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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개골
두개골 ⓒ 이상옥

       한 마리 착한 짐승 같은
       청동화살촉이 꽂힌 상대 병사의 두개골
                  -이상옥의 디카시 <은허박물관에서>

앞의 연재에서 지적한 대로 은나라 마지막 주왕이 폭정으로 백성의 신뢰를 잃고 주 문왕이 민심을 얻음으로써 아들 주 무왕은 은나라를 기원전 1046년에 멸망시켰다. 주나라는 은나라의 속국 같은 작은 나라였지만, 덕을 얻었기 때문에 덕을 잃은 왕조를 무너뜨리고 역성혁명으로 새 왕조를 세울 수 있었다.

주나라는 조상신을 섬기고 정성 들여 제사를 드림으로써 예를 존중하는 기풍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니 예와 덕을 중시하는 주나라가 공자에게는 이상 국가로 여겨졌던 것이 아니겠는가.

지난 9월 16일 안양으로 가서 오전 주 문왕의 유폐지 유리성을 둘러보고 오후에는 중국문자박물관과 은허박박물관 둘러봤다. 중국문자박물관은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자와 관련된 유물만을 전시하며 한자의 발전사와 소수민족과 세계 대표문자도 함께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문자박물관 정면이 아닌데도 규모가 매우 크게 보인다.
중국문자박물관 정면이 아닌데도 규모가 매우 크게 보인다. ⓒ 이상옥

 입구에서 한참 걸어 들어가서 지하애 진열된 은허박물관을 둘러 볼 수 있었다.
입구에서 한참 걸어 들어가서 지하애 진열된 은허박물관을 둘러 볼 수 있었다. ⓒ 이상옥

 순장 당한 유골들 발굴 현장을 재현
순장 당한 유골들 발굴 현장을 재현 ⓒ 이상옥

 마차와 함께 말과 마부를 순장시킨 차마경 발굴 현장을 재현
마차와 함께 말과 마부를 순장시킨 차마경 발굴 현장을 재현 ⓒ 이상옥

 정교한 청동기.
정교한 청동기. ⓒ 이상옥

 은허에서 발굴된 갑골문자
은허에서 발굴된 갑골문자 ⓒ 이상옥

중국문자박물관이 이곳에 건립된 것은 1921년 하남성 양사오문화의 유적지에서 발굴된 도자기에 새겨진 다양한 기호가 최초의 중국문자로 인정된 것과 아울러 은나라(상나라) 유적지인 안양의 은허에서도 최초의 갑골문자가 대량 발굴되었기 때문이다.

양 박물관에는 갑골문자를 비롯하여 도기, 청동기, 옥기 등이 즐비하여 고대사회의 정교한 문화 수준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 하지만 정작 은허박물관에서 눈길은 끈 것은 병사 두개골과 차마갱이었다. 병사 두개골은 예리한 청동화살촉에 맞은 흔적과 검에 찔린 자국이 선명했다. BC 1천년 전에도 청동검, 총동화살촉으로 무장하여 잔혹하게 싸웠다고 생각하니, 정말 인류는 역사는 전쟁과 다툼의 역사였다는 것을 몸서리치며 확인했다.

고대사회의 잔혹사

차마갱에서는 고대 최초의 국가의 하나인 상나라 때의 노예제도와 순장제도를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유력자가 죽으면 그 주변에 함께 살았던 사람과 말 등 동물들을 함께 순장시킨 것이다. 심지어 제사를 지낼 때 인두제사, 즉 산 사람의 목을 베어 동으로 만든 그릇에 넣고 삶아서 제물로 삼기도 했다니...

기원전 고대사회의 다수 지역에서 행해진 제도로, 고구려와 신라 때도 순장풍습이 있었다. 아직 인륜이라는 개념이 확립되기 전이라 지금의 시각으로 함부로 예단할 수는 없지만, 순장제도나 인두제사 풍습은 고대사회의 잔혹사인 것만은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올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디카시#은허박물관#중국문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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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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