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연금재단(아래 기장연금재단)이 총 22억여 원에 이르는 현금과 부동산을 회계장부에서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기장연금재단 2016년도 상반기 결산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장연금재단은 1억5260만여 원의 현금과 증여로 취득한 약 20억8241억 원(공시기자)의 토지 등 총 22억3501만여 원을 기장누락했다.
특히 이러한 현금·부동산 기장누락이 1953년 교단 창립 이후 오랫동안 이뤄져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를 두고 진보신학을 이끌어온 기장마저도 '종교재단'이라는 특수성을 이용해 부실한 회계처리를 묵인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과 법인 등은 돈을 얼마나 벌었고, 어떻게 썼는지를 재무제표(회계장부)에 기록해야 하는데 이것을 기장(記帳)이라고 한다. 기장은 세금신고를 위해서 장부를 작성하는 것이어서 기장을 누락했을 경우 조세포탈 등을 의심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장연금재단 쪽은 "고의로 누락한 것이 아니라 재단에 들어온 돈 가운데 확인되지 않은 돈이 있어서 회계에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차후에는 확인되지 않는 돈도 입금될 때부터 회계처리하겠다"라고 해명했다.
기장연금재단은 총회 소속 교역자들의 퇴임 후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곳이다. 재단에서는 현재 313억여 원의 자산을 기금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연금가입자는 1814명이다(6월 30일 기준). 기장 안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4개 계좌 예치 1억5260만여 원 기장누락
기장연금재단 감사는 지난 7월 25일 재단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였다. 이는 2016년 상반기 결산분 정기감사로서 법인 재산 상황과 회계, 이사회 운영과 업무, 전년도 감사결과 조치 내역 등이 감사대상이었다. 감사는 지난 7월 31일 감사결과를 담은 '감사보고서'를 재단에 제출했다.
최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먼저 기장연금재단은 신한은행과 우체국에 개설한 4개 계좌에 현금 1억5260만여 원을 예치했지만 이를 기장누락했다. 이는 올 6월 30일을 기준으로 집계한 것인데, 이러한 기장누락은 2014년과 2015년에도 있었다. 2014년에는 약 1억3784만 원, 2015년에는 1억8223만여 원을 기장누락했다.
그런데 이러한 기장누락은 '관례적'이었다. 감사보고서는 "이와 같은 기장누락은 매회계결산마다 관례적으로 있어왔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2014년 이전에도 현금 기장누락이 있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실제 현금 기장누락 규모는 2년 반치인 4억7267만여 원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53년 교단이 창립한 이후 이러한 기장누락이 계속 이어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에서 의뢰받아 감사보고서를 검토한 한 회계·세무전문가 A씨는 "재단에 돈이 들어왔는데 그것을 회계장부에 기록하지 않았다면 보고의무 회피, 신고 불성실로 인정돼 가산세를 부과받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감사는 "소급하여 3년간 매회계결산시 회계결산서에 기장되지 않는 현금이 당해 법인의 회계장부에 정상적으로 전입됐는지 여부에 대한 감사를 본 감사의 연장선에서 계속해 조기에 감사결과를 추가 보고할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문했다.
추가감사를 통해 기장누락된 현금이 재단사업에 제대로 쓰였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계·세무전문가 A씨도 "기장누락된 돈을 재단의 고유목적사업에 썼는지 사적으로 썼는지를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영근 기장총회 재정부장은 "고의로 누락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여러 통장으로 헌금 등이 들어오는데 그동안 정리되지 않거나 확인되지 않는 돈을 결산에 반영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박 부장은 "그런데 이번 감사에서 돈이 들어올 때부터 다 회계에 반영하라고 지적해서 단식부기를 복식부기로 바꾸는 등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증여받은 연지동 토지 20억8241만 원 기장누락
기장연금재단은 현금뿐만 아니라 부동산도 기장누락했다. 기장은 지난 1994년 4월 서울 종로구 연지동 136-56번지 토지(431.14㎡, 약 131평, 12.11%의 지분)를 재단법인 미국예수교북장로파 대한선교회 유지재단으로부터 증여받았다.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이 들어서 있는 연지동 토지는 증여받은 뒤 같은 해 6월 등기를 완료했다. 공시가격은 등기 당시에는 약 20억8241만 원이었고, 올 6월 30일 현재에는 42억8984만여 원이다.
감사보고서는 "연금재단이 출연하거나 매입한 금액 위주로 출자금명세표를 작성한 관계로 연금재단이 증여로 취득한 연지동 136-56번지의 토지가격(공시지가)이 회계장부에 기장누락됐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994년 6월 등기를 완료한 이후에는 재단 자산으로 기장해야 하는데 이를 계속 누락해왔다는 것이다. 회계·세무전무가인 A씨는 "이것도 보고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감사보고서는 "한국기독교회관(연지동 136-46)의 토지와 건물의 지분비율이 (각각) 16.07%임에도 불구하고 15.0%로 잘못 기재했다"라며 "회관출자금명세표는 연금재단이 건물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고,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은 건물의 소유지문(9.56%)와 토지의 소유지분(12.11%)이 상이한데 이러한 정보가 표시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감사보고서는 "연지동 136-56번지 토지의 가격(공시지가+취득 부대비용)을 장부에 기장하고, 연지동 136-46번지의 토지와 건물의 지분비율을 15.0%에서 16.07%로 수정하라"라면서 "연금기금 명세표상 실물투자자산은 토지와 건물을 모두 명시하라"라고 주문했다.
박영근 재정부장은 "미국예수교북장로파로부터 토지를 증여받은 뒤 여러 교단이 연합(출연)해서 건물(기독교연합회관)을 지었다"라며 "이후 재산을 교단 출연금(건물 지분) 중심으로 관리하다 보니 토지 지분이 회계장부에 반영되지 못했는데 이번 감사에서는 증여받은 토지까지 교단 재산에 넣어서 관리하고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총회유지재단에 8억여 원 빌려주고 이자 한푼도 못받아
또한 기장연금재단은 총회유지재단, 총회교육원·기독교농촌개발원 등 산하기관, 한기장전국장로회 등 유관기관 등에 총 11억6500만 원을 빌려줬는데 받지 못한 이자가 1억7520만여 원에 이른다. 이는 대여 원금 대비 15%에 해당하는 금액인데 감사 결과 채권을 보존받을 방안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보고서는 "금원을 대여하면서 근저당권 설정, 채무상황보증서 징수 등 권리취득을 전혀 없었고, 이자와 원금 상황이 몇 개월 연체됐을 때 사고대여건으로 보는지와 사고대여건으로 분류될 경우 단계별 조치방안 등에 관한 '대여금 취급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감사보고서는 "총회의 총무가 (채무자인) 총회유지재단(총회 재산을 소유·관리하는 재단법인)과 (채권자인) 총회연금재단의 상임이사를 당연직으로 맡고 있다"라며 "이러한 환경 하에서는 최초 대여시에 채권보존 조치를 해두지 않으면 추후 관련자가 변경되고 예기치 않는 사정이 생기면 원금과 이자 회수가 부실해질 우려가 높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우려를 증명하듯 기장연금재단은 총회유지재단에 총 8억3000만 원(총 3건)을 빌려줬지만 약 1억7000만 원의 이자를 받지 못했다. 이는 원금의 20.3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자를 받지 못한 기간도 무려 42~43개월에 이르렀다. 게다가 대출금 3건의 만기일이 5~7개월 지났는데도 이를 회수하기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하반기 감사에서 "향후 악성채권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기에 채권 확보 등 특별한 회수노력이 필요하다"라는 감사 의견이 이사회에 보고됐다. 하지만 기장연금재단은 7월 25일 현재까지도 대출금을 회수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연체한 기간에도 연체이자율이 아닌 정상이자율을 적용해왔고, 미수이자 가운데 2675만 원을 기장누락했다.
감사보고서는 "연금재단에서 대여금을 취급하는 관련자 중 상임이사는 채무자(총회유지재단)의 상임이사를 겸하고 있고, 재정부장은 연금재단의 재정과 채무자(총회유지재단)의 재정을 모두 맡고 있다"라며 "채무자의 직위에 있는 자가 채권회수를 해야 할 직위를 겸하고 있는 한 채권회수가 공정하고 신속하기 이루어지지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감사보고서는 ▲ 3건의 대출 '사고건'으로 분류 ▲ 총회유지재단의 상임이사 겸하고 있는 상임이사와 재정부장을 채권회수 업무에서 배제 ▲ 상임이사와 재정부장이 배제된 채권회수 전담팀 구성 등을 권고했다.
박 부장은 먼저 "총회 본부 재단 재정부에서 총회유지재단과 연금재단의 재정을 통합해서 관리하다 보니 총회 총무와 재정부장이 두 재단의 상임이사와 재정부장을 겸하게 됐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박 부장은 "총회유지재단이 아카데미하우스를 매입하면서 연금재단으로부터 돈을 차입했는데 아카데미하우스가 적자를 내면서 제때 이자를 갚지 못했다"라며 "총회유지재단이 차입해서라도 밀린 이자와 원금을 다 상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배태진 총무는 총회 500만 원, 총회유지재단 200만 원, 애큐매니칼펀드 200만 원, 연금재단 300만 원 등 총 1200만 원을 안식월 비용으로 받았다. 감사 결과 기장연금재단은 업무개발비 계정에서 200만 원, 이사회비 계정에서 100만 원을 배 총무에게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교단의 일부 목사들이 지난 8월 배 전 총무 등을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렇게 물의를 빚자 배 총무는 1200만 원을 전액 반납했다.
감사보고서는 "날짜 미상의 날에 총회 임원회가 총회 총무 안식년 비용으로 300만 원을 지출하도록 결의했다고 했지만 연금재단 이사회의 결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라며 "총회의 운영을 담당하는 임원이 별도의 법인인 연금재단의 재정적 지출을 수반하는 사안을 결의할 권한이 없다"라고 밝혔다.
"기장누락된 돈은 어디로? 외부감사 통해 밝혀야"
그런데 기장연금재단은 현금.부동산 기장누락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결과보고서를 기장 총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재단이 총회에 제출한 '이사회 보고'에는 "감사가 지적한 상임이사 특별휴가비(안식년) 비용 지출과 관련하여 이사회 사전 결의는 없었지만 그간 교단 총무와 연금재단 상임이사로서의 수고를 인정하여 추인하도록 한 일" "법인회계지출 관련하여 앞으로 이사장이 회계 지출을 결재하도록 하되 상근할 수 없기에 추결하는 방식으로 결재하도록 한 일" 등만 적혀 있다.
이건화 목사(광염교회)는 지난 22일 기장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번 총회 연금재단 보고서에서 감사보고서가 통째로 빠졌다"라며 "연금재단 이사회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사실들을 총회원에게 알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감추기에 급급한 모양새다"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연금재단이 재단 통장이 아닌 별도의 통장을 관리해온 사실이 이번에 발견됐다"라며 "대기업에서 별도의 통장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사용한 보도는 들었지만, 연금재단에서 별도의 통장을 만들어 현금을 관리한 것은 믿기 어려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매회계결산시마다 (기장누락이) 관행이었다니 (그렇다면) 매년 연금재단 회계장부에서 기장하지 않고 누락한 돈은 어디로 간 것인가?"라며 "외부감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강호 목사(예수로교회)도 다음날(23일) 올린 글에서 "이미 예상했었지만 연금재단 이사회는 감사보고서를 총회원에게 보고조차 안하고 또다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는 것 같다"라며 "이번 101회 총회에서 총회, 유지재단, 연금재단, 한신대에 대한 외부회계감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지 않는다면 제2, 제3, 제4의 내부고발자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