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서는 안 될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지난 2014년 참담하게 맞아 숨진 윤 일병 사건 이후 국방부가 많은 병영 혁신을 약속했지만 역시나 군대 내 가혹 행위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이번에는 육군 특전사령부에서의 일입니다. 선임병 두 명이 후임 사병을 상대로 군대용 전화기로 전기고문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사건이 일어난 때는 2015년 4월과 6월의 일이었다고 합니다.
전기고문이 오래된 군 가혹행위 중 하나라니
가해자와 피해자는 모두 특전사 소속 선, 후임병 관계였습니다. 이들의 보직은 통신병으로 가해자 두 명의 계급은 모두 상병이었다고 합니다. 이들 중 가해자인 김 모 상병이 피해자에게 처음 전기 고문을 한 때는 2015년 6월경이었습니다.
후임병인 피해자에게 통신병 주특기 교육을 하겠다며 김 상병은 모두 5문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 중 피해자가 3문제를 틀렸다며 김 상병은 벌로 '군용 전화기를 이용한 전기 고문'을 한 것입니다.
방법은 이랬습니다. 김 상병은 피해자에게 양손에 각각 전화선을 잡게 한 후 전화기 스위치를 눌러 전류가 흐르도록 했다고 합니다. 피해자가 전기 충격으로 고통스러워하며 손을 놓자 이에 김 상병은 피해자에게 엄살 부린다며 재차 전기 고문을 가했다고 합니다.
한편 김 상병의 이러한 전기 고문 이전에 또 다른 범죄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피해자의 통신병 선임인 박 모 상병이었습니다. 그는 김 상병이 피해자에게 가혹 행위를 하기 두 달 전인 2015년 4월 20일경 피해자에게 전기 고문을 했다고 합니다. "전화기로 인한 전기 피해를 알려주겠다"는 것이 명목이었습니다.
정말 상식 밖의 이런 일이 왜 군대에서는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요? 그래서 확인해 봤습니다. 이러한 가혹행위가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그리고 왜 이러한 가혹행위가 근절되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이러한 전기 고문에 의한 '후임병 괴롭히기'는 이번에 알려진 특전사 소속의 두 상병이 벌인 일탈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이것이 우리 군대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범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몇 분의 제보를 통해서였습니다.
이 건과 관련하여 제 페이스북에 올린 포스팅 글에 화답해 준 벗님들의 제보 덕분이었습니다. 먼저 '박승찬'이라는 분의 제보는 아주 구체적이었습니다. "1978년 당시 해병대에서 군 복무를 했을 당시 자주 당했던 일"이라는 그분의 제보는 이렇습니다.
"ANC - PR 77무전기인가? 기억은 정확하진 않지만 음극, 양극 전선을 혓바닥에 물고 딸딸이를 돌리면 으악! 짧은 스포츠 머리카락이 곤두섰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참 할 말을 잃게 만드네요."또 다른 제보자 역시 '이용선'이라는 페이스북 친구였습니다. 1993년 당시 의무복무를 하던 때 통신병 주특기를 받고 근무했는데 이 당시 '통신병이 당한 얼차려' 방식이었다는 제보입니다.
"이건 통신병 주특기 요원들이 하는 얼차려입니다. p77 배터리로 연결해서 하는 건데 아직도 안 없어졌군요. 제 군 시절에도 가끔 행해졌던 일입니다. 이거 안 당해본 사람은 모릅니다. 기분 드럽습니다! 씁쓸하네요!"이외에도 군대용 전화기로 전기고문을 받았다는 사례는 더 확인이 됩니다. 2009년 당시 통신병으로 근무했다는 한 분은 "통신병이라면 누구나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야만적인 전기 고문 행위가 적어도 40년 가까이 군 내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피해자는 왜 신고하지 못했나?그런데 더 의아한 것은 이 사건 피해자는 왜 2015년 4월부터 6월 사이에 지속적으로 선임병들에 의해 전기 고문을 당하면서도 이를 왜 부대 지휘관 등에게 신고하지 않았냐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 당시에는 2014년 있었던 윤 일병 사건 여파로 부대 내 가혹행위가 용납될 수 없는 분위기였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내막을 알게 되면 진실은 더욱 끔찍합니다. 이 사건 역시 윤 일병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알려진 사실에 의하면 이들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부대 지휘관을 만날 수 없도록 적극 차단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과정 역시 눈물겨운 사연이 있었습니다.
선임병에 의해 가혹 행위로 고통받던 피해자는 부대 내 유리창을 깨는 등 극단적인 행동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사병의 이상 행동을 알게된 부대 지휘관이 면담을 했고 이 과정에서 그간의 가혹행위 등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들 가해자들이 종국적으로 받은 처벌 내용을 살펴보면 도대체 누가 이 잔혹한 가혹행위의 진짜 주범인가 의심하게 됩니다. 군사법원은 이들 가해자 중 수차례 전기고문을 가한 김 상병에게는 벌금 200만 원을, 또 다른 박 상병에게는 벌금 70만 원을 선고하는 것으로 끝냈습니다. 이것이 말이 되나요?
정말 우리나라 군대 조직은 왜 이럴까요? 일반의 인권 눈높이와 너무도 다른 군대 문화가 바로 문제입니다. 그래서 상식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미약한 처벌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나 사건의 '군인의 기준으로 바라보고 처벌하는' 군사법원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많은 군 관련 인권단체와 전문가는 군사법원의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시를 제외한 평시에는 군인 범죄에 대해 민간법원이 재판하는 것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하나 때문만이 아닙니다. 수없이 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중 하나만 더 언급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있는 사건중 하나인 2014년 9월에 발생한 이른바 '특전사 포로체험 질식사 사건'에 대한 군사법원의 판결은 기가 막힙니다.
내연녀와 통화하다 2명 사망케 한 부사관, 처벌은?
2014년 9월 2일, 특전사에서 또다시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포로로 체포될 경우 탈출하는 훈련을 시킨다며 부사관 3명의 얼굴에 두건(실제로는 신발 주머니)을 씌운 후 양팔을 묶어 독방에 가뒀는데 이중 2명이 질식 사망하고 1명은 중상을 입은 사고였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사망한 부사관이 이처럼 위험한 훈련을 하는 동안 이 훈련을 감독하던 이들은 무엇을 했나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더구나 사망자들이 숨지기 전, 무려 1시간 넘게 "살려 달라"며 계속 절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당시 훈련 교관들은 이들을 구하지 못한 것일까요?
확인 결과, 놀라운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훈련 교관 중 1명은 이들 사망자가 "살려달라"며 처절하게 지른 절규를 '훈련 중 연극'으로 오판했다고 합니다. 이것도 문제지만 더 문제는 또 다른 한명의 훈련 교관이었습니다. 그는 이 사건 당시 이런 상황 자체를 몰랐다고 합니다. 이유가 다름 아닌 자신의 내연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어서였습니다.
하지만 이 끔찍한 사건의 최종 결말을 듣게 된다면 그야말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게 됩니다. 이 사건으로 당시 군 검찰은 모두 6명을 기소합니다. 훈련을 계획한 부서인 제13공수특전여단 작전참모와 같은 여단 작전처 소속의 교육 훈련계획 장교, 그리고 당일 훈련 교관 4명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군사법원은 이들 6명에게 어떤 처분을 내렸을까요? 누가 봐도 상당한 과실이 있었고 이로 인해 2명이나 사망 사고가 발생했으니 응당 누군가는 분명히 처벌받아야 마땅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놀라지 마십시오. 군사법원은 이들 6명중 누구에게도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습니다.
내연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던 부사관을 비롯하여 모두 4명의 교관에게는 고작 벌금형이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놀라면 그건 안됩니다. 그보다 더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망사건이 벌어지는데 더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훈련 담당 장교 2명에게는 아예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문제는 '군사법원', 폐지가 정답
그래서 사건보다 더 충격적인 결말은 '군사법원의 판결'입니다. 늘 그랬습니다. 법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같은 사건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항소심 고등군사법원은 이들 장교 2인에 대해 "일부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했더라도 피해자들의 사망·부상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망한 군인은 왜 죽은 것일까요? 사망한 부사관의 얼굴을 씌운 두건의 재질이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제가 국회 국방위에 있을 당시 저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특전사측에서 사건 당시 실제 사용한 두건을 현물 제출하도록 요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출받은 문제의 두건을 살펴보니 이것은 진짜 두건이 아니라 시중에서 흔히 파는 신발 주머니였습니다. 그런데 그 재질이 부드러운 천이 아니라 방수포로서 공기가 자연 흡입될 수 없는 재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그대로 훈련에 사용했으니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정말 고통스럽게 천천히 사망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두건 등을 준비하고 계획한 훈련 준비 장교 등이 아무 책임이 없다니, 그럼 앞으로도 이렇게 또 업무를 하라는 것밖에 더 되겠습니까? 이런 어처구니없는 군사법원의 판결이 또 다른 제2, 제3의 사고 피해자를 양산하는 일로 연결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현행 군 가혹행위 처벌 규정의 개정'입니다. 지난 2009년 11월에 개정된 현행 군 형법에 의하면 '가혹행위나 학대의 경우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이를 근거로 심각한 범죄 행위가 미약하게 처벌되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군사법원의 폐지'입니다. 적어도 평시 상황에서는 민간에서 군인 범죄에 대해 재판해야 합니다. 그래야 상식의 눈높이에서 처벌이 이뤄지게 됩니다. 또한 피해자측 역시 재판 진행과 관련한 정보를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 할 수 있습니다.
국민에게 신뢰를 잃은 군대가 강군일 수 없습니다. 과연 오늘날, 우리나라 국방부는 국민에게 신뢰를 얻고 있을까요? 어처구니없는 '포로 체험 사망사건'이 발생할 당시, 특전사령관이었던 전인범 육군 중장의 발언은 그래서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이 사건으로 국민적 비난이 높아질 때 오히려 당당하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훈련 중 안전사고를 걱정해 본 적은 없다. 다만 준비가 부족한 내 부하를 적진에 보내야 할까 봐 두려웠다."이 말, 멋진가요? 과연 사망한 이들 피해자의 부모와 형제에게도 그렇게 들릴까요? 지휘관의 참담한 인식이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누구도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됩니다. 이런 한심한 일들이 더 이상 군대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관련법의 개정과 군사법원 폐지를 위해 국회 국방위가 나서 줄 것을 주문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