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 녹조가 창궐하자 경남도(홍준표 지사)는 식수원을 '강에서 댐으로' 바꾸고 곳곳에 중소규모의 댐을 짓겠다고 했지만, 한국수자원공사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홍준표 지사는 지난 8월 29일, 낙동강 창녕함안보와 칠서정수장을 방문했다. 홍 지사는 "강물을 원수로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다"라거나 "수돗물 불신 극복을 위해 식수댐을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홍 지사는 지난 9월 28일 경남도의회 임시회 도정 질문에 답변하면서 "낙동강 물은 이제 공업용수, 농업용수, 허드렛물로 사용하는 게 맞다. 유럽처럼 식수댐 건설로 우리나라 식수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이날 "환경단체가 댐에 물을 가두면 썩는다는 주장하는데 '참 무식해도 저렇게 무식할 수 있느냐' 싶은 생각이었다"며 "녹조는 물이 고여서 생기는 게 아니라 질소, 인이 포함된 물질이 (여름에) 고온다습한 날씨를 만나 생기는 것"이라 말했다.
경남도는 함양 휴천면 문정리에 지리산댐(문정댐)을 지어 그 물을 중동부 경남권에 이어 부산 등지에도 공급하겠다고 했다. 경남도는 지난 9월 23일 경남발전연구원에서 18개 시군청 담당자가 참석한 가운데 '식수정책 전환'과 관련한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지리산댐 건설을 아직 확정짓지 않았고, 댐 용도에 대해서도 식수가 가능한 '다목적댐'으로 할지 아니면 '홍수조절용댐'으로 할지에 대해서도 결정된 게 없다.
현재 창원과 김해, 양산 등 중동부 경남 주민들은 낙동강 물을 원수로 사용해 정수한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다.
9월 30일 수공 국정감사, 최인호 의원 질의에 답변한국수자원공사는 경남도의 '낙동강 식수원 포기'와 관련해 사전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1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사하갑)에 따르면, 9월 30일 열린 수공 국정감사에서 이학수 사장이 "사전협의 사실이 없었다"고 밝힌 것이다.
이날 최 의원은 수공 국정감사에서 홍준표 지사의 낙동강 상수원 포기 발언에 대해 질의했던 것이다. 최 의원은 "수공이 홍 지사의 낙동강 식수 포기 발언 전후로 협의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학수 수공 사장은 "그거(식수댐 추진)에 대해서 저희가 검토한 바는 없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최 의원이 "낙동강 물을 상수원수로 포기할 수 있느냐"고 묻자 이 사장은 "현재로서는 어렵다"거나 "저희는 낙동강을 지켜야 된다"고 대답했다.
이어 최 의원이 문정댐(지리산댐)을 식수댐으로 용도를 바꿔서 추진하다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 사장은 "저희가 그거 협의한 사실은 없는 걸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최인호 의원은 "결국 홍준표 지사의 낙동강 식수 포기 발언은 정부 관계기관과 사전 협의 없이 발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녹조라떼'라는 오명과 함께 700만 부산·경남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낙동강 수질 악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낙동강 상수원 수질개선 특별법"을 제정하여 매년 2000억원씩 걷히는 낙동강 '물이용부담금'을 수질 개선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유해물질로 강을 오염시키는 강변 폐수 업체들을 한강 팔당상수원보호지역과 같이 강 주변으로부터 멀리 이전시키는 실질적인 수질 개선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제 낙동강에도 상수원 보호구역을 지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