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최근 친박(친박근혜)과 친문(친문재인)을 제외한 비주류 간 연합을 토대로 하는 '제3지대론'을 '정상(正常) 지대론'이라고 주장했다. 중도세력을 아우르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출현해 지금의 비정상적인 정치지형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전 의장이 의장 퇴임 이후 새누리당 복당을 거부하고 싱크탱크 '새 한국의 비전'을 통해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는 중임을 감안하면 정계개편에 대한 강한 의지를 공개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그는 6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늘푸른한국당(가칭, 이하 늘푸른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제3지대론은 기계적, 혹은 정치공학적인 것이 아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재오 전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늘푸른당 역시 "낡고 무능한 양극단 정치의 혁파"를 주장하는 제3지대론에 근거하고 있다. 즉, 제3지대론을 바탕으로 한 정계개편을 주장하는 이들이 이날 한 자리에 모인 셈이다.
"양 극단에 서 있는 '친아무개' 세력들 배제해야" 정 전 의장은 이날 "제가 볼 때는 정치·외교·경제·사회 전반적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상황을 빠른 시일 내에 반전시키지 않고 과거부터 해오던 양태대로 정치를 하게 되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소위 지도자급이라고 생각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사리사욕을 버리고 나설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구국하겠다는 마음으로 나서야 한다"며 제3지대론으로의 합류를 촉구했다.
무엇보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사생결단의 적대정치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보스 중심의 줄세우기 정치 때문에 보스만 보이고 국민이 안 보이는 정치를 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이재오 전 의원이 (20대 총선 당시) 그 불장난 같은 공천에 왜 희생됐나, 오직 보스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어, "계파정치, 보스정치 이것을 깨끗하게 바꾸지 않으며 안 되는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 기로에서 정치의 틀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면서 "양 극단에 서 있는 '친(親) 아무개' 세력을 배제하고 (정치지형을) 정상적인 지대를 만들어야 된다, 그래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개헌이었다. 정 전 의장은 "차기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를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를 위해서 '임기를 2년 3개월로 단축하겠다',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꼭 이뤄내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개인적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또 "4년 중임제냐, 분권형 대통령제냐, 내각제냐 많은 논의를 하고 각 후보가 정당에서는 자기들이 연구하고 주장하는 바를 공약으로 내세우면 될 것"이라며 "저는 아직 대한민국 국회 수준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어 내각제로만 가기에는 부족하다고 봐 과도기적으로 분권형 대통령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오 전 의원과의 '협력' 가능성도 내비쳤다. 정 전 의장은 "그 2년 3개월이 대한민국이 환골탈태하고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여러분이 이 시대에 맞는 개헌을 주창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와 함께 (늘푸른당의 정책인) 동반성장과 행정구역 개편은 나라를 조금만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결국 도달할 수 밖에 없는 결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오 전 의원 역시 이 자리에서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했다. 특히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주장하면서 정 전 의장의 주장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지금의 정치제도는 필연적으로 5년 내내 여야가 싸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정치가 없고 갈등과 분열, 혼란만 계속된다"라면서 "2년 이내에 4대 정책(▲개헌 ▲행정구역 개편 ▲동반성장 ▲남북자유왕래)의 틀을 만들어놓고 다음 총선 때에 맞춰 (임기를 끝내고) 재평가를 받겠다는 대통령 후보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재오 "내년 1월 중앙당 창당 후 대선후보 지명"한편, 늘푸른당은 이날 창당발기인대회를 통해 '여의도 정치의 밭갈이'를 선언했다. 또 "중도 가치와 국민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어느 정당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정당 개척에 나선다"면서 ▲정의로운 국가 ▲공평한 사회 ▲행복한 국민을 창당 3대 목표로 참석했다.
창당발기인으로는 총 1만565명이 이름을 올렸다. 발기인 개개인의 직함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오직 이들의 성명과 해당 지역만이 창당준비위원회에서 배포한 자료에 실렸다. 이재오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최병국 전 의원, 전도봉 전 해병대사령관과 함께 공동대표로 추대됐다.
늘푸른당은 추석 연휴가 끝나고 연말까지 17개 광역 시도별로 시도당 조직을 갖추고 내년 1월 중앙당을 창당할 예정이다. 이재오 전 의원은 "내년 1월 창당 이후 대선후보를 지명할 것"이라면서도 "늘푸른당은 (개헌 등의) 주장을 명확히 한 뒤, 그 주장에 맞는 후보를 선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