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생은 전환되는 시점이 있다. 이를 분기점이라고 하는데. 삶의 방향이 전환되는 분기점은 사람마다 달라 정의하기 어렵다. 어떤 이는 그 전환점에 삶이 긍정적으로 변한다. 반대로 또 어떤 이는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한 분기점에 맞이하는 각자의 삶이 그려내고 있는 그림들은 쉽게 표현하기 어렵다. 또한, 타인들의 시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존재한다.
인생의 전환점이란 대개 어떤 계기에 따라 발생한다. 그 극단적인 계기는 때론 죽음과의 대면이다. 그 느낌이 어떨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단, 그 과정을 겪은 사람들을 돌이켜 보면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 갑작스레 그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한 사람. 그저 '주변만 정리하고 가기를 간절히 기도'하던 생사의 기로에 서 있던 한 가장. 지난 23일 50대 중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금도 장사를 하고 있어요. 그 장사가 한때 방송을 타서 한동안 너무도 바빴어요. 정말 밥을 굶으며 잠도 제대로 못 자가며 한 10일 장사하는데 너무 힘들더라구요. 아마 그때 종양이 커졌던 거 같아요."
그는 그저 먹고 살기위해 열심히 살았다. 경북 문경이 고향인 그는 92년 경기도 광주로 들어왔다. 그러는 동안 그는 여러 번 사업의 흥망 성쇄를 겪었다. 그래도 지치지 않고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불행은 그를 비켜가지 않았다.
갑작스런 암 선고. 그 이후 그는 수술을 앞둔 암 병동에서 '주변정리만 잘하고 가게 해달라'고 늘 기도했다. 가족에게 자신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까지 더해져 죽음에 대한 공포감보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컸다. 죽음의 문턱에서 잠시 천운이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다행히 수술이 잘돼 암 완치 선고를 받았다. 이후 그는 자신의 삶을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 생각하고 마무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죽을 고비를 넘겨서인지 이제 무서운 것도 없어졌다.
"죽음의 문턱에서 큰일을 겪고 나서야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암 병동에 있어보니 천당 지옥을 수없이 겪어봤지요. 그제서야 남은 인생 마무리 잘해야겠다는 각오가 들더군요. 큰일을 겪어보니 이제 세상에 무서운 것도 없어진 듯 합니다."
그는 2014년 2월 간암 수술을 받았다. 현재 항암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완치상태다. 암 완치 후 그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 숙고하게 되었다. 또한, 자신 인생의 마무리를 잘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런 그가 간암이 완치된 후 기존의 삶과는 다른 방향을 잡았다.
무언가 뿌듯한 일을 하고 기록을 남기기 위해 그는 병원 퇴원 후 지역신문을 발행하기로 결심했다. 지역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하고, 아름다운 소식을 주변에 알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그저 먹고사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던 그가 사고의 방향이 바뀐 것이다. <광주시민저널> 권태산 대표. 그는 그렇게 신문사 대표라는 직함이 하나 더 늘었다.
"지역 상세히 나타내는 것 우리만의 강점""신문운영에 우려의 시선들이 있었죠. 저희 신문을 후원하는 지역 자문위원회가 있어요. 100명이 목표인데 아직 80여 분 계시죠. 50분 정도로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100분이 모이면 금전적 걱정 없이 신문을 발행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권 대표. 이제 그는 한 작은 기업체의 사장이며 한 음식점의 사장이고 광주지역종이신문의 대표까지 겸업하고 있다. 신문운영은 원래 발행 당시 100여명의 지역 후원회를 모집하여 금전적 걱정 없이 운영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또 그 100인의 자문위원들과 지역의 비전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했다.
예상과 달리 신문운영 현실은 달랐다. 아직 그가 목표한 100인은 달성하지 못한 상태다. 때론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사업의 수익으로 신문의 적자를 메워야 하는 때도 있다. 다만 작년 메르스 문제 등으로 기복이 있었지만 지역문제에 관심 갖는 지역기업인 등과의 교류로 서서히 증가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지역신문은 순수 지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게 지역 언론이 살아가야 할 방법입니다. 또 전국지가 하지 못할 저희만의 강점이기도 하구요."
그는 신문을 통해 "광주시민들의 소소한 삶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며 "활력소가 되고 싶고, 모범사례도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 언론이 살아가려면 순수지역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그것이 우리만 할 수 있는 강점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종종 권 대표는 사람들이 신문기사를 사진으로 찍어 SNS 등으로 공유하며 흐뭇해하는 걸 볼 때 기쁘다고 말했다. 그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힘들지만 이제까지 신문 발행을 해온 것이 잘했구나'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런 관심의 여파인지 최근 후원하려는 분들도 조금씩 늘고 있어 앞으로 더 기대를 하고 있었다. 또 과거보다 지역인물 인터뷰 요청시 환영받는 모습을 보면 매체 자체가 환영받는 것 같아 기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운영계획을 묻는 말에 그는 일단 신문면수를 증면하고 싶다고 했다. "그후 격주가 아닌 주간으로 발행을 이어가고 싶다"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앞으로 장기적인 목표는 "전국에서 으뜸가는 지역지가 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미디어의 위기, 풀뿌리 지역신문 통해 찾아야지난 23일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오는 길. 여러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의 종말을 논하고, 언론사의 존재조차 위기라고 진단하는 현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곳곳에 꿋꿋이 지역 언론을 지켜가고 있는 이들. 게다가 인터넷 언론에 치우친 지금 2년여 간 종이신문을 발간해 오는 모습을 보면서 '미디어 위기를 헤쳐나가는 길'의 모호한 상황에 대한 대답이 될 가능성을 엿봤다.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맞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전국의 지역 언론들. 그 속 조그마한 경기도 광주 지역의 지역 문제들을 꾸준히 거론하는 '광주시민저널'. 그간 주변을 채우던 우려의 목소리들. 엎친데 덮치 듯 메르스 등의 어려운 여파를 버텨가며 벌써 내년 1월 6일로 창간 2년을 맞는다. 월 2회 발행되는 종이신문 광주시민저널. 현재 광주지역 각 관공서에 출입구 등에 비치되고 있다. 지자체장 및 지역주민들 포함해 16면 3천부를 꾸준히 배포하고 있다.
인터넷도 아닌 종이신문. 발행인, 편집인, 소수의 시민기자 등. 그들이 격주로 우편발송과 직접 배포까지 해가며 지키고 있는 지역신문. 그런 쉽게 이해 못할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광주시민저널'. 그 발행인인 5십대 중반의 권 대표가 자신 인생의 전환점에 받은 열정을 가지고 어떤 모습으로 키워나갈 것인가. 아직 그 근본적인 질문을 경기 광주라는 지역사회는 그에게 꾸준히 던지고 있다.
30일 '광주시민저널'은 10월 5일 다음호 발행을 위해 다시 제작에 들어갔다.
덧붙이는 글 | <경기미디어리포트>에도 송고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