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대전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조원휘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의회 의원(이하 조위원) 주최로 '대전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4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선, 1987년부터 원자력발전소에서 이송해 보관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 건식재처리)연구의 위험성과 안전성에 대해 논의했다.
대전원자력연구원은 1987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의 원자력발전소에서 1699봉(21차례)의 사용후핵연료을 옮겨왔다. 사용후핵연료(이하 고준위방사성폐기물)는 발전을 마친 핵연료로, 강한 방사능을 방출해 생명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물질이다. 원자력연구원이 이렇게 위험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언제, 어떻게 무슨 공법으로 이송했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거기에 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부터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이용한 파이로프로세싱(이하 건식재처리) 실험을 추진하면서 환경단체와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왔다.
이날 토론회는 원자력연구원에서 진행하는 실험과 보관중인 폐기물 등이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안전한지 등 그 위험성과 이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영희 카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하 이교수)와 이정윤 원자력안전과 미래 대표(이하 이대표)가 발제자로 나섰고, 김정남 대전 CBS 기자(이하 김기자), 박재묵 전충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하 박전교수), 박종운 동국대학교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이하 박교수),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처장(이하 양처장)이 토론자로 참석해 다양한 논의를 이어갔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 교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와 주민참여-스웨덴 핀란드의 사례'를 주제로 발제했다. 이 교수는 "핀란드의 경우 30년간 지질연구, 지역 환경영향평가 등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투표, 환경영향평가의 회의록 공개 및 주민참여 등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국가적 논의가 진행되었다"고 알렸다. 이 교수는 그 결과 국민적 합의와 신뢰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 대표는 "연구소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지역 주민은 무한대로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고 경고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현재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 어떻게 원자력연구소로 옮겨져 보관되고 있는지 조자 확인이 불가한 상황이다"라며 "때문에 주민들에게 이송과 보관 방법과 실태, 고준위방사성 폐기물의 실험에 관련된 사항, 사고에 대비한 시스템 문제 등을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감시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국제적으로도 체계적인 감시시스템들이 법제화 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적극적인 주민들의 감시시스템 구축은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부연했다.
김 기자는 "국가에서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는 '대전지역 원자력안전협의회'조차 관련 정보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대표성을 가지고 역할을 하기 위해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교수는 "최근 경주에서 발생한 강진과 상관없이 핵발전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안전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시민참여감시기구에 대한 실제적인 감시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전 교수는 "선진국들도 중도포기한 고속로 상용화는 재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속로 운영을 위한 고준위폐기물의 재처리 사업인 건식재처리는 순수한 연구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양한 원자력 실험을 하는 원자력연구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며 "지자체와 시민들 역시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양 처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조차도 정보공개에 한계가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명하게 공개된 정보를 쉽게 해석할 수 있도하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관련 상임위원과 지역위원이 공조하여 함께 노력할 것"을 제안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조원휘 의원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사용한 건식재처리 연구를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상황이 이럼에도 원자력연구원에 대한 규제와 감시방안은 전무하다"면서 "3자 검증시스템 마련과 투명한 정보공개가 원자력연구원의 안전에 대한 신뢰를 회복에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7년부터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활용한 건식재처리 연구를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고, 환경단체 등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