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함경북도 지역이 집중호우로 물에 잠겼다. 8월 말 두만강을 끼고 있는 함경북도 지역을 10호 태풍 라이언록이 휩쓸고 가면서 많은 비를 퍼부어 수해가 발생했다.
평양 주재 유엔 조정관실은 9월 14일 성명을 내고 "과거에도 북한이 홍수피해를 봤지만 이번 홍수는 근래에 가장 심각해 엄청난 손상을 입혔다"라고 밝혔다. 이 기구에 따르면 이날까지 138명이 사망하고 400명이 실종됐으며 가옥 2만 채가 무너졌다.
북한도 수해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면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9월 14일 몽골, 베트남 등 아시아 9개국 대사들을 초청해 '정세통보모임'을 갖고 수해복구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권정근 북한 유엔대표부 참사는 미국의 대북지원단체들에 이메일을 보내 함경북도 지역의 수해 상황을 설명하고 긴급지원을 요청했다.
평양 주재 유엔조정관실은 앞으로 6개월간 함경북도 회령시와 무산군, 연사군, 온성군, 경원군, 경흥군 등 6개 지역의 수재민 60만 명을 돕는데 2천820만 달러(약 316억 원)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를 상대로 모금에 나섰다.
국내의 민간대북지원단체들은 수해를 돕기 위해 모금에 나섰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는 북한 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에 제3국에서 북한주민접촉 신청을 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수리 거부를 통지하면서 사실상 접촉을 불허했다.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대북지원단체는 수해에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국제기구를 통해야만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됐다. 일부 단체는 유엔기구를 통해, 일부 기구는 국제적십자사를 통해 수해를 지원할 계획이다.
"김정은에게 공이 돌아간다"... 유치한 통일부통일부는 단순히 민간단체의 대북수해지원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해에 악담을 퍼붓는 수준이다. 특히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의 발언은 유치한 수준을 넘고 있다.
정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에 대해 묻자 "이런 시점에서 그것(수해 지원)의 공은 다 김정은에게 간다"면서 "외부에서 지원하든 내부에서 스스로 하든 결국 그 독재자에게 (공이) 돌아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외부에서의 지원이라는 것도 굉장히 허망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1일 브리핑에서 "북한에서 수재가 나고 해방 이후 최악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을 하고 있으면서도 김정은은 (로켓) 엔진 실험장에서 활짝 웃고 있다"며 "이러한 이중적인 북한의 태도를 고려할 때 북민협의 움직임이 과연 적절한지 스스로 자문해 볼 때"라고도 말했다.
이같은 인식은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보지않고 이상한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기 어렵다.
정 대변인은 앞서 19일에는 정례브리핑에서 "모든 긴급구호의 국제적인 원칙은 해당 국가가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아무리 어렵더라도 해당 국가가 요청하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로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남북관계에서 상대방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지원하는 경우도 적잖이 있었다는 점에서 보면 이 발언 역시 군색하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발언도 허망하다. 홍 장관은 27일 국정감사 '업무현황보고'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영유아와 임산부 등 취약계층이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되, 구체적인 지원 시기와 규모 등은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대북) 수해지원은 지원의 실효성과 투명성,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현시점에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수해라는 재해로 인한 북한 주민의 고통도 외면하는 정부가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이어가겠다는 설명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결국 면피용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다.
또 홍 장관은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통일연구원(KINU) 국제학술회의 축사에서 "최근 수해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하면서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핵실험과 미사일 엔진 실험까지 단행했다"며 "더욱이 수해복구까지 '적대세력들과의 치열한 대결전'이라고 표현하며 수해 복구를 제재에 대한 전투로 인식하는 등 모든 상황을 핵을 비롯한 무력 도발과 연결지어 선전, 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평소에 노동신문 등 북한의 언론매체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비전문가(북한 문제에 관한)임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북한은 동원형 경제시스템을 이어가고 있으며 전투적 구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북한 수해에 대한 통일부의 이같은 언급과 입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 여러분! 인간의 존엄이 존중되는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데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수해에 대한 태도를 통해 이 발언이 진심으로 북한 주민의 존엄을 생각했다기 보다는 체제 대결 차원에서 북한 붕괴에 목적이 있었고 이를 통한 흡수통일에 무게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의 이같은 흡수통일 구상은 이뤄질까.
북 주민의 대중친밀도↑, 대남친밀도↓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2015년 한해 동안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 138명을 심층 면접해 발표한 '2016년 북한주민 의식과 사회변동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친밀한 주변국가가 어디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6.8%가 중국을 지목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 때의 72.9%보다 3.9%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반면 남한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5.9%로 작년의 22.9%에 비해 7%포인트 하락했다.
'북한이 잘 살기 위해 어느 나라와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는 47.1%가 중국을, 43.5%가 한국을 꼽았다. 또 남한을 '힘을 합쳐 협력해야 할 대상'이라고 답한 응답률은 지난해 62.3%에서 올해 53.3%로 9.0%포인트 낮아졌다. '남한이 무력으로 북한을 침공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도 57.2%가 '그렇다'고 답해 작년의 48.6%보다 8.6%포인트 상승했다.
과연 현 정부의 바람처럼 북한이 붕괴된다면 북한 주민들은 주변국 중 어디를 선택할까. 지금으로선 중국이 될 것 같다. 북한 주민의 마음을 잡지 못하고 통일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은 동의하기 어렵다. 독일의 통일도 결국 동독 주민의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과연 수해로 인한 북한 주민의 고통을 비아냥대고 즐기면서 통일이 가능할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반도평화포럼 사무차장입니다. 이곳은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실현하기 위한 학자, 전문가, 시민단체중견활동가들의 인식공동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