.
철도회사 '오다큐'의 특급열차인 '하코네메트로'는 도쿄 지하철 '치요다선'과 직결되어 '오테마치 역'에 정차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특급열차인 ITX-청춘이 1호선 선로를 타고 종로3가역에 정차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이해가 되지 않을까. 노선의 변경이 자유롭다는 버스의 장점과, 정시성을 가진 도시철도의 장점을 모두 합친 멋진 결과이다.
더욱이 뉴욕 시의 경우에는 지하철이 버스처럼 '노선 번호'를 달고 다닌다. 7호선이나 L호선과 같이 정해진 노선만을 달리는 예외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시카고 전철의 경우에는 도심지에 있는 '루프'에서 거의 모든 노선이 만난다. 서울 시내로 들어오는 경기도의 직행버스가 목적지는 달라도 종로, 광화문, 서울역, 명동을 차례대로 한 바퀴 순례하고 목적지로 돌아가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이다.
노선이 물리적으로 이어져만 있다면 이런 운행은 '식은 죽 먹기'이다. 앞서 설명했듯 가격도 저렴하고, 특정 방향으로의 환승객이 많은 역에서는 인파로 인한 안전사고도 줄일 수 있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시간만 맞춰 직결열차를 탑승하면 중간에 내릴 필요 없이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니, 모두가 웃는 윈윈(win-win) 전략이다.
충무로역을 통해 서울 지하철 3호선과 4호선이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양 노선의 환승객이 많다는 데에서 착안해 서로의 노선을 직결하는 계획이 있었지만 취소되었던 적이 있다. 서로의 불편이 가중되리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지금의 1호선이 '신창행', '동두천행', '용산급행' 등의 다양한 행선지를 갖고도 별 불편이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직결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사실 국내에서도 운영주체가 다른 두 노선이 '협업'을 시작했다. 공항철도와 서울 지하철 9호선이 김포공항역에서 물리적으로 선로가 이어져있다는 데에서 착안한 것이다. 인천공항역을 출발한 공항철도 열차가 김포공항역을 통해 신논현역까지 가고, 종합운동장역을 출발한 9호선 열차가 김포공항역을 통해 검암역까지 가는 그런 방식이다. 이미 지난 5월부터 본격적인 추진에 들어갔다고 하니, 기대되는 대목이다.
좋은 정책이지만 안내는 필수
서로의 노선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0분 환승'의 효과를 내고, 차량 부족 문제로 허덕이는 철도회사에는 증차의 효과까지 가져다주는 직결운행은 분명 추천해야 할 만한 좋은 일이지만, 왜 현장에서는 소극적으로 직결운행을 하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혼동'에 있다.
기존의 노선에 익숙한 시민들이 열차를 무심코 탔다가, 갑자기 내가 가려는 방향과 반대로 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급행이 없던 노선에서 급행을 운행하기 시작했을 때 승객들의 혼동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쉽다. 승객이 열차를 구별하지 못하고 탑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운영사가 정확하고 올바른 홍보를 충분히 시행해 이용객의 혼동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직결운행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기존 노선의 열차 이용이 방해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직결한다고 해서 원래의 노선망의 배차간격이 길어지거나, 열차 운행횟수가 줄어든다면 시민들의 반발은 클 것이고, 직결에서 배제되는 노선의 혼잡도가 높아져 하느니만 못한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표를 기존의 열차에 끼워 넣는 형태로 짜고, 승객들이 환승을 가장 많이 하는 시간대에 직결운행을 하게 된다면 승객들의 만족도는 높고, 앞서 말한 혼동이 적을 것이다. 특히 직결운행하는 열차의 경우에는 노선의 정시성을 더욱 높여 열차가 줄줄이 밀리는 지연현상을 애초에 막을 필요가 있다. 혹시 모를 사고나, 긴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다른 노선에 인력을 파견하는 것 역시 최대한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이번 경춘선의 사례는 단순히 노선을 연장하는 형태의 직결운행이다. 그렇지만 이번 일이 성공한다면, 한 역에서 환승할 필요 없이 단순히 열차만 기다려도, 아니면 시간만 맞추어도 가고 싶은 곳으로 열차가, 심지어는 ITX-새마을이나 누리로 열차가 들어오는 즐거운 상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종각역에서 대전으로 가는 누리로 열차를 타고, 신길역에서 양평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는 상상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지하철 선로에 고급 객차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 중국 선전 시에서는 여론이 꽤 뜨겁다. 다음 차례에는 여기에 대해 다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