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가나에서 인도의 비폭력·무저항 독립운동을 이끈 마하트마 간디의 동상을 철거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미국 주요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20일(현지시각) 가나대학 교수 5명이 지난 6월 '캠퍼스에 세운 간디 동상을 철거해달라'는 온라인 청원을 시작하자 일주일 만에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소셜미디어에서도 "간디 동상을 반드시 끌어내려야 한다(#GandiMustFall)"라는 해시태그를 붙인 게시물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간디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이유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간디가 1893~191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살면서 토착 흑인들을 부르며 흑인을 경멸하는 표현인 '깜둥이'(kaffirs)를 사용했고, '흑인은 야만스럽고 게을러서 열등한 인종'이라는 편견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대학의 애쉰 데사이 교수와 쿠아줄루 나탈 대학의 굴람 바헤드 교수가 공동 집필한 <남아공인 간디 : 제국의 들것 운반자>는 "간디는 교묘하게 재포장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 책에 따르면 간디는 서방 국가들에 인도인이 흑인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강조했고, 공공 기관에서 인도인과 흑인이 별도의 출입문을 써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결국 관철시키기도 했다.
그러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간디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졌고, 시위자들이 요하네스버그의 간디 동상에 흰색 페인트를 뿌리며 정부에 인종차별주의자의 동상을 철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영국 런던으로 유학가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간디는 소송을 의뢰받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갔다가 그곳에서 인도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인권 투쟁을 벌여 명성을 얻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가나대학 측은 간디 동상 철거 청원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나 정부는 이로 인해 인도 정부와의 우호적인 외교 관계가 틀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가나대학 교수들은 "흑인을 모욕한 간디의 동상을 대학 캠퍼스에 세워 그를 미화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며 "유라시아의 강대국(인도)에 고개를 숙이는 것보다는 우리의 존엄을 세우는 것이 옳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