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대우조선해양에 부당한 투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71)이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 전 행장은 지난 정부 경제 정책의 '브레인' 역할을 한 실세 인사다.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날 오전 강 전 행장을 서울고검 청사로 불러 조사 중이다.
강 전 행장은 이날 9시 30분께 검찰청사에 도착해 "평생 조국을 위해서 일을 했다. 공직에 있는 동안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 제가 오해를 받는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잘 풀리기를 생각한다. 평생 조국을 위해서 일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프다"라고 조사를 받게 된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공정하게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쏟아지는 구체적 질문에는 "검찰에서 얘기하겠다. 잘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 전 행장은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대우조선이 주력 사업과 거리가 먼 지인 김모씨의 바이오 업체 B사에 거액을 투자하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은 2012년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에탄올 생산기술 개발'이라는 B사의 연구개발 사업에 55억 원 지원을 결정했다. 지원금은 2012년과 2013년 44억 원까지 집행됐으나 강 전 행장이 퇴임하자 끊겼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대우조선에 투자 압력을 행사해 B사에 경제적 이익을 안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전 행장은 "2011년 부임해 B사에 투자를 검토해 볼 것을 권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정한 청탁이나 강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밖에 강 전 행장은 주류 수입업체 D사의 관세분쟁에도 개입해 B사 김씨가 부당한 이득을 챙기도록 도운 혐의도 받는다.
김씨는 2011년 5월 관세청과 관세 부과로 분쟁 중이던 주류 수입업체 D사로부터 조세 관련 공무원에 로비해 주겠다면서 3억2천5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최근 구속기소됐다.
강 전 행장은 당시 D사가 세금을 덜 내도록 세무 당국에 의견을 전한 사실 자체는 인정한 바 있다.
이 사안은 2011년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당시 강 전 행장은 "D사와는 일면식도 없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관세청장이 와서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도 "(혐의 내용이) 사실과 상당히 다른 부분이 있고 한국-EU FTA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검찰에 가서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강 전 행장이 자신의 고교 동창인 임우근 회장이 경영하는 한성기업이 산업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게 도왔다는 의혹도 캐물었다.
한성기업은 2011년 산업은행에서 18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한성기업의 관계 회사까지 더하면 총 대출액은 240여억 원에 달한다.
검찰은 당시 한성기업과 관계 회사들의 신용등급, 재무 여건 등에 비춰볼 때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보다 더 많은 대출이 집행됐다고 보고 이 과정에서 강 전 행장의 지시나 관여가 있었는지를 수사 중이다.
한성기업은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나서 강 전 행장이 대우조선에 투자를 권유한 B사에 5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산업은행장으로 부임하기 전 한성기업 경영 고문으로 위촉돼 사무실 운영비와 해외 출장비 등을 한성측에서 지원받은 사실을 파악해 강 전 행장과 임 회장 사이의 특수 관계가 특혜성 대출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강 전 행장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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