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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연휴를 앞둔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해고자 복직과 고용승계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해고자 복직과 고용승계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추석 연휴를 앞둔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해고자 복직과 고용승계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해고자 복직과 고용승계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추석 연휴를 앞둔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단식에 참여한 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가 바닥에 홀로 앉아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단식에 참여한 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가 바닥에 홀로 앉아 있다. ⓒ 이희훈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사람과 차들이 바쁘게 오가는 그곳에 '낯선 풍경'이 있다. 검정 우산을 펼쳐들고 맨바닥에 주저앉은 한 사람. 흰 팔 토시가 채 가리지 못한 두 손은 새까맣게 탔다. 그의 앞에 놓은 손팻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티브로드 비정규직 51명 대량 해고, 상시적 고용 불안.
고용 불안 없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원청이 해결하십시오.'

지난달 30일부터 국회 앞 농성을 시작한 케이블 방송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였다. 올해 2월 1일, 3월 1일 각각 티브로드 한빛북부기술센터(광명·시흥 관할 28명), 전주기술센터(전주 관할 23명) 소속 비정규직 51명이 해고됐다. 해고 직후에는 서울 명동 티브로드 본사 앞에서 노숙 농성을 진행했고, 지난 6월 7일에는 두 노조 조합원이 한강대교에 올라 기습 시위를 벌였다.

농성장을 옮겨가며 복직을 요구했지만, 원청의 답은 똑같았다. 관계없는 사안이니 하청 업체와 협상하라는 것이었다(관련 기사 : '갤럭시노트7'보다 먼저 리콜해야 할 것).

해고 225일 차, 국회 앞 농성 2주차. 추석을 코앞에 둔 이들은 집 대신 국회 앞 보도블록 위에 스티로폼 매트를 깔고 앉았다. 서울지하철 9호선 입구와 국회의사당 정문 사이에 있는 토막 공간이다. 해고 노동자 13명과 이들을 응원하는 시민을 포함 20여 명이 이 좁은 공간을 오갔다.

이영진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조(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 지부) 지부장과 해고 노동자인 권석천 한빛북부기술지회 부지회장은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권 부지회장이 지난 11일 급격히 건강이 악화돼 단식을 멈추자, 다른 해고 노동자들이 릴레이로 단식에 동참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풍성한 명절을 앞두고도 일터로 되돌아가기 위해 "곡기를 끊고 내 몸을 갈아먹는 투쟁"을 선택한 것이다.

까맣게 그을린 권석천 부지회장을 농성장에서 만났다.

"살려고 노조 만들었는데 이젠 죽으라 한다"

 권석천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 지부 한빛북부기술지회 부지회장이 추석 연휴를 앞둔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해고자 복직과 고용승계등을 요구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권석천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 지부 한빛북부기술지회 부지회장이 추석 연휴를 앞둔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해고자 복직과 고용승계등을 요구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추석 연휴를 앞둔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해고자 복직과 고용승계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해고자 복직과 고용승계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 추석을 앞두고 국회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까닭이 뭔가.
"일전엔 (협력 업체) 교체 이후에도 잘린 적은 없었다. 노조를 만들고 나니... 조합원이 가장 많은 두 센터(한빛북부기술센터, 전주기술센터)를 타깃으로 (협력 업체) 교체를 시작했다. 그 이후 (원청은) 교섭에 전혀 응하지도 않았다. 20년 동안 일한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싸우고 있다."

- 곁의 가족들은 뭐라고 하나.
"투쟁이 길어지다 보니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도 한다. 여러 상황이 쉽지가 않다. 다른 일을 시작한 사람들도 더 나쁜 일자리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쉽지가 않다'는 권 부지회장의 낯빛에 그늘이 졌다. 200일이 넘는 투쟁 기간 동안 가족들과 멀어진 조합원도 많았다. 그는 이날 열린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싸우다 지쳐 다른 곳으로 돌아간 조합원들도 모두 힘든 상황"이라면서 "가족들과 이혼한 조합원도 있고, 가족을 두고 멀리 지방에서 홀로 일하는 직원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노동조합을 만든 게 그리 큰 죄인가"라고 되물으면서 "살려고 노조를 만들었더니 이제는  죽으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 해고 전 어떤 일을 했나.
"내가 일한 곳은 티브로드라는 케이블 회사다. 한 지역 단위로 케이블 방송 설치, AS, 철거 등 모든 업무를 도맡아 했다. 초기에는 기술직이라 기술에 관한 일만 하다가 5, 6년 전 가입자 모집 압박이 들어와 영업도 시작했다. 가입자를 채우지 못하면 퇴근을 시키지 않는다든지, 벌점을 매겨 월급을 차감한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내 이름으로 인터넷을 몇 개씩 강제로 가입하기도 했다. 매달 그 사용료를 내느라 임금 문제도 많았다. 그런 문제까지는 참을 수 있었는데, 영업 지표로 압박하며 비인간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쌍욕을 한다든지 말이다. 지치고 힘들어 직장을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남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노조를 만든 것이다."

"해고된 지 모르고 '우리 동네 기사 아저씨' 찾는 고객들 많다"

 추석 연휴를 앞둔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해고자 복직과 고용승계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해고자 복직과 고용승계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한 지역을 한 직원이 일괄 담당하는 케이블 방송 노동의 특성상, 특정 고객과 10년 이상의 거래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자연스레 고객과 노동자 사이에 유대가 생겨난다. 권 부지회장은 갑작스레 해고된 '우리 동네 기사 아저씨'를 아직까지 찾는 고객이 많다고 했다.

- 케이블 설치 기사의 특성 상, 한 지역에서 오래 근무하지 않나.
"우리 일은 여러 기사가 그 구역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한 명의 기사가 담당했다. 고객께 전화가 오면 꼭 그 담당 기사가 찾아간다. 회사에서도 꼭 명함을 돌리도록 지시한다. 기사 개인에게 늘 고객의 전화가 오는 것이다. 당연히 고객이랑 친해질 수밖에 없다.

가끔 점심을 먹으러 오라고 하는 분도 계시고, 어르신들은 '티브이가 안 나온다'고 전화를 하기도 한다. 전화가 오면 이야기도 드리고, 직접 가서 해결하기도 했다. (해고된) 지금도 전화가 온다. 해고 됐다고 말씀 드리면 '그럼 난 이제 어디다 전화해' 하실 때도 있고."

- 본사부터 국회까지, 농성장을 옮기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농성 기간 가장 힘들었던 점은?
"살면서 한 번도 해고라는 걸 당해본 적이 없다. 3년 동안 노조 활동을 하면서 파업도 두 달을 넘겨본 적이 없다. (해고 이후) 거의 8개월 가까이 길에서 생활한다는 게 참 힘들다. 집이 있고,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돌아가지도 못하고. 특히 회사 앞이나 국회 앞에는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복잡한 곳인데, 그런 곳에서 잠을 잔다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은 자신의 '근로자 지위'를 찾으려고 했다가 역으로 그 지위를 뺏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청인 티브로드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이후, 노조 가입률이 가장 높은 두 곳에서 해고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청업체 변경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2013년 티브로드와 하청 노동자들은 협력 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과 임금, 단체협상 결과를 승계한다는 '원·하청 노사상생협약'을 맺은 바 있다.

- 원청으로부터 답을 들은 게 있나.
"오는 답은 항상 같다. 하청업체의 일이니 노조와 대화할 명분이 없다고. 간혹 의원들이 (본사에) 문의를 하면 대답은 한다. 19대까지는 국회도 무시한 것으로 아는데, 이제 여소야대가 되니 적극적으로 대답에는 응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노조와의 대화에서는 무성의하다."

- 농성장을 방문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한 정치인이 있는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오늘(12일) 오전에 왔다 갔다. 우원식 의원을 비롯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박홍근 의원 등등... 정의당에서는 미방위 소속인 추혜선 의원이 국회 안으로 오라고 해서 간담회도 했다. 원청에 계속 전화해서 (노조와 함께) 대화 하자고 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

"언제까지 이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추석 연휴를 앞둔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단식에 참여한 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가 바닥에 홀로 앉아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단식에 참여한 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가 바닥에 홀로 앉아 있다. ⓒ 이희훈

현재 야당 의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청인 티브로드를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추혜선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티브로드는 법률적으로 방송사업자의 지위가 부여된 케이블 방송 사업자로, 공적 책무를 지게 돼 있다"라면서 "규제기관에서 문제제기를 하면 그때만 약속하고, 어느 순간 헌신짝처럼 (약속을) 버리는데, 간접고용 문제 또한 (그렇게) 숨어서 손 놓고 있는 거다"라고 비판했다.

권 부지회장은 "추석 전까지라도 집중 교섭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볼 계획"이라고 전하면서 "추석은 다가오고 있는데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해 볼 낯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 조합원은 계속 집에 들어가면 싸우는 터라 차라리 밖에서 싸우는 게 낫다고 하더라"고 말하며 말끝을 흐렸다.

다만 그는 "언제까지 이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희망'을 말했다. 그리고 명절을 앞두고도 거리에 서 있는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추석 인사를 건넸다.

"즐거운 명절이라는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말 한마디 못하고 잘리게 됐습니다. 언제까지고 이럴 거라곤 생각 안 해요. 우리도 언젠간 즐거운 명절을 보내지 않겠습니까. 내년 설이 됐든, 올해가 됐든. 싸워서 이겨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열심히 싸웁시다."

* 티브로드 단식 농성 기획 기사 모아보기



#티브로드 해고자 복직 단식 농성#국회#단식#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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