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칭 '교통 오타쿠', 자칭 '교통 준전문가'가 연재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그런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기자 말
바로잡습니다 |
기사가 출고된 이후 대구 1호선 설화명곡-대곡 구간이 군 내에 지하철역이 설치된 첫 사례(대구 2호선 '다사-대실간 구간')가 아니라는 독자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설화명곡-대곡 구간의 경우 읍면지역에서 읍면지역으로 '연장'된 첫 사례입니다. 기사의 오류를 바로잡습니다. 독자분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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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9일 오후 2시 19분] 대구광역시의 교통 인프라가 속속 확충되고 있다. 지난 2012년 2호선이 경산시의 영남대까지 연장되는가 하면, 2015년에는 국내 최초의 도시철도형 모노레일인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이 개통되어 황금동, 용지동 일대의 교통 편의가 향상되었다.
대구의 상인, 중앙로, 동대구역, 그리고 안심까지 이어지며 대구의 중요 지점을 속속 잇는 대구 지하철 1호선은 1997년 진천-중앙로 구간이 개통한 이래로 많은 이용객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노선으로 자리 잡았다. 오는 9월 8일에는 설화명곡-화원-안심역 간 2.6km 구간이 연장된다.
국내에서 최초로 군 지역에서 군 지역으로 지하철이 연장된 첫 사례인 대구 1호선 연장구간이 개통하기 전, 9월 4일에 연선지역을 다녀왔다. 일요일이고 직원이 없어 직접 역사까지 내려가 보지는 못 했지만, 연선지역의 고조된 분위기를 알기에는 충분했다. 개통 이전 분위기, 그리고 이번 노선 개통의 기대점, 아쉽고 부족한 점, 더 나아갈 점을 정리했다.
달성군 화원읍에 처음 보는 '지하철이 생겼네'
1호선 종점으로 사용되고 있는 대곡역을 찾았다. 이미 대곡역을 비롯한 1호선의 모든 역이 설화명곡역 연장을 대비해 역명판 등을 수정해놓은 상태였다. 꽤 많은 승객들이 대곡역의 열차에서 내려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대곡역 버스정류장을 경유하는 대부분의 버스는 화원읍, 명곡리를 비롯해 현풍공단이나 논공 등, 달성군의 곳곳으로 가는 버스였다.
달성군 방향으로 가장 자주 다니는 버스인 600번을 타고 설화명곡역으로 먼저 향했다. 설화명곡역은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인근의 설화리와 명곡리의 이름을 합쳐 만든 설화명곡역은, 주변에 아파트 단지들이 있고 가까운 곳에 옥포면 소재지, 달성군청 소재지가 있어 대곡역에 몰려있던 시외로의 수요를 분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더욱이 장기적으로 설화명곡역 인근에 현재 포화상태에 다다른 서부정류장을 이전할 계획이 있다고 한다. 현재는 터미널 예정지에서 시내와의 거리가 너무 멀고 이전비용이 비싸 서부정류장을 이전하는 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전이 성사된다면 지역 경제에는 호재가 될 분위기이다.
화원역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탑승했다. 도로가 곳곳에 연장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화원읍사무소 앞에는 건물 옥상에서 길게 늘어뜨린 개통 축하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지역주민들의 기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화원읍 소재지인 천내리에 화원역이 위치하고 있는데, 주변에는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주거지가 형성되어 있다.
더욱이 화원역 남쪽에 있는 대구교도소가 2017년에 이전되어, 시민공원과 공공기관 등이 들어선다고 한다. 지하철 개통에 발맞춰 지역이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읍사무소 역시 지하철 개통에 맞추어 복합문화시설로 변화하고, 역세권에 위치한 아파트의 재건축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지하철역이 지역을 본격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 실감 났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길이 막히지 않고 시내로 들어갈 수 있고, 막차가 늦어져서 환영한다는 분위기이다. 대구 시내버스의 경우 막차가 23시면 모두 끊긴다. 하지만 대구지하철은 자정까지 다닌다. 지하철 연장이 화원읍의 '잠에 빠지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늦추는 셈이니,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군으로 가는 지하철', 지역균형개발의 효시 될까
대구 1호선 연장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지하철이 '군의 읍면지역'으로 향하는 사례라는 것이다. 달성군 화원읍 일대의 '리' 지역 두 곳에 설치되는데,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에 역의 절반이 위치한 대곡역에서 명곡리의 설화명곡역으로 연장되는 것이라 전국 최초로 '군 지역에서 군 지역으로 지하철인 연장되는 사례'에도 속한다. 또 차량기지 등 NIMBY 시설의 건설의 보상차원에서 건설이 결정된 것이 아닌 단순히 수요의 증가로 연장된 것도 주목할만 하다.
다만 이번 연장이 인근에 위치한 달서구 진천동과 연담되어 도시화가 진행된 2.6km 구간에 지하철이 설치된 것이고, 달성군 역시 대구광역시에 속한 군이기에 애매한 위치이기는 하지만, 군 지역의 지역개발균형의 측면에서 볼 때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간 대도시에 맞닿은 면에 위치한 군, 그리고 도농복합 지역은 산업단지 조성, 주거단지 조성 등 개발은 진행되었으나, 군이나 읍면지역이라는 '색안경' 때문에 대량 교통시설, 상업시설 유치 등의 지역 편의면에서 소외되곤 했다. 한강신도시가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이전의 김포시가 그랬고,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하기 이전의 연기군이 그랬다.
더불어 대경권 광역전철 역세권에 대한 개발 수요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경산시의 하양읍까지 대구 1호선의 동편 연장이 공사 중에 있고, 구미에서 칠곡군, 대구광역시 시내를 거쳐 경산으로 가는 경부선 철도의 광역전철화, 즉 대경권 광역전철의 실시설계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이다. 서울과 부산 양 극단에서만 이루어지던 광역권 교통수단의 개발이 대구에서도 시작된 것이다.
이번 대구 1호선 연장이 겨우 2.6km 구간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큰 반향을 가져다주는 이유도 정리해 보았다. 하지만 2.6km 구간만이 연장된 데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아쉽지만... 뒤집을 한방이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설화명곡역에서 2.5km 거리에 옥포면 소재지가 있고, 4km 정도 떨어진 곳과 6km 정도 떨어진 지점에 각각 옥포보금자리지구와 달성군청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장이 설화명곡까지만 이루어져, 현재 활발히 조성 중인 옥포와 논공의 산업단지, 주거단지의 교통수요에 공백이 생겼다.
논공읍소재지를 지나면 대구 1차 산업단지가 위치하고 있다. 현풍면은 자체적인 시가지가 발달했고, 유가면 일대에는 대구테크노폴리스가 조성되고 있다. 아래 구지면에는 대구 2차 산업단지가, 구지면과 맞닿은 창녕군에는 창녕대합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다만 문제는 이 구간의 공백이 꽤 커 지하철이 설치되기에 모호한 지역이라는 점이다.
2013년 당시 김범일 대구시장이 대구 1호선을 설화명곡역 이후 논공, 현풍, 구지면을 거쳐 대합산단까지 연장시키려는 계획을 제출했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했으나, 수요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백지화되었던 선례가 있었다. 다만 현재 서대구역에서 창녕 대합산단까지, 대구산업선이 신설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서대구역에서 창녕 대합산단까지 총 40.1km의 단선 준고속철도로 계획되는 대구산업선은 현재 산업단지가 속속 개발되고 있는 달성산단의 화물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1조 4천억 원을 들여 2017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서대구산업단지, 화원, 옥포를 경유해 논공, 현풍, 유가, 구지를 거쳐 대합산단으로 운행한다고 하는데, 이는 노선 대부분이 앞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았던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서편 2차 연장과 비슷한 모습이다.
이는 대구 도시철도의 차량 개량을 통해서, 또는 환승역까지의 연장을 통해서 대구 테크노폴리스단지, 달성군 중심지, 현풍읍내, 옥포보금자리지구 등에 거주하는 주민을 비롯해 대구 각 산단, 그리고 창녕군 산단에 통근하는 통근객들까지 도시철도를 볼 수 있게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비는 적게 들고 편익은 많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이렇게 장거리 연장이 이루어짐으로 인해 달성군 내 각 읍내의 상권이 붕괴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이미 대구 2호선의 연장으로 인해 영남대 인근의 상권이 무너졌고, 거가대교의 개통으로 옥포와 거제 시내의 상권이 타격을 입은 선례가 있다. 대구 1호선이 연장되면서 각 읍, 면 지역의 지역상권을 특화하는 등의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소규모의 손님을 상대하던 읍면지역의 상권은 그야말로 초토화가 될 수 있다.
이제 말 앞에 수레를 놓는 오류는 그만
이번 대구 1호선 연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번 연장이 대경권이 본격적으로 동서로 뻗어 나가는 발돋움이기 때문이다. 대경권 광역전철 사업도 본격적인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이고, 대경권에 속하는 주변 지역의 개발도 점점 '파란불'이 켜지고 있다. 대구, 구미, 경산에서 그치는 연담화에 만족하지 않고, 하나의 권역을 형성하는 '거대 생활권'으로 다시금 부흥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단순히 지역의 일자리만 만들고, 단순히 주거지만 만든다고 해서 도시가 연담되고, 도시가 발전하지 않는다. 이미 혁신도시의 아파트가 미분양되고, 주민들이 생필품을 살 곳이 없고, 교통이 불편해 도시를 떠나 장거리 통근을 선택한 것을 보면 단순히 '건물을 지어주는 것'만이 도시의 발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의 개화기 때에도, 영국의 근대에도, 철도가 형성되고 역이 생기면서 그 인근에 시가지가 조성되었다. 하지만 현대의 교통정책은 교통은 뒷전으로 한 채 먼저 시가지를 건설하고, 교통문제가 발생하면 그제야 교통정책에 대한 논의가 들어가는 등 '말 앞에 수레를 놓는 오류'가 잦다.
이번 테크노폴리스, 보금자리지구 조성에도 이런 미숙함이 보인다. 입주가 본격화되면 교통문제가 가장 먼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미 그러한 일들로 인해 많은 지자체가 교통대책을 세우느라 골머리를 앓아왔던 경우가 많다. '대경권'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장이 반갑지만, 이번 연장이 아쉽기도 한 이유이다.
여하튼, 군 지역으로의 '지하철'이라는 첫 시도를 성공적으로 끝낸 것만 해도 손뼉 칠 만 하다. 그다음은 지역의 교통정책을 짜는 분들의 몫이다. 좋은 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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