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금융노조의 총파업을 두고 사측의 입장에서 '귀족노조의 기득권 지키기'라는 억지 프레임을 씌운 TV조선이 오늘의 나쁜 보도로 선정되었다. 정치권력의 비리 의혹을 전혀 보도하지 않은 연합뉴스TV와 채널A도 나쁜 보도로 뽑았다. 요즘 좋은 보도가 선정되지 않았던 방송에서 JTBC의 최순실 의혹 관련 보도 4건이 좋은 보도로 선정되었고, 롯데 수사보도도 추천보도로 선정되었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파업노조에게 또 '밥그릇 지키기' 낙인 찍는 TV조선· TV조선 <내일부터 줄파업…밥그릇 논란>(9/21, 18번째, 고서정 기자, https://goo.gl/FQWq50)
23일 금융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TV조선이 또 '귀족노조'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29일까지 양대 노총 산하 5개산별 연맹·노조의 투쟁이 예고되어있다. 이번 총파업은 많은 반발에도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성과 연봉제'를 막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성과연봉제는 경쟁을 앞세워 노동자 간 임금차별을 조장하고 쉬운 해고의 수단이 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있음에도 노조의 요구를 묵시한 채 대화나 타협 없이 일방적으로 강요되어 온 방침이다.
정부는 국회에서 노동개혁 5법, 이른바 노동악법이 통과되지 않자 시행령과 취업규칙을 바꿔가며 법률이 아닌 지침으로 부당한 노동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시행령보다 상위법인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위반임에도 말이다. 이에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은 강압적 성과체제 확대도입과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 중단을 촉구하며 쟁의행위에 나섰고 많은 노조가 이에 동참했다.
부랴부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은행장들을 소집해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기득권 지키기 위한 파업은 정당성 얻기 어려우므로 철회해야 한다", "성과연봉제는 일방적으로 임금 깎거나 해고하려는 것 아니다"는 일방적 주장만 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의 더 큰 분노를 샀을 뿐이다. 평소에도 노사문제가 발생하면 늘 사측 입장, 경제적 손실, 부당파업 등의 프레임을 앞세웠던 언론이 이번 총파업에 대해서 얼마나 부정적인 프레임을 덧씌울지는 이미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TV조선과 연합뉴스TV가 23일 금융노조의 총파업 예고에 대해서 첫 포문을 열었다. 특히 그중 TV조선의 <내일부터 줄파업…밥그릇 논란>은 파업에 대해 불만이 가득한 보수언론의 기본 입장을 그대로 드러낸다. 보도는 제목에서부터 금융노조의 파업을 '밥그릇 논란'으로 규정했다. 기득권에 속한 노조원들이 자신들의 연봉을 지키기 위해 투쟁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른바 '귀족노조' 프레임이다.
앵커는 "성과연봉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파업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자기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이 나옵니다"라고 평가절하 했다. 리포트에서는 "정부와 사측이 강제하는 해고연봉제는 직원의 생존권, 가족의 생계, 나아가 금융소비자, 국민의 피해까지 발생하는 중대한 문제"라는 나기상 금융노조 대변인과 "기득권 지키기 위한 파업은 정당성 얻기 어려우므로 철회해야 한다"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입장을 담았지만, 과연 이 보도가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국민이 정말 알아야 할 것은 성과연봉제의 문제인지, 왜 노동자들이 이 어려운 경제사정에서 총파업을 강행하는가이다. 그러나 TV조선은 이 본질은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성과연봉제' 찬반입장만 극단적으로 보여주면서, 바로 진부한 '귀족노조 프레임'을 풀어놓았다.
바로 금융과 공공노조는 '신의 직장'이라며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연봉을 소개하는 형태다. 기자는 이들의 연봉이 대기업 평균 연봉보다 훨씬 높다고 말하고, 화면에는 이들의 연봉 수치가 구체적인 그래프로 그려졌다. 이어 "정부는 성과급 반대는 귀족노조의 기득권 지키기가 목적이라며 파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며 정부의 입장을 요약한 것은 덤이다.
노조가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과연봉제가 '쉬운 해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기 전에 노사가 함께 평가 시스템을 제대로 만드는 걸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작정 성과를 평가하기 전에 '쉬운 해고'로 악용되지 않을만한 분명한 규칙을 노사 합의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이런 노조의 요구를 묵살했다.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성낙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현행 가이드라인대로 사측이 만든 시스템으로 성과연봉제를 운영하면 저성과자 퇴출이 쉬워진다"며 "금융 공공성을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불완전 판매만 늘리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TV조선은 대화와 타협을 요구하는 노조의 의견을 '성과연봉제 폐지를 주장하는 기득권 지키기'로 단순하게 일반화시킨 것이다.
한편 연합뉴스TV는 <23일 금융노조 총파업…미리 처리할 은행 업무는?>(9/21, 16번째, 박진형 기자,
https://goo.gl/6R6Ppa)에서 금융노조의 파업 소식을 단순하게 전했다. TV조선처럼 노조파업에 억지 프레임을 씌우지는 않았지만, 파업의 이유나 배경, 사 측과 노조 입장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고 "혹시 모를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시민들이)어떤 업무를 미리 처리해야 할지" 시민들의 불편을 우려한 은행 업무 관련 내용을 간단하게 보도했다. 타사는 관련 보도를 내지 않았다.
■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미르·K스포츠 의혹에 침묵하는 연합뉴스TV, 채널A의 무보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과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의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무보도가 대부분이었던 20일과 달리 21일에는 채널A와 연합뉴스TV 이외에 모든 방송사들이 미르·K스포츠 논란을 다루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두 채널은 보도하지 않았다.
보도한 방송사들도 사실 JTBC 이외에는 '도긴개긴' 수준이었다. 보도 내용은 의혹이 제기된 문제의 재단들의 특혜의혹을 조명하기보다는 야당과 여당의 '정쟁'을 조명하는 보도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은 보도 제목도 청와대 관계자의 "모든 것을 권력형 비리로 비화시키려는 부당한 정치 공세이자 정치 쟁점화를 위한 노림수"라는 반박을 빌려 '정치 공세'에 방점이 찍혔다. 미르·K스포츠 논란이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공세 수단이라는 것이다. 두 개의 재단이 청와대 차원의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언급할 가치가 없다"며 검증을 거부하면서도 야당의 공격에 대해서는 '정치 공세'라는 주장을 펴는 청와대의 모순적인 태도를 그대로 받아 쓴 것이다.
특히 MBN은 <'미르의혹' 총공세…"권력형 비리">(9/21, 5번째, 신혜진 기자,
https://goo.gl/fVefkJ)에서 '미르 의혹'을 야권의 공세로 분명히 했다. 청와대의 "정치 공세이자 정치 쟁점화를 위한 노림수"라는 반박 입장을 빌려 보도한 다른 방송사들의 제목과도 다른 모습이다. 보도 내용 역시 미르·K재단을 비판하는 야권의 행보를 소개하며 "이런 야당의 움직임은 다음 주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국의 주도권을 먼저 잡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야권의 정치공세임을 강조한 것이다.
지상파 3사는 MBC <"8백억 원 모금 의혹"... "사실 아니다">(9/21, 8번째, 구경근 기자,
https://goo.gl/Ja2CsU )와 같이 거의 흡사한 보도를 내놨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과 기부금 모금 과정에 특혜 의혹이 있다며 야권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야권과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여당은 무분별한 정치 공세를 멈출 것을 요구했다"라는 당·청의 입장을 소개하는 기계적인 균형만을 갖춘 단순한 보도를 냈다. "부당한 정치 공세를 그만해 달라"는 청와대의 입장을 보도하면서도, 실제 미르·K재단 의혹이 부당한 정치 공세인지 아닌지는 전혀 검증하지 않은 것이다.
미르재단의 의혹을 직접 터뜨린 TV조선의 보도 역시 다를 바 없었다. <野 "미르·K스포츠 권력형 비리">(9/21, 17번째, 이재중 기자,
https://goo.gl/M2YXQp)에서 앵커는 "미르와 K스포츠, 두 재단의 비선실세 배후 의혹에 대해, 야권이 이틀째 총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언급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했습니다"라고 단호하게 전했다. 기자도 야권의 요구를 담은 후 "청와대는 이에 대해 부당한 정치공세라고 강력 반박", "근거 없는 소문 수준의 의혹을 제기", "언급할 만한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청와대의 입장을 거듭 전했다. 미르재단 비리 의혹을 직접 취재했던 방송사면서도 사건을 전달할 뿐인 단순한 보도를 낸 것이다.
YTN은 뉴스 보도에서 미르재단의 의혹을 직접 다루지는 않았지만, 시사 토론인 <조응천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 일파만파>(9/21, 23번째,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에서 19일 있었던 조응천 의원의 대정부질문 폭로를 가지고 해당 내용을 다뤘다. 하지만 토론에서 앵커는 "(조응천 의원의 폭로로)지난번에도 파장이 있었지만 예를 들어 이런 폭로정치가 계속된다면 역풍도 우려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시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며 토론을 유도해 미르재단의 의혹 보다는 '폭로정치'에 방점을 찍었다.
* '오늘의 추천 보도' 등 리포트 전문은
민언련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