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날씨에 김장배추가 씩씩합니다.
'세상에, 비가 오고 나서 날씨가 이렇게 달라질 수가?'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는 게 하루상간인 것 같습니다. 지겹도록 땀나는 찜통폭염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습니다. 한 달 넘게 지속된 열대야도 사라졌습니다.
이른 아침, 며칠 전 모를 옮겨 심은 배추가 궁금합니다. 밭에 나가는 나에게 아내가 긴 옷을 챙겨줍니다.
"여보 쌀쌀해요! 여기 긴팔 입고 나가세요. 이럴 때 감기 드는 수가 있어요!"바깥이 서늘하다 못해 쌀쌀하기까지 합니다. 대신, 하늘은 맑고 깨끗합니다. 가을 냄새가 느껴집니다.
며칠 전, 우리는 마른 땅에 물을 주고 배추모를 옮겨 심었습니다. 그동안 가뭄에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에 배추모가 시들시들했습니다. 그야말로 간당간당 버티었습니다.
배추가 소나기를 한 차례 맞고서 몰라보게 싱싱하게 살아있습니다.
"여보, 배추가 살아났어요! 참 신기하네! 녀석들, 살아줘서 고마워!"
아내가 배추한테 아침인사를 합니다. 생기가 있는 배추가 무척 반가운 모양입니다. 다 죽어갈 것 같은 배추가 수분을 머금고, 밤사이 정신을 차렸습니다. 놀라운 자연의 복원력이 신기합니다. 끊어지지 않은 생명력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심한 몸살을 앓은 배추는 잎 끝이 탔습니다. 힘들어 보인 녀석들도 잎을 쫑긋 세우고, 씩씩해졌습니다.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는 배추씨를 포토에 싹 트기 좋은 상토라는 흙을 담아 발아시켰습니다. 사나흘 만에 떡잎이 나오고, 보름 남짓 자란 모를 길러 본밭에 옮겼습니다.
배추모는 보통 본밭에 옮겨지면 새 흙에 적응하기까지 시련을 겪습니다. 너무도 따가운 햇살에 심한 몸살을 앓습니다. 겪어야 할 홍역입니다.
혹시 잘못되어 죽는 것은 아닐까? 한낮에 축 처진 배추 모가 안타까웠습니다. 오후 들어 해가 누그러지면 조금 기운을 차렸습니다. 그럼 우리는 조루로 땅을 적셔주었습니다.
그러기를 며칠. 요번 흠뻑 비를 맞더니 몸살을 끝낸 것 같습니다. 이제 새 땅맛을 보면 하루가 다르게 씩씩하게 자랄 것입니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의 긴 여정에서 시련이 없는 삶은 없다고 합니다. 갖은 시련을 이겨내고, 또 어려운 상황을 견디어내고 얻어진 새로운 삶이 큰 기쁨을 줍니다.
오늘의 어두운 터널을 잘 헤쳐 나오면 내일의 찬란한 빛이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늘 꿈을 키우며 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결 서늘해진 날씨에 자라는 배추를 보면서 우리는 벌써 맛난 가을김장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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