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해운대의 높은 빌딩들 맞은 편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작은 포구가 있다. 바로 도심속 작은 포구 '해운대 미포 포구'다. 신기하게도 이 포구는 해운대쪽에서는 병풍처럼 늘어선 빌딩들에 감춰져 잘 보이지 않는데, 포구쪽에서는 해운대의 거대한 빌딩숲이 선명히 드러나 묘한 대조를 이룬다. 4일 이 포구를 찾아가봤다.
미포 포구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파도만 세지 않으면 매일 새벽 3시 작은 불빛에 의존해 어둠을 밝힌 어부들이 출어를 한다. 한창 피서철인 여름철에는 동백섬앞에서 어부들이 한참 조업을 하면 맞은 편 해운대 백사장에서는 피서객들이 불야성을 밝히고 즐기고 있기도 하다.
해운대 동백섬 일대와 오륙도쪽에서 새벽시간 열심히 조업을 한 어부들은 해가 뜰 무렵이면 포구로 돌아온다. 그러면 새벽녘 파도와 씨름하고 돌아온 어부의 전리품들을 아내가 받아 즉석에서 새벽시장이 선다.
아침 6시께부터 오전 11시까지만 반짝 서는 이 새벽시장은 도심 사람들에게 제법 알려져 싱싱한 생선들을 싸게 사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요즘 이곳에선 '문어 전쟁'이 한창이다. 추석 차례상에 문어를 놓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새벽시장을 찾는데 정작 문어가 귀하다. 여름 내내 계속된 더위로 수온이 높아져 바다에 고기가 다 사라졌고 그나마 더위가 가시자 며칠 동안 태풍영향으로 조업을 하기 힘들어 영 작황이 좋지 않다.
"오늘 아침에 바닷물이 좀 차가워졌더라. 24℃더라. 24℃."막 조업에서 돌아온 한어부가 반가운 듯 바다소식을 알린다. 차례상에 쓸 큰 문어를 찾는 손님에게 한 해녀 아주머니가 대답한다.
"요새 문어 큰 거 억수로 귀하다. 그나마 쫌 큰 거는 진작에 다 시집가고 없다(팔리고 없다). 이거 가져 가라, 다리도 말짱하니 다 붙어있고 이만하면 미스코리아다. 미스코리아!"그 문어는 1kg에 3만원, 그나마 1kg이 넘는 문어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주인이 잠깐 한눈을 파는 새 필사적으로 아스팔트 위를 도망가던 문어가 주인의 눈에 띄어 단숨에 잡혀 되돌아온다. 문어외에도 제철을 만난 가을전어와 고등어, 잡어들이 푸짐한 해운대 미포 새벽시장,
이곳에 가면 화려하게 화장을 한 관광지 해운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맨 얼굴 해운대 바다의 싱싱한 생명력을 느끼게 된다. 관광지가 아니라 생활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치열한 삶의 열정에 '전염'돼 어지간한 삶의 투정쯤은 견뎌내고 살아야 할 것 같은, 삶의 용기를 얻을 수도 있다.
생명력 넘치는 도심속 작은 포구 미포의 '문어 전쟁'은 당분간 추석까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