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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5년 2월 28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민중의 힘 등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민주파괴 민생파탄 평화위협 범국민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한국은행 로터리를 거쳐 서울광장 쪽으로 행진한 가운데 대기업 법인세 인하 등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지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지난 2015년 2월 28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민중의 힘 등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민주파괴 민생파탄 평화위협 범국민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한국은행 로터리를 거쳐 서울광장 쪽으로 행진한 가운데 대기업 법인세 인하 등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지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 연합뉴스

올해 4월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는 법인세 실효세율 계산 방식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014년 법인세 실효세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내용의 분석자료를 내놓자 기획재정부는 계산방식을 달리하면 2013년에 비해 2014년 실효세율이 올랐다며 반박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얼마 전 야당들이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세법개정안을 발의하자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 OECD 국가 중에서 상대적으로 높다는 반박을 했습니다. GDP를 기준으로 할 때, 법인세 실질 부담이 높기 때문에 지금 법인세율을 인상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폈던 것입니다.

기획재정부가 중시하는 두 지표의 추이, 일치하지 않아

기획재정부가 법인세 실질 부담을 해석하는 데 있어 두 가지 지표를 사용한 셈입니다. 두 가지 지표의 의미를 따져보는 데에서 기획재정부의 법인세 실질 부담에 대한 해석이 적절한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우선, 기획재정부의 법인세 실효세율 계산은 국세통계연보 중 자진 신고한 기업의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법인세 총 징수액에는 세무조사를 통한 부과액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자진 신고한 기업이 납부하는 법인세액이 총 징수액의 80%를 넘기에 전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자진 신고한 기업의 총부담세액에 외국납부세액공제를 더한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나누어 산출하였습니다. 상대적으로 국회 예산정책처가 총부담세액을 과세소득으로 나눈 것에 비하면, 분자에 외국납부세액공제를 포함했고, 분모에는 비과세소득, 소득공제, 이월결손금을 제외한 셈입니다.

* 기획재정부 실효세율 = (총 부담세액 + 외국에서 납부한 세액) / (과세소득 - 비과세소득, 소득공제, 이월결손금)
* 국회 예산정책처 실효세율 = 총 부담세액 / 과세소득

기업들이 우리나라 정부에 납부한 세금이 아니라 외국에서 납부한 세금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기획재정부의 계산은 기업 관점의 세 부담을 계산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는 그런 접근을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국가 재정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도 같은 접근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리가 전혀 없는 방법은 아닙니다.

비과세소득, 소득공제, 이월결손금을 분모에서 제외한 것도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소득공제나 비과세 소득은 세액공제감면과 마찬가지로 정책적인 목적에서 세금을 깎아주는 것입니다. 단지 소득단계에서 고려해 준 것인지, 세금을 직접 줄여준 것인지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2015년 연말정산 파동 때 소득세에 있던 의료비, 교육비 등 많은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변경된 적이 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는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을 알게 된 점을 감안하면, 기획재정부의 계산법에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인세의 소득공제나 비과세소득은 소득세에 비하면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의 계산처럼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에 크게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국회 예산정책처와 기획재정부의 계산결과를 비교해 보면, 작은 차이가 있긴 하나 추이는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계산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입니다.  

반면 기획재정부가 법인세 실질 부담을 해석하는 또 다른 지표는 법인세 총 징수액을 GDP로 나누어 산출하는 것입니다. 법인세 총 징수액은 자진신고액 기업이 납부한 세액뿐만아니라 세무조사를 통해 부과된 세금까지 포함합니다. GDP는 한 국가 내에서 1년 동안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생산주체가 창출한 부가가치입니다.

'국민소득 삼면 등가의 원칙'에 따라 생산액이기도 하지만 소득액이기 하고 지출액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창출한 주체에 기업뿐만 아니라 가계와 정부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이 창출한 소득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기획재정부의 두 가지 지표의 최근 추이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로, 현재 국세통계연보 체계상 2006년 이전의 외국납부세액공제액을 파악할 수 없어, 기획재정부 계산기준 법인세 실효세율 그래프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 '총 부담세액/과세표준'의 그래프와 '총 부담세액/과세소득'의 그래프를 같이 표시했습니다.

[그림 1 : 기획재정부의 법인세 실효세율과 법인세 징수액/GDP 비율 추이 비교]

 기획재정부의 법인세 실질 부담 자료
기획재정부의 법인세 실질 부담 자료 ⓒ 홍순탁

(자료 : 각 연도 국세통계연보 및 한국은행 국민계정)

두 지표의 추이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기획재정부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2010~2012년의 수치가 2005~2007년에 비해 하락한 것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법인세 실질 부담의 중요한 지표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GDP 대비 비율은 2010~2012년과 2005~2007년이 비슷합니다. 두 시기 사이에 이명박 정부의 감세조치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차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둘 중 하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기업소득 비중 증가와 실효세율 하락이 상쇄된 결과일 뿐

두 그래프의 추이가 일치하지 않은 원인은 GDP의 범위에 있습니다. GDP에 기업뿐만 아니라 가계, 정부가 창출한 소득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법인세/GDP'의 비율은 기업소득 비중의 변화에 따른 오차를 포함하게 됩니다. 즉, 위의 두 지표를 일관되게 해석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2005~2007년에 비하여 2010~2012년에 기업소득의 비중이 상승하여, 왼쪽의 그래프처럼 실효세율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소득 비중 증가가 이를 상쇄했다는 설명밖에 가능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기업소득 비중은 아래와 같이 최근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2005~2007년의 기업소득 비중은 21% 내외였는데, 2010~2010년의 기업소득 비중은 25%를 훌쩍 넘었습니다. 기업소득 비중의 급격한 상승을 고려하면, 위의 두 그래프의 불일치가 이해됩니다. 소득이 늘어나면 세율이 떨어져도 세금액수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기업소득 비중 증가를 고려하지 않은 채 GDP를 기준으로 법인세 부담을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집니다.

[그림 2 : 국민소득 중 기업소득의 비중 추이 ]

 기업소득 비중
기업소득 비중 ⓒ 홍순탁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제도부문별 소득계정(2010년 기준), 한국은행)

법인세 실질 부담은 명목부담과 각종 공제감면 합일 뿐

법인세 실질 부담은 복잡한 개념이 아닙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질 부담이란 명목 부담과 각종 공제감면을 합하여 보면 됩니다. 명목 세율은 높지만 각종 공제감면은 많거나, 반대로 명목세율이 낮은데 각종 공제감면이 적다면 실질 부담이 높은지 낮은지를 자세히 따져봐야 합니다. 그런데 명목세율도 높고 각종 공제감면도 별로 없다면 그 나라의 실질 부담은 분명히 높을 것입니다. 반대로 명목세율이 낮고 각종 공제감면도 많은 나라에서 실질 부담을 논의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 됩니다.

법인세의 명목 최고세율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OECD 국가 중 한국은 22%로 평균인 23.2% 보다 낮으며 순위로는 19위에 해당합니다. 대부분 국가가 단일세율 체계인데 비해 한국은 3단계 누진구조임을 감안하면 명목 평균세율 기준 한국의 순위는 더 하락하게 됩니다.

2015년과 2016년 국세통계연보에서 '법인세 산출세액/과세표준'으로 계산한 명목 평균세율은 19.8~19.9%로 계산됩니다. 한국과 법인세율이 22%로 같은 2개국(스웨덴, 슬로바키아)과 법인세율이 20%인 5개국(에스토니아, 핀란드, 아이슬란드, 터키, 영국)이 모두 단일세율체계인 점을 감안하면 순위가 26위까지 하락하게 됩니다. 즉, 명목세율 기준으로는 한국의 법인세 부담이 높지 않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입니다. 

실질 부담의 다른 한 축인 각종 공제감면은 과세표준 5000억 원 초과기업의 실효세율(부담세액/과세표준)이 16.4%에 그치고 있는 점에서 드러나듯 과도한 것이 항상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법인세의 세액공제·감면이 산출세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정도 됩니다. 세액단계에서 평균적으로 20%씩은 깎아준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매년 세법개정안이 나올 때마다 과도한 공제감면을 줄이는 것이 항상 이슈가 됩니다.

평균 이하의 명목 세율과 과도한 공제감면의 조합을 가진 나라에서 법인세 실질 부담이 높다는 주장이 성립할 수가 없습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발생할 수 없는 일입니다. 기획재정부는 기업소득 비중 증가에 의해 왜곡되는 GDP 기준 비율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법인세 실질 부담이 낮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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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으로 일하는 회계사입니다 '숫자는 힘이 쎄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힘 쎈 숫자를 권력자들이 복잡하게 포장하여 왜곡하고 악용하는 것을 시민의 편에 서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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