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에 (상속·증여세 등) 조세탈루 혐의가 있다면 당연히 살펴볼 것이다."7일 임환수 국세청장의 말이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야당의원들의 미르재단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는 "국세청은 수익사업이 없는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법인세 등과 관련한) 사후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들 법인을 이용해 상속, 증여세 등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다면, 세무조사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물론 현행법상 이들 재벌들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내놓은 755억 원은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 다만 재단이 이 돈을 재단의 설립 목적 사업에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엔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김현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만약 기업들이 공익재단이 아닌 '가상의 인물'에 755억 원을 건넸다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라며 "이럴 경우 세법에 따라 250억820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들 기업들이 미르재단 등에 755억 원을 내지 않았다면, 그만큼 법인세와 지방세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행 법인세법을 보면, 기업소득의 10% 한도 안에서 전액 경비처리가 가능하다. 이번에 낸 기업들이 대부분 대기업인 것을 감안하면, 755억 원 전액이 법인세 과세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전경련, 기업들로부터 준조세 걷고 있어서 없애야" 국세청장 "드릴 말씀 없어"
김 의원은 "미르, K스포츠 재단이 없었다면, 이들 기업들은 총 법인세 166억1000만 원, 지방세 16억6000만 원을 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정부 입장에선 미르재단 등으로 인해 기업들로부터 세금 182억3000만 원을 걷지 못한 셈이 됐다.
또 이날 오후 보충질의에 나선 송영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 사실상 기업들로부터 돈을 모금한 창구가 전경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의 준조세 성격의 돈을 걷고 있는 국세청 유사기관인데, 이런 곳은 없애야 하지 않나"라고 묻자, 국감장 일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송 의원의 질문에 임 청장은 웃으면서 "제가 답변드릴 사안이 아니다"고 짧게 말했다.
이와 함께 여야 의원들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둘러싼 탈세 의혹에 대해 국세청의 대응을 따졌다. 김현미 의원은 "우 수석 처가 식구들이 지분을 갖고 있는 삼남개발에서 배당소득이 나오고 있는데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도 우 수석의 화성 땅 차명 보유 의혹 등에 대한 국세청의 조사여부를 물었다.
이에 임 청장은 "국세청은 권력 실세 여부를 따로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우 수석에 대해선)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니, 결과가 나오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에서 우 수석의 차명 여부가 확정될 경우, 상속 재산 포함 여부를 검토해서 법에 따라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병우 수석 처가 차명재산 드러나면 법에 따라 처리할 것"또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로 수천억 원대의 탈세가 드러난 것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도 이어졌다. 국세청이 롯데 세무조사 과정에서 '봐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3년 국세청이 롯데 세무조사 때 조세범칙 조사로 전환했다면 어마어마한 세금을 찾아냈을 것"이라고 따졌다.
이에 임 청장은 "롯데에 대한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결과가 다른 것은 조사 대상과 범위, 방법 등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라며 "결코 국세청이 봐주기식으로 조사를 벌였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케이티앤지(KT&G)를 비롯한 국내외 담배회사에 대한 담뱃세 탈루 의혹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감사원은 지난 2015년 정부가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기 직전인 2014년 이들 회사들이 담배를 비축해뒀다가 시장에 내놓으면서 8000억 원의 인상차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들 회사들이 2000억 원의 담뱃세를 탈루했다는 것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것.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세청이 필립모리스코리아와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에 대해 세무조사를 했지만 세금탈루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면서 "KT&G는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 청장은 "이들 회사에 대한 국세청 조사 때는 조사 대상 연도가 아니었다"면서 "감사원 뒷북을 맞았다고 하면 국세청에서 억울해하는 직원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