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마이크로소프트)오피스를 어디서 삽니까. MS 회사 외에 살 데가 없지 않습니까."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아이, 그렇지 않다니깐요. 이것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19조 위반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에 고발이 돼야 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 지난 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벌어진 설전입니다. 이은재 의원은 이 자리에서 업무용 컴퓨터 프로그램인 MS오피스와 아래아한글을 서울시 교육청에서 일괄 구매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또 관련 프로그램을 공개입찰이 아니라 수의계약을 통해 계약한 것을 두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통상 일선 학교들이 지급 받은 학교 운영비를 이용해 각각 구매했던 것을 교육청에서 일괄 구매한 것, 특히나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특정회사와 독점계약한 것을 문제 삼은 것입니다.
얼핏 듣기로는 이해하기 힘든 주장입니다. MS오피스와 아래아한글은 사실상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MS와 한글과컴퓨터(아래 한컴) 두 곳에서 만든 것으로 그들과 계약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조 교육감도 당시 "MS오피스와 한글은 정확히 두 회사가 독점적인 회사다, 저희가 (일괄구매로) 29억 원을 절약했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 자리가 어느 자리인데 나와서 거짓말 증언을 하는가"라면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교육감은 자질이 안 됐다. 사퇴하라"고도 요구했습니다.
이 같은 설전이 뒤늦게 알려지자, 이 의원은 "MS오피스를 MS에서 샀다"고 문제제기 하는 '컴알못(컴퓨터 알지도 못하는 사람)'으로 망신살을 샀습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이러한 비난은 이 의원으로서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MS오피스는 MS에서 계약 당연? 실제로는 총판 아래 파트너사 경쟁 구조우선, 이은재 의원실 관계자는 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 의원은 MS오피스와 아래아한글 중 아래아한글 프로그램 수의계약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이 의원은 당시 "한글프로그램 구매와 관련해서 1, 2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업체와 예상가격의 99% 이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게 그 업체와 무슨 관계가 있어서 그렇게 되나"라고 질의했습니다. 즉, 이 의원이 애초 MS오피스를 MS에서 샀다고 문제 삼은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MS오피스를 MS에서 사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MS오피스를 공개입찰을 통해 계약했기 때문입니다. 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MS는 판권을 가진 총판이 있고 그 총판 아래 여러 개의 파트너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MS는 올해부터 총판을 하나 더 늘려 총판 간 경쟁체제를 만들었습니다.
즉, MS오피스를 MS에서 사는 건 당연하지만 그 계약 관계를 보면, MS오피스의 판권을 가진 총판 아래의 파트너사들이 교육청의 공개입찰에서 경쟁해 그 계약을 따낸 셈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MS오피스를 어디서 삽니까. MS 외에 살 데가 없지 않습니까"라고 말한 조 교육감도 이 의원의 지적을 잘못 이해한 겁니다.
게다가 이 의원의 지적대로 아래아한글은 이러한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통해 구매된 것이 맞습니다.
이와 관련,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MS오피스는 제대로 입찰이 이뤄졌다. 4개 업체가 입찰해서 1개 업체가 됐고, 낙찰율도 (예상비용의) 83.6% 정도로 충분히 인정할 만 했다"면서 "문제는 아래아한글이었다. 1, 2차 입찰 때 아무도 안 들어오다가 3차 때서야 1개 업체가 들어와 입찰됐는데 낙찰율이 (예상비용의)99.9%라 이상하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의원이 이 수의계약을 두고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조 교육감을 질타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한국MS는 총판과 파트너사를 따로 두고 있지만 한컴은 총판만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한컴의 서울 지역 총판은 단 한 곳뿐입니다. 결국 교육청이 공개입찰을 진행하더라도 그 프로그램을 팔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곳이 하나뿐이니 계속 입찰 자체가 유찰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계약은 이 의원이 질타한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청 관계자도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그런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서 한컴에 MS처럼 총판을 두 군데 이상 둬서 경쟁체제로 하라고 얘기하는데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 의원이 공정거래법 위반을 문제 삼고자 했다면 조 교육감이 아니라 계약에 있어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한컴을 질타했어야 되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