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의식주는 물론 사회적 문화나 유행도 시시각각 달라져간다. 흔히 멀게 느껴지는 법도 그렇다. 시대의 상황과 요구에 따라 보완되기도, 새롭게 제정되기도 한다.
법은 사회가 바뀌며 오히려 생활과 가까워지고 있다. SNS와 개인의 자유, 사생활 보호 등이 대두되며, 현대를 사는 이들에게 필수로 챙겨야 할 덕목이 되고 있다. 법을 알아야 자신을 지킬 수 있고, 공동체 일원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정보는 쉽게 접할 수 없다. "그렇다더라" 혹은 "누가 그러던데"식으로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기대기 쉽다. 기껏 찾는 것이, 포털 사이트의 지식 코너 정도에 그치곤 한다. 현실을 안타까워한 현직 법원공무원이 일반인을 위한 생활법률서를 냈고,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생활법률 상식사전>이다.
[다시보는 김용국 기자의 생활법률기사]나 홀로 소송, 알고 나서 덤벼라아내의 잠자리 거부, 이혼 사유?나는 오늘 저작권법 몇 개나 어겼을까1800만원짜리 물건, 택배 도중 사라졌다면?전면 재개정판으로 돌아온 <생활법률 상식사전>
지난 2010년 출간 됐던 <생활법률 상식사전>이 전면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저자 김용국씨가 서울가정법원, 서울중앙지법, 서울동부지법, 고양지원 등지에서 20여 년간 일하며 경험하고 느낀 점을 살려 만든 이 책은 초판 10쇄, 개정판 10여 쇄 등 20쇄를 넘게 찍었다. 게다가 미니북, 전자책, 오디오북 형태로도 만들어지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당시 그가 책을 쓰며 내건 원칙은 '쉽게' '재밌게' '실생활에 도움이 되게'였다. 이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사례 중심으로 생활법률을 풀어헤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법률 상식책을 만드는 것이다.
기본적인 법률용어 설명부터 민사, 형사 재판 절차의 이해, 이혼과 상속 관련 법률상식, 명예훼손, 저작권, 초상권까지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법률 문제를 철저하게 사례 중심으로 쉽게 설명했다.
지난한 작업이었지만, 도움을 받은 많은 독자들이 편지로, 메일로 성원해주어, 보람된 작업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그 사이 시간이 흘렀다. 사회의 변화를 따라 법도 적지 않은 부분이 바뀌었다. 2013년 개정판을 냈지만 그걸로 부족했다. 올해는 새로 책을 쓴다는 심정으로 약 7년 만에 전면개정판을 준비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터넷과 SNS 범람시대, 누리꾼들 관심사에 대한 명쾌한 해석책은 최근 누리꾼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명예훼손·저작권·무고죄·초상권 바로 알기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룬다. PART 2. '블로그·카메라도 죄를 짓는 세상' 편에서는 웹상에서 의식치 못하고 흔히 저지르는 잘못 등에 대해서 꼼꼼히 일러준다.
… (중략) 저작물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는 '전송'이라고 볼 수 있다. 전송이란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물 등을 이용에 제공하는 것"(저작권법 제2조)을 말한다. 이렇게 누구나,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전송을 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단 전송이 된다. - 본문 84쪽
개인 블로그라 괜찮겠지, 출처를 밝히면 저작권법을 위반한 게 아니겠지 하는 막연한 믿음들에 대해 실례를 들어가며 설명해주는 것이다. 또 법조인 출신 정치인이나 변호사 등도 무심결에 저지르는 저작권 법 위반에 대해서도 예를 든다. 이를 통해 법은 지켜할 무서운 벌이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 덕목임을 지적한다.
책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판사들과의 인터뷰다. 7장 '판사, 그들이 궁금하다고? : 현직 판사들이 말하는 승소 비법과 판사들의 세계'를 통해 현직 법조인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재판에서 판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은 물론 재판 서류의 적당한 분량과 횟수 등의 실전정보까지 실제 판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얻은 소중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이를 위해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야기를 끌어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변호사 등 현직 법조인을 당황(?)시킨 저자의 노력이외에도 8장 '변호사도 잘 모르는 특급정보 : 법전에도 안 나오는, 작지만 소중한 법률상식'을 통해서는 법원 사건번호에 숨겨진 비밀, 숫자로 보는 재밌는 법률, 채무자 재산을 합법적으로 알아내는 재산명시·재산조회 등도 알려준다.
이런 노력은 참고자료가 아닌 실전 '꿀 팁'으로 다가온다. 때문에 추천 평을 써준 백승현 변호사는 '변호사의 생계를 위협(?)하는 위험한 책'이라고까지 평했다. 그만큼 책이 전문적이고 정확하지만, 동시에 쉽고 재미있다는 것.
책을 완성하기 위해 업무 외 모든 시간을 바쳤다는 김씨는 "초판이 나왔을 때보다 변호사가 갑절 늘어났지만 여전히 법은 어렵고, 두렵고, 멀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라며 "이 책이 법을 몰라 고통 받는 시민들에게 쉽고 만만한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4년부터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각종 언론 매체에 생활법률 이야기, 판결 분석, 판사인터뷰, 사법개혁 등을 소재로 글을 써오고 있다. <오마이뉴스>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2009년과 2011년에는 올해의 뉴스게릴라로 뽑혔다.
지은 책으로 <생활법률 해법사전>, <이도남의 돈고생 마음고생 없이 이혼하는 방법>, <판결 vs 판결> 등이 있다. 김씨는 이 책이 법률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조만간 또 다시 전면개정판을 낼 용의(!)도 있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저자 김용국/ 위즈덤 하우스 / 20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