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일터를 떠나야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한국산연 생산직 35명이다. 회사가 이 날짜로 생산부문 폐지와 생산직 정리해고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이오드'와 엘이디(LED) 조명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한국산연은 일본 '산켄(Sanken)전기'의 자회사로 1974년 설립됐다. 한국산연은 40년 넘게 운영해 왔다. 그동안 청춘을 바쳐 일해 왔던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쫓겨나게 되었다.
한국산연은 지난 2월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생산부문을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회사는 영업부문은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회사는 처음에 8월 30일자로 정리해고를 하기로 했다가 한 달 연기했다.
그 전에 회사는 지난 5월 12일 강제 휴업에 들어갔다. 그로 인해 생산직 직원들은 야간수당을 제외한 임금을 받아오고 있다. 평균 월 130~140만원 정도다. 회사는 노동자들이 천막 농성에 들어가자, 9월 임금은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산연 생산직 69명 가운데 이미 희망퇴직으로 34명이 회사를 떠났다. 남은 노동자들은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 조합원 35명이다. 이들은 공장 앞에 천막을 치고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들은 다양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부산 일본총영사관과 서울 일본대사관을 찾아가 도움을 호소하거나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 원정투쟁단은 일본 산켄전기를 찾아가기도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과 노동기관, 자치단체가 나섰지만 회사는 요지부동이다. 노회찬 국회의원(창원성산)과 안상수 창원시장은 우리 정부와 일본대사관 등에 서한문이나 건의서를 보내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창원고용노동지청 등도 나섰다. 하지만 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회사는 정치권과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를 '제3자 개입'으로 여길 정도다.
한국산연 회사는 정리해고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언론사 기자들의 접촉을 피하기도 하고, 전화통화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심지어 노조 기자회견 상황을 파악하러 나온 회사 관계자한테 기자들이 질문을 던지자, 그는 112경찰에 "기자들이 괴롭힌다"며 신고하는 일도 있었다.
한국산연 노-사는 지난 9월 7일 이후 협상 중단 상태이다. 양성모 한국산연지회장은 "30일이 정리해고 일인데, 회사와 특별한 이야기는 없다. 협상은 진전이 없다"며 "회사는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9월 임금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회사 물량은 일본 본사에서 가져왔다. 회사는 물량이 없고 적자라고 해서 생산부문을 운영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일본 본사는 흑자를 내고 있고 연구와 설비 투자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본 본사에서 물량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인데, 현장을 돌리지 못한다고 하니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양 지회장은 "회사는 오로지 정리해고뿐이다"며 "정치권과 창원시, 노동기관 등이 나섰지만 회사는 그들을 모두 '제3자'로 규정하고, 아에 만나지도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30일 이후에도 계속 '정리해고 철회 투쟁'하기로 했다. 이들은 천막농성을 계속 할 예정이다. 그리고 금속노조는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 법적 절차도 진행하기로 했다.
회사는 30일 이후 천막농성장 철거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렇게 되면 마찰도 예상된다.
30일 오후, 사장 집 앞 도로~회사 앞 행진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30일 오후 5시50분 마산 오동동에 있는 한국산연 사장의 집 앞 도로에서 회사 앞까지 거리행진하고, 집회를 연다.
금속노조는 29일 낸 자료를 통해 "한국산연 노동자들의 생사가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며 "그동안 지역민과 국회의원, 경남도의원, 창원시의원까지 나서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회사는 정리해고 철회 입장은 물론 해결책을 교섭 자리에서 찾자는 노조의 요구마저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회사는 지금까지 무대응으로 지속해 왔고, 노동자의 절절한 외침을 외면하였다. 회사의 무대응 태도는 이번 정리해고의 명분이 없다는 것은 확인시켜 줬다"며 "그럼에도 회사가 정리해고를 철회하지 않고 일방적 강행을 지속하는 행위는 일본기업의 탐욕이 노동자를 죽이는 살인행위"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한국산연 불법부당 정리해고를 인정할 수 없으며, 회사가 정리해고를 단행한다면 더욱 강도 높은 투쟁으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후 장기 일본원정투쟁 등 강고한 투쟁에 물러섬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