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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시대를 변화시키고 있다. '학생인권선언(조례)'뿐만 아니라 '체벌금지', '두발자유', 'NEIS 반대', '청소년 참정권', '내신등급제 반대', '일제고사 반대', '대학․입시거부'는 누구보다 청소년들이 앞장서서 외쳤다.

10대들이 10~30여년 전부터 외쳤던 것들이다. 이미 제도로 정착되기도 하고, 어른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들이 많다. 청소년도 인간이고, 인간으로서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청소년운동에 뛰어들었던 15명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최근에 나온 <인물로 만나는 청소년운동사>(교육공동체벗 간)에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 <인물로 만나는 청소년운동사> 표지.
책 <인물로 만나는 청소년운동사> 표지. ⓒ 교육공동체벗

이 책은 2005년과 2009년 고등학교 다닐 때 청소년운동을 했던 공현(유윤종)·둠코(김해솔)가 과거 같은 활동을 했던 15명을 만나 그들의 고민과 아픔, 그리고 성과를 들어 정리해 놓은 것이다.  두 집필자는 청소년운동사를 정리하면서 '시대는 변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에서 교사의 체벌이 문제시될 때, 머리카락을 염색한 청소년들이 야간 자율 학습도 하지 않고 거리를 지날 때, 우리는 '시대가 변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 시대는 변한다. 세상은 변한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데도 알아서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 변화의 바탕에 청소년 당사자들이 학생 인권을 이야기하며 싸워 온 역사가 있다."

책은 1990년대 중반, 청소년 당사자들이 체벌, 두발 규제, 강제 보충학습 등 학교에서 겪는 인권 침해를 고발하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등장한 '청소년운동'의 역사와 자취를 좇는다.

그간 청소년운동은 짧은 청소년 시기의 세대 운동이라는 한계 때문에 문제의식이나 성과를 쌓지 못하고 늘 새롭게 시작하듯 비슷한 문제 제기를 반복하며 답보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 사회 역시 제자리걸음일지언정 쉼 없이 터져 나오는 청소년들의 '나도 인간이다'라는 외침을 가볍게 여기고 묵살해 왔다.

두 집필자는 "한국 사회에서 누구나 청소년기에 겪게 되는 약자로서의 비굴함은, 일시적일지 몰라도 영속적이다. 개인의 삶 속에 깊이 각인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주체로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청소년운동은 사회운동이며, 사회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현과 둠코는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청소년운동에 뛰어들었던, 나이도 상황도 제각각인 15명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청소년운동 경험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들었다. 그리고 이들의 증언과 낱낱이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모아 기록도 연구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청소년운동의 역사를 구성했다.

집필자들은 "학교의 폭력성을 참고 견디며 청소년기를 지나 온 성인들에게도 이 책은 묻어 둔 당시의 상처들을 보듬고 치유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과거 인권 침해의 피해자였던 다수의 사람들이 무관심과 묵인으로 현재의 방조자가 되지 않도록 인권 감수성을 높여 주는 지침서 역할도 해 주리라 기대"했다.

'오늘 여기서 인간으로서 존중받겠다'

'오늘 여기서 인간으로서 존중받겠다'고 선언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매우 다양한다. 검은색이 아닌 파란색 머리핀을 꽂았다는 이유로 학생부에 끌려갔던 '장여진'과 그림 있는 양말을 신었다고 4시간 동안 벌을 받은 '전혜원'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또 수업 시간 전에 교과서의 진도 나갈 페이지를 펴 놓지 않았다고 교사에게 얻어맞는다는 '조만성'과 학내에서 학생 인권을 주장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던 '성상영'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15명의 이야기가 시기별로 담겨 있다. 경쟁과 차별로 채워진 교육 제도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1996년 PC통신에서 '중고등학생복지회'를 만들어 활동했던 '김한울·나정훈'부터 청소년에게도 힘이 필요하다며 2012년 '청소년정치적권리보장을위한원탁회의'에서 청소년 참정권 운동을 했던 '정재환'까지다.

한때 청소년운동을 이끌었던 이들은 지금 무슨 말을 할까? 1998년 '학생인권선언운동'을 했던 김한울·나정훈은 "청소년운동이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1, 2학년 때 학교에 불만을 갖고 잘 어울리지 못했다"며 "그런 애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함께 지냈던 시간만큼은 성공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2000년 '노컷운동'을 했던 박준표는 "두발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너무 말이 안 되잖아요. 학교에서 가르치는 거랑도 모순되잖아요. 고등학교 2학년 때 프랑스 혁명을 공부하고 헌법의 신체자유를 배우는데, 그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이 들어와서 머리를 잘라요"라 했다.

 알바노조 박정훈 위원장(2기)은 부산 금정고 3학년 재학 당시인 2003년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반대를 주장하며 부산광역시교육청 앞 등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알바노조 박정훈 위원장(2기)은 부산 금정고 3학년 재학 당시인 2003년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반대를 주장하며 부산광역시교육청 앞 등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윤성효

2003년 NEIS 반대운동을 했던 박정훈은 "생활기록부를 전자 시스템으로 만들어 보관한다는 데 문제의식이 컸죠. 본능적인 거였어요. 최근에 <테러방지법> 도입할 때 시민들이 가졌던 느낌이랑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며 "테러방지법이 만들어지면 왠지 내 개인 정보가 몽땅 털릴 거 같잖아요. 당시 청소년 활동가들이 받은 느낌도 그랬어요"라 했다.

2008년 일제고사 반대운동을 했던 윤가현은 "어떤 게 공정한 건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 봐야 돼요. 출발선만 같으면 그게 공정한 평가라고 이야기하는데,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어릴 때 학원을 항상 다녔거든요. 학원을 다니지 못하는 친구들은 '고등학교 졸업하면 뭐 하지' 이런 고민을 항상 했어요"라며 "시험에 대한 압박감도 그런 데서 오는 것 같아요. 집에서 얼마나 학원비를 많이 대 줄 수 있느냐가 시험 점수를 결정하잖아요. 시험이란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공정한 결과가 나오지도 않고요"라 했다.

책은 모두 4부로, 김한울·나정훈(1998년 학생 인권 선언), 박준표(2000년 노컷 운동과 2002년 선거권 운동), 장여진(2000~2001년 학생 인권 운동), 박정훈(2003~2004년 NEIS 반대·청소년 참정권 운동), 신정현·김종민(2004년 18세 선거권 운동), 남궁정(2005년 내신등급제 반대·두발 자유 운동), 조만성(따이루, 2006~2007년 학생인권법 제정 운동), 한지혜(난다, 2008년 촛불 집회·2010년 기호 0번 청소년 후보 운동), 윤가현(꽥쉰내, 2008~2009년 일제고사 반대 운동), 성상영(밤의마왕, 2007~209년 경남 지역 학생 인권 운동), 전혜원(2010~2011년 서울학생인권조례 주민 발의 운동), 김동균(어쓰, 2011년 대학 입시 거부 운동), 정재환(검은빛, 2012년 청소년 참정권 운동)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집필자 공현은 "청소년이기 때문에"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무시당했던 경험, 학교와 교육에서 느꼈던 숨 막힘, 자신이 사는 사회의 문제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싶은 주인 의식, 대개 그런 것들로부터 사람들은 청소년운동을 시작하게 된다"고 했다.

"내가 왜 청소년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왜 청소년운동을 했는지 묻는다면, '청소년이라서 그랬다'는 대답밖에는 할 말이 없다. 오히려 반대로 묻고 싶다. 여러분의 청소년기는 어떠(땠)냐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발버둥칠 법하지 않(았)느냐고. 어차피 몇 년만 참으면 청소년기를 벗어나게 된다는 것은 청소년운동을 하지 않을 이유가 될 수 없다."


인물로 만나는 청소년운동사

공현.둠코 지음, 교육공동체벗(2016)


#청소년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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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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