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에서 가을은 흔히 '감성돔 철'이라고 말합니다. 더운 여름 산란을 마친 감성돔들이 본격적인 먹이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토실토실 살이 쩌야만 한겨울을 이겨내는 감성돔. 이맘때즘 여수의 가막만과 여자만에는 감성돔들이 몰려옵니다. 한마디로 감성돔이 지나는 길목이지요. 여기선 흔히 이시기에 하는 감성돔 낚시를 '내린 감성돔 치러간다'고 표현합니다.
아침 일찍 선상 낚시하러 왔습니다. 그런데 돌산 송도와 백야도 다리 밑은 허탕입니다. 이어 화양면 원포 앞바다 양식장까지 옮겨다녔습니다.
이곳에 오니 여러척의 어선들이 낚시를 합니다. 뭔가 잡히는 모양입니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가운데 시작된 세번째 포인트. 무슨 이유인지 감이 좋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 그런데 동료는 오자마자 감성돔 손맛을 봤습니다. 저는 돌돔을 걸었습니다. 헌데 뱃머리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또다른 동료가 실망스런듯 말을 내뱉습니다.
"아이참 낚시 채비가 걸이 걸렸는갑네 또. 근데 자꾸 뭉컹뭉컹 끌려오는데 미치것네. 남들은 감성돔을 퍼낚는데..."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걸이 걸린 줄 알았던 동료의 초릿대가 완전 휘면서 줄이 끌러오듯 서서히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아뿔사. 동료는 문어를 낚아 올렸습니다. 그것도 낚시로 말입니다. 낚시에 문어다리가 걸린 것이었습니다. 얼른 뜰채로 문어를 떴고 무사히 배위로 올렸습니다.
문어는 낚시로 잡아 올리기 어렵지요. 반전이 시작됐습니다. 남들 다잡는 감성돔 한 마리 못잡아 풀이 죽어있던 있던 동료는 기세등등합니다. 문어를 낚아올린 동료가 소리칩니다.
"앞으로 낚시로 문어 안 낚아 봤으면 낚시를 논하지 말어."
오래 살고 볼일입니다. 문어낚고 큰소리를 치다니... 참 점심은 문어를 넣고 라면을 끓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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