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간접고용이 심각한 가운데,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조선산업 살리기 경남공동대책위'는 27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조선소 간접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조선소는 건설현장과 비슷한 다단계 구조다. 특히 '물량팀'(재하청 일용직)의 간접고용은 매우 심각하다. 물량팀 노동자들은 고용불안뿐만 아니라 임금체불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큰사진보기

김태욱 변호사(금속법률원)를 통해 "구조조정 국면에서 물량팀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임금체불'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재해율 증대' 등을 겪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간접고용은 고용과 사용의 분리를 전제로 하여 중간착취를 합법화하는 제도"라며 "파견법 폐지와 직업안정법 규율, 도급과 근로자 공급 기준의 엄격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파견법은 직접고용의 원칙이라는 노동법의 근본취지를 훼손한 것이고, 중간착취와 간접고용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접고용의 예외인 근로자 파견 제도를 금지하고, 직업안정법에 의해 근로자 공급사업과 직업소개로서 규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임금체불 개선 방안과 관련해, 김 변호사는 "일정 요건 하에 '직상수급인'의 직접 지급 조항을 근로기준법에 도입하고, 표준하도급 계약서에 임금채권 지급에 관한 특례 조항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그는 "현재 건설업에서 시행되고 있는 건설근로자 노무비 구분관리와 지급확인제 지침을 표준하도급 계약에 반영하거나, 일부 조선소에서 시행하고 있는 '임금채권을 금융기관에 예치한 뒤 지급일 도래시에 금융기관이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방안'인 '에스크로 계좌 활용 방안'을 표준하도급 계약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밖에 김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 등 갖가지 사례와 함께 '민주노총 요구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김동성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준비위원장은 토론에서 "조선업 경영위기의 피해는 거의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그 일차적인 대상이 하청 노동자 중에서도 물량팀 노동자다"며 "가장 손쉬운 임금 삭감 대상이고 한두 달 체불되는 것은 예사이며, 항상 고용 불안 속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2차 하청인 물량팀은 형식상 도급이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않은 명백한 불법파견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며 "하청 노동자의 피해를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조선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단계 고용구조는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고 했다.

황현국 거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팀장은 "현재 조선업 하청노동자의 가장 문제점은 임금체불과 더불어 고용불안이다"며 "동일노동 가치에 대한 동일임금은 둘째치더라도 생존이 달린 임금과 고용에 대한 불안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노동자의 삶이 불안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하청 중심의 생산구조를 포기하고 원청이 하청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되기 이전이라도 하청노동자의 임금과 퇴직금이 제대로 지급되도록 하는 책임을 원청사에 부가해야 한다"고 했다.

또 그는 "빈번하게 벌어지는 하청업체의 폐업과 변경시에 원청사에서 책임지고 새로운 하청업체 또는 다른 업체가 고용을 승계하도록 의무화 해야 한다"며 "정부는 '사내하청도급근로자 보호지침'을 만들어 고용승계 노력을 명시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기에 실효성 제로인 셈"이라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의 조선업 하청노동자 지원대책의 대부분은,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주를 지원하는 방식이고, 고용유지지원금을 비롯해 거의 모든 대책이 사업주에게 지급된다"며 "실업급여의 금액 인상과 수급기간 연장 등과 같은, 지원대책의 예산이 실제 하청노동자에게 지원될 수 있도록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