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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누구의 아들, 딸이자, 누구의 아버지 어머니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한 번은 가족을 잃는 슬픔을 겪게 됩니다. 부모(父母)를 잃어본 경험을 가진 자녀라면 그 어떤 위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압니다. 조문을 받는 장례기간 보다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에 고인의 빈자리가 더 크고, 더 많은 눈물을 흘린 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가족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너무나 명백한 죽음, 국가의 폭력으로 인한 죽음은 더욱 그렇습니다.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사과도 하지 않고, 그 처벌도 받지 않게 되는 경우 우리는 용서라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없습니다. 집안의 아버지를 잃은 자녀라면 누구나 고인이 되신 아버지를 평안히 보내기를 소망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들이 허락되지 않고 있는 고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습니다.

"고인의 시신에 다시 경찰 손 닿게 하고 싶지 않다' 지난 28일 오후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강제부검 영장을 법원이 발부한 가운데 고인의 유가족과 투쟁본부측은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고인의 시신에 다시 경찰 손 닿게 하고 싶지 않다'지난 28일 오후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강제부검 영장을 법원이 발부한 가운데 고인의 유가족과 투쟁본부측은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 권우성

고(故) 백남기 농민은  2015년 11월 14일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은 충격으로 쓰러졌습니다. 곧 바로 서울대병원 응급센터로 옮겨졌을 때 서울대병원 담당의사는 두개골 함몰골절과 두부 급성경막하 출혈로 진단하였습니다. 담당의사는 회복수술이 아니고, 생명연장을 위한 수술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급성경막하출혈 때문에 모든 신체장기의 기능이 악화돼 돌아가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의사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함몰부위를 볼 때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에도 나타는 임상적 소견이고, 그냥 서 있다가 넘어질 때에 생기는 상처와는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까지 하였습니다.

고(故)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쓰러지는 동영상과 사진을 보고, 또 보고 수없이 보았습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충격을 주는 제3의 다른 사실이 전혀 없었습니다. CT영상 촬영 등 모든 의무기록을 본 의료전문가들은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이 경막하출혈이고 외인사라고 했습니다. 서울대병원 의대생, 선배 의사 및 대한의사협회도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이 외인사라고 하였습니다.

심지어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합94)도 고(故) 백남기 농민의 머리 부분에 직사 살수행위를 하여 그가 바닥에 쓰려짐으로써 뇌진탕(의학적으로는 급성경막하출혈을 의미함)을 입게 되었고, 이러한 경찰의 살수행위는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습니다.

결국,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의학적·법적 관점에서 너무나 명백합니다. 경찰이 쏜 물대포로 사망하였음이 명백하기 때문에 부검은 전혀 필요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故)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에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응급센터에 후송된 직후에 찍은 CT영상을 볼 때에 두부손상이 너무 심하여 수술조차 할 수 없고, 수술을 하더라도 회복을 위한 것이 생명연장을 위한 것이라고 가족에게 말하던 상황에서, 느닷없이 등산복을 입고 수술실로 들어온 담당의사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가족에게 수술하자고 권유하여 수술을 하였습니다.

유족들이 새로운 희망 가질 수 있도록 해야

최근 수술담당의사는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의사에게 '병사'로 기재하라고 지시하여 경찰이 고(故)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을 신청하는 명분을 제공하였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가족이 투석을 거부하였기 때문에 '병사'라며, 이제는 유족들이 아버지를 죽인 존속살해죄로 고발당할 빌미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고(故) 백남기 농민의 부검영장을 신청하며 검사에 떠넘겼습니다. 검사는 부검영장을 청구하여 법원에 떠넘겼습니다. 법원은 조건부영장을 발부하여 마치 유가족들에게 선택의 자비를 베풀고 있는 듯하지만, 유족들에게 부검의 피를 묻히는 아픈 결정을 강요하는 형국에 불과합니다.

고(故) 백남기 농민의 유족들은 고인을 평온히 보내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있고, 사망의 원인이 명백하기 때문에 부검을 원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고(故) 백남기 농민의 유족들은 부검 집행이라는 칼날 앞에서 고통 받고, 존속살해죄로 고발한다는 인터넷 기사로 조롱당하고 있습니다.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의 원인을 신속히 밝히겠다는 의지의 표명도 없고, 책임자가 사과하거나 책임자가 처벌받을 것이라는 희망조차 없습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돌아가신 이들을 어묵으로 조롱한 이들이 처벌을 받았고, 고(故)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상황에서 구조하는 사람을 썰매타기로 조롱한 이가 처벌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도 고(故)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이 존속살해의 패륜가족이라는 법적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조롱을 가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형사적인 처벌을 받을 것입니다. 

고(故)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들은 경찰의 살수행위에 사랑한 가족을 잃었습니다. 가족의 기막힌 죽음에 대해서 슬픔과 분노가 교차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그럼에도 슬픔과 아픔을 딛고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두 손 모아 기도드릴 때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촛불을 드는 영화의 한 장면은 아닐지라도 고(故) 백남기 농민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데 마음을 모으고, 그의 유족들에게 또 다시 아픔을 가하는 조롱행위를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조롱보다는 아픔을 함께 해 주는 것이 성숙한 민주시민의 참다운 모습입니다.


#백남기 농민#유가족#물대포#부검#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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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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