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그 뒤 5년. 멀쩡했던 강이 죽고 있습니다. 1000만 명 식수원인 낙동강 죽은 물고기 뱃속에 기생충이 가득합니다. 비단결 금강 썩은 펄 속에 시궁창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드글거립니다. 혈세 22조원을 들인 사업의 기막힌 진실. '4대강 청문회'가 열리도록 '좋은기사 원고료 주기'와 '서명운동'에 적극적인 동참을 바랍니다. 이번 탐사보도는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불교환경연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공동 주최했습니다. [편집자말] |
이명박씨, 안녕하신가요?
저는 그리 안녕치 못합니다. '4대강 독립군'과 함께한 지난여름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확신했습니다. 16개 댐의 수문이 열리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당신의 비싼 자전거를 타고 강변에 나가서 4대강 펄에 발을 한 번 담가 보십시오. 그 펄을 퍼서 코에 대 보십시오. 혈세 22조 원이 4년 만에 시궁창 펄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대강의 역습이 시작됐습니다.
당신은 졌습니다당신은 이미 졌습니다. 당신이 죽인 4대강에 패했습니다. 아이러니입니다. 4대강은 죽어가면서 진실을 드러냈습니다. 녹조가 해마다 짙어지는 것처럼, 진실은 해마다 더 참혹한 모습으로 자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수문을 계속 닫아둔다면 몇 년이 지나지 않아서 죽은 4대강이 당신을 덮칠 겁니다. 다시 말하는데,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4대강 청문회를 열자'(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대한하천학회 공동 주최) 탐사기획에 실린 30여개의 기사를 보셨는지요? 그 중 한 개만이라도 읽었다면 당신이 저지른 일을 알 수 있을 텐데, 혹시 몰라서 4대강 독립군이 만든 동영상 두 개를 보여드립니다. 국민 3분의 2가 물을 정수해 먹는 식수원 한강과 낙동강에서 캐낸 특종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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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궁창에 사는 실지렁이, 수도권 상수원에도 산다 'MB 유충‘들이 남한강에서도 발견됐다. 수도권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실지렁이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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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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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수질' 지표종인 실지렁이 채취 장면입니다. 실지렁이가 4급수에 산다는 것은 당신이 그토록 비난했던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 환경단체'가 지어낸 말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환경부가 지정한 공식 지표종입니다. 물론 그들은 꿀 먹은 벙어리입니다. 실지렁이 몇 마리 나온 것으로 너무 호들갑을 떤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강과 낙동강에서 삽질 한 번 해 보세요
당장 삽 들고 남한강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가보십시오. 당신이 굴착기로 파헤친 뒤 물을 가둔 곳입니다. 4대강 독립군이 네 곳을 팠는데, 세 곳에서 나왔습니다. 한 삽에 많게는 20여 마리가 나왔습니다. 모래톱이 눈부시고, 여울이 반짝이던 곳이었습니다. 영남인의 식수원 낙동강에서 삽질 해보십시오. 드글드글합니다. 금강은 실지렁이와 4급수 지표종 '깔따구 천국'입니다.
사실 저는 당신 때문에 비행기를 많이 탔습니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처음으로 내걸었을 때인 2007년 3월 독일과 네덜란드의 운하를 취재했습니다. 검은 색 선글라스를 끼고 운하 공약을 처음으로 발표했던 독일 마인도나우 운하 힐폴슈타인 갑문에서 당신이 브리핑을 받았던 독일 연방수로국 뉘른베르그 지부 슈테파니 텝케 부국장의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는 당신과 전혀 다른 말을 했고, 마지막으로 진저리를 치면서 했던 이 말이 아직도 인상 깊습니다.
"이 전 시장 일행은 나의 프레젠테이션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고,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 이 전 시장 일행은 브리핑 중 자리를 뜨기도 했다. (힐폴슈타인 갑문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를 25m 수직 상승시키는 모습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오는데…. 자꾸 자리를 비웠다. 궁금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난 그 자리에서 브리핑을 접었다." (2007년 3월2일
[이명박 발 경부운하, 축복인가 재앙인가④] 해발 400m, 힐폴슈타인 갑문 통제소에 서다 중에서 발췌)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확인한 사기극
당신의 장밋빛 공약은 사기였습니다. 당신은 '운하를 만들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네덜란드에 가서도 당신이 만났던 똑같은 사람을 만나 물어봤지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도로와 철도 등 운송 기술을 발달하면서 한때 번성했던 운하의 도시들이 쇠락해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당신은 대통령이 된 뒤 또 사기를 쳤습니다. 운하 공약으로 내걸 때만 해도 "국민 돈 한 푼도 들이지 않겠다"고 큰소리를 쳤지요. 대통령이 된 뒤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이름만 바꿔서 세금을 쏟아 부었습니다. 수심 6m를 파서 쓸데없이 물을 가둬둔 건 누가 봐도 운하입니다(뒤늦었지만 지난 2013년 7월 감사원이 '4대강은 대운하를 염두에 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제가 미국 운하 재자연화 현장을 취재한 것도 이 즈음입니다.
"MRGO(Mississippi River Gulf Outlet:미스터고) 운하는 지난 40년대부터 해군과 선주, 해운업자들이 로비를 벌여 60년대에 완성됐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2009년에는 그곳을 완전 폐쇄한다. 당시에도 막대한 건설비용이 들었지만, 복원 비용은 무한대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운하건설이 잘못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운하건설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 사망했다." (2008년 3월3일.
[미국 운하를 가다①]에서 발췌)
폭풍해일 모델링의 세계적 권위자인 하산 마시리키 미 루이지애나 주립대 교수(수문 모델링, 물의 흐름 전공)가 한 말입니다. 미국은 지난 1958년부터 1965년까지 8년여에 걸쳐 뉴올리언스 인근 습지를 통과해 멕시코 만과 뉴올리언스를 이은 122km의 MRGO운하를 폐쇄했습니다.
미국운하 복원 비용만도 100배"플로리다의 '관통바지운하'는 만들다가 포기해버렸지만, 오키초비 호수로 유입되는 166㎞의 구불구불한 키시미강(Kissimmee River)도 인공운하로 만든 적이 있다. 강의 길이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지금은 그 강을 다시 원래 형태로 복원하고 있다. 물론 완전한 복원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복원 비용만도 운하를 만든 비용의 100배에 달한다. 한국은 왜 거꾸로 가는가." (2008년 4월 11일.
[미국 운하를 가다 ⑥]에서 발췌)
습지보전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윌리엄 미치(William Mitch) 교수의 말입니다. 결정이 빠를수록 복원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키시미 운하는 1971년 완공되자마자 복원을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4대강 찬성론자들과는 달리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안 것이겠죠. 1971년 주지사가 복원 공청회 제안, 1976년 주 법인 키시미강 복원법에 따라 공동위원회 발족, 1992년 연방정부 수자원법에 따라 복원계획이 승인됐습니다. 오는 2017년까지 복원 4단계 사업을 마칩니다.
4대강 독립군이 미국에 가는 까닭
이명박씨, 당신은 4대강 댐을 철거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대안 없이 비판만 한다'고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그래서입니다. '4대강 독립군'은 오는 12월에 또 미국으로 날아갑니다. 당신의 선망했던 '국격의 나라'이죠. 당신이 4대강에 세운 16개의 댐보다 수천 수만 개의 댐을 건설한 나라입니다. 세계 최대 댐 보유 국가입니다. 250만개나 된다고 합니다. 4대강에 세운 높이의 댐만 해도 1만개에 육박합니다.
미국은 그 댐을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00년간 1300여개의 댐을 허물었습니다. 2012년 한 해 동안 63개의 댐을 철거했답니다. 당신은 '녹색 르네상스'라는 헛구호를 외치면서 4대강에 댐을 세웠지만, 미국은 지금 경제를 살리려고 댐을 철거합니다.
"미국에서 댐 철거를 고려함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성이다. 미국 위스콘신에 위치한 14개의 댐 철거 사례 보고서를 살펴보면 댐 보수를 통해 댐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비용은 댐 철거에 예상되는 비용보다 3배나 높다고 한다(Born et al. 1998). 또한 어업은 주민들에게 있어 중요한 수입원의 하나로 어획 및 생태·낚시 관광을 통한 수입, 유지보수 및 어도설치를 위한 비용, 댐을 통한 전력을 생산하는 것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를 통해 댐 철거를 결정한다.(Kruseand Scholz 2006)" (2014 한국 수자원학회지. '외국 댐관리 관점에서 바라본 향후 한국의 댐관리 방향'에서 발췌)
이게 대안입니다. 댐을 부수는 게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겁니다. 미국에 가서 4대강 사업을 할 때 당신에 빌붙어 곡학아세했던 수많은 학자와 공무원, 언론인들이 하지 못한 이야기를 배우겠습니다. 4대강 독립군들이 페이스북 생중계와 탐사 보도로 4대강의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듯이, 미국에 가서 댐을 철거한 뒤에 강이 살아나는 모습을 전하겠습니다.
이명박씨, 4대강은 안녕하지 못합니다. 썩은 몸에서 구더기가 들끓듯 실지렁이와 깔따구 유충이 시궁창 펄에서 들끓고 있습니다. 이게 말 못하는 4대강이 말하는 겁니다. 4대강에 다시 상식과 정의를 세우고 당신의 오만과 광기를 심판하려는 최후의 몸부림입니다. '4대강 독립군'도 당신을 심판대에 세우는 일의 마중물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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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사 원고료 주기'에 참여해주신 1846인. 당신이 4대강 독립군입니다. '4대강 청문회' 서명운동에 참여해주신 28,412인. 여러분이 4대강 독립군입니다. 금강과 낙동강을 지켜온 김종술, 정수근 시민기자도 있지만, 여러분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으로부터 4대강을 해방시키려는 독립군입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대한하천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기획에 많은 분들이 '좋은 기사 원고료 주기'와 '서명운동'에 참여해주셨습니다. 가만히 있지 말고 4대강이 잊히지 않도록 노력해달라는 채찍과 격려로 받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877만 원. 원고료 목표액 3000만 원을 거의 채웠습니다. 1000원에서부터 100만 원의 익명 기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이 성원해 주셨습니다. 미국의 강 복원 현장을 취재해서 대안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서명운동 목표치 10만 명에는 이르지는 못했지만, 서명지를 '여소야대' 국회에 전달해서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4대강을 예전처럼 흐르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