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지나가는 21일 저녁의 명동성당 앞, 대시민 선전 라디오방송 <일상으로의 초대 "광화문으로 와라">가 진행됐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이 다가오는 농성 1500일을 앞두고 개최한 39일간의 선전전 <일상으로의 초대>의 일환이다. 공동행동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로 인한 장애인의 일상과 요구사항을 알리고 시민들의 연대와 지지를 구축하기 위해 <일상으로의 초대>를 다가오는 28일까지 진행 중이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은 지난 2012년 8월 21일부터 시작하여 4년째 계속하고 있다. "광화문으로 와라" 선전 라디오는 사회자와 게스트가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며 현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의 문제점 및 앞으로의 투쟁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진행됐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하라!"장애등급제란 장애인에게 1급부터 6급까지 등급을 매겨 차별적으로 복지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라디오 초대손님으로 나온 노들야학의 명학 활동가는 "비장애인 복지 수급자에게 1급, 2급 매기지 않으면서 왜 장애인에게만 등급을 매기느냐", "장애인 당사자가 필요로 하는 복지 서비스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장애등급제는 낙인의 사슬이다"라고 지적했다.
부양의무제는 국가에서 수급 신청자의 1촌 및 직계가족과 그 배우자의 소득에 따라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권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빈곤사회연대 윤애숙 조직국장은 "국가는 '맞춤형 개별 급여' 도입으로 사각지대를 발굴해 빈곤을 해소하겠다고 선전했지만 부양의무제는 그대로 유지해, 복지 사각지대를 계속 내버려두 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양의무제가 가족관계를 나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난한 경우 가족에게 강제로 부양 의무가 주어짐으로써 가족 간 관계가 끊기고 해체되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한탄했다.
또한 부양의무제를 실시하면서, 다른 한편 실제 가족에게 부양을 못 받는 사람이라도 국가가 제대로 책임지고 있는가 보면, 이마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애숙 국장은 이처럼 복지의 개념 자체가 잘못 설정된 부양의무제의 문제가 여러 차례 지적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폐지되고 있지 않은 이유는 "국가가 복지비용을 늘리지 않아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사회 상대적 빈곤율은 14%대로 높은 수준이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수급자 수는 전체인구의 3%대에 불과하다. 그리고 실제 본인의 소득은 빈곤선 이하이지만 부양의무제 때문에 수급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인구가 수급자 수만큼 존재한다.
공동행동의 광화문 농성은 계속된다
광화문역 지하보도에서 4년째 진행되고 있는 공동행동 '장애인 농성'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봤을 것이다. 교보문고나 광화문역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한번쯤은 영정을 둘러보고, 서명을 하거나 본 농성의 상징인 분홍종이배를 접은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거리에서 꾸준하게 장애인 인권을 외치고 있는데도 현실은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이 광화문 농성을 시작할 때는 없었던 영정사진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제대로 된 수급이나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로 4년 동안 16개의 영정사진이 광장에 놓여졌다. 라디오 진행자와 초대손님은 이런 상황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농성장을 지켜온 활동가는 "국가가 제대로 된 정책을 폈다면 영정사진이 하나도 없었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투쟁을 이어나가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이날 <일상으로의 초대 "광화문으로 와라"> 대시민 라디오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이들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가 폐지되는 그날까지 광화문 농성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공동행동은 광화문 농성이 1500일을 맞게 되는 9월 28일부터는 광화문 광장에서 2박 3일 캠프를 펼칠 예정이다.
"우리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라는 나쁜 제도를 폐지하고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도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이제 광화문광장에서 2박 3일간 펼쳐질 캠프에서 많은 시민이 이들에게 화답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