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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창군의회 전경
거창군의회 전경 ⓒ 강대식

거창군의회 의원들의 일탈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 7월 13일 거창군의회 의장선거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연이어 악재가 터지면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의장 선거를 앞두고 성추문이 발생하더니 선거 결과를 놓고 의원들이 음식을 던지는 추태를 보였다. 한 군의원의 이름으로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야동이 올라온 일도 벌어져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게다가 김영란법에 아랑곳없이 비싼 식사가 준비된 국외연수를 앞두고 있어 지탄을 받는 모습이다. 지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아 이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의를 대표하는 군의회의 위상이 이렇게까지 떨어지는데도 의회 내부에서는 어떠한 자구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은 논란에 부채질을 더하고 있다. 연이은 사건에도 윤리위원회가 단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다는 것이 더욱 문제다. 의회가 제 식구 감싸기 식 행태를 계속 이어간다면 앞으로 또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것이 대다수 지역민들의 걱정이다. 일당독식이나 다름없게 특정정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구성도 자정능력이 상실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추문으로 이어진 의장선거

 성추문 논란과 관련해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거창군의회 김향란, 형남현 군의원
성추문 논란과 관련해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거창군의회 김향란, 형남현 군의원 ⓒ 강대식

지역 내 유일한 야당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김향란 군의원과 새누리당 형남현 군의원 간 성추문 진실공방은 거창군의회 위상 하락의 포문을 열었다.  발단은 지난 6월 19일 형 의원이 김 의원을 차에 태우고 인근 지역의 한 호텔로 가면서 시작됐다. 두 사람은 형 의원의 식사 제안으로 합천의 한 식당으로 가기로 했었으나, 형 의원이 호텔 지배인과 통화 후 목적지가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형남현 의원이 호텔 카페에서 맥주와 소주를 섞어 마신 후 "의장 선거를 도와 달라. 내 차에 돈 많이 실려 있다"고 말했고,  식사 후 출발하려던 과정에서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자 김 의원에게 "빈방 있는데 좀 쉬다가자"고 제안하면서 성희롱 파문으로 확산됐다.

김향란 의원은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동료의원으로 존중하지 않고 아랫사람, 성적 노리개로 대한 게 아닌가하여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마저 들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의장선거를 앞두고 돈으로 회유하려는 자세에 대해서도 분개했다. 

이에 대해 형 의원은 "김 의원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진짜 자동차가 고장이 나 서 다음날 새벽에 보험회사에서 자동차를 고치러 왔다"고 말했다. 이어 "돈으로 회유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돈을 차에 실어놓지 않았을 뿐더러 일상적인 대화중에 나온 말일 뿐이다"고 해명했다.

형남현 의원은 금품제공의사표시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으나 지난달 3일 '무혐의'로 결론 났다. 하지만 두 의원 간 성추문 공방은 최근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냉면 국물 뿌리고, 의원 이름으로 올린 야동

지난 7월 26일 의장 선거가 끝난 직후에는 당선자를 위한 축하연에서 두 명 여성 의원이 냉면을 먹다 국물을 상대에거 뿌리는 추태를 일으키며 식사 자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지역 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향란 의원과 부의장 표주숙 의원은 하반기 상임위원장 선출과 관련한 문제로 감정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우리 애들도 저렇게는 안 싸운다. 군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의원들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면 거창군민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다"고 말했다.

의회 의원윤리강령에는 '의정활동에 있어 법 절차를 준수하여 의원 서로 간에 균등한 기회를 보장토록하고 합의에 의해 문제를 해결해 내는 건전한 의정풍토를 정착시킨다'라는 문구가 있지만 유명무실한 상태다.

최근에는 야동 논란이 불거졌다. 거창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지역의 한 언론이 개설해 212명이 공유하는 단톡방에 무소속 A 군의원의 이름으로 성인 사이트 링크가 올라왔다. 여기에 접속한 사람들이 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불쾌한 감정을 느꼈고  해당 의원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성폭력방지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는지 해당 의원을 불러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해당 의원은 자신이 올린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는 "명예회복을 위해 경찰이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만약 자신이 올린 것으로 밝혀지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란법 시행되는 데 해외연수 한 끼 3만 8천 원

 지난 9월 2일 임시회를 진행중인 거창군의회
지난 9월 2일 임시회를 진행중인 거창군의회 ⓒ 거창군의회

이런 상황에서 거창군의회의 해외 연수 계획도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의원들은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의원 11명 전원과 의회사무과 직원 6명이 일본(오사카, 고베, 도쿄)으로 해외연수를 떠난다. 이들은 하루 숙박비가 25~28만원에 이르는 5성급 호텔과 특5성급 호텔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숙박비만 940여만원이다.

게다가 식비 역시 1인당 조식 2만5000원, 중식 3만5000원, 석식 3만8000원 등 총 700여만원이 책정돼 일반적인 서민정서에 반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는 28일부터 적용되는 김영란법의 식사 상한선 3만원을 넘어서는 등 4박5일간 1인당 200만원의 예산이 지출된다.

지역민들은 "군의원들이 선진지 견학과 해외 벤치마킹을 위해 해외연수를 가는 것은 필요한 사업이라 이해가 되지만, 군민들의 어려운 사정은 나 몰라라 하고 한 끼에 3만원이 넘는 호화판 연수를 가는 것은 옳은 처사가 아니다"라며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군의회 관계자는 "1년에 한 번씩 가는 국외연수계획에 따라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의 결정을 거쳤다"며 "심사위는 대학교수와 지역신문사, 여성단체 등 5명의 민간인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더민주 지역위, 불행한 사태에도 호화 해외연수는 후안무치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는 12일 성명을 발표해 군의회의 일탈을 강하게 비판했다.

더민주 지역위원회는 '성추문 사건과 금품거래 시도 의혹에 대해서도 군민들은 경찰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진실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해자로 지목된 형남현 의원도 경찰조사 결과 범죄에 해당하는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할지라도, 군의장 선거를 둘러싸고 동료 여성의원에게 부적절한 처신으로 정치적 거래를 시도하려 한 정황에 대해서 군민들께 사죄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의원들의 다툼에 대해서도 우리군 의회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믿고 싶지 않은, 엽기적이고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사건으로 놀라고 자존감에 상처 입은 군민들에게 두 의원의 사죄를 요구했다. 음란물 링크에 대해서는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군민들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며 의회 차원의 반성을 촉구했다.

이어 불행한 사태가 이어지는 때에 하룻밤 삼십여 만원짜리 특급호텔, 한 끼 사만원 가까운 식사비를 지출하는 호화 해외연수를 강행하려는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비판하고, 해외연수를 취소하라고 압박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부경남신문에도 게재됩니다.



#거창군의회#김향란#형남현#성추문#호화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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