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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청소년이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소년은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긴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의 의견이 학교에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 사람마다 생각이 다양할 수 있으니 반영하기 이전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학생뿐만 아니라 학교라는 공간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 자신들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하며 필요한 제안은 반영되어야 마땅하다. 학교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라면 그 공간의 구성원들의 생각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우체통 학교에 대신전해드립니다. 반딧불이 제공
우체통학교에 대신전해드립니다. 반딧불이 제공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그렇다면 학교는 학생을 그 공간의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학생의 의견이 반영되거나 반영되기 전에 서로 충분한 합의를 볼 수 있는 자리와 시간은 주어져 있을까? 지난 7월부터 (사)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반딧불이는 대구지역 중,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에 의사반영이 안되는 것'에 대해 '학교에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모았다. 총 3번의 인권캠페인을 통해 총 408명의 청소년이 참가하였고 48개의 고등학교와 65개의 중학교에 대한 의견이 모였다.(대구지역 학교 수: 고등학교 총 92개, 중학교 총 124개. 대구교육청 홈페이지 자료)

대구지역 초등학교와 그 외 지역의 학교에 대한 의견도 75명이 참가하였다. 대구지역 중, 고등학교 수의 절반이 넘는 학교에 대해 청소년의 의견이 모였다. 그리고 이 의견은 각 학교에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청소년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대구광역시 중구의 동성로에 설치한 대형 우체통에는 '학교에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이름과 참가학교 현황표가 붙어있었으며 지나가는 대부분의 청소년은 우체통을 쳐다보고 묘한 미소를 보이며 주저하지 않고 의견을 적었다.

 캠페인과 함께 의견 접수하는 모습, 반딧불이 제공
캠페인과 함께 의견 접수하는 모습, 반딧불이 제공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참가 학교 현황판을 살펴보는 학생들, 반딧불이 제공
참가 학교 현황판을 살펴보는 학생들, 반딧불이 제공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접수된 의견은 몇 가지 크게 나뉘는데 첫 번째 '학교에 휴지가 없다'. 휴지가 없는 화장실, 가기 겁나는 화장실에 대한 의견이 다수 접수되었다. 두 번째는 '등하교시 체육복을 못 입는 것', 등하교시 복장 단속은 여전하며 교복이 불편해 체육복을 입으면 즉시 단속대상이 된다고 한다. 어떤 학교의 경우 체육시간 전후 1시간동안만 체육복을 입도록 하는 곳도 있었다. 세 번째는 '선생님들의 차별행위'.

선생님이 기분에 따라 상·벌점이 주어지다보니 그 편차가 크고, (벌점을 줄 때) 욕을 하는 선생님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학교에 설치된 선생님 전용(?) 엘리베이터, 학생에게 화풀이를 하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차별을 느낀다는 의견도 있었다.

네 번째는 '급식의 양과 질'에 대한 의견. 많은 학생들이 학교 급식에 대한 불만을 보였다. 음식물에서 벌레가 너무 자주 나온다거나 남학생과 여학생의 급식 양이 다르다거나 학교 관악부 학생들에게는 음식을 더 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다섯 번째, '탈의실, 에어컨, 정수기 등' 학교시설에 대한 의견이다. 남녀 구분이 없는 탈의실도 있고, 구분되어 있으나 탈의실 문이 고장이 난 상태로 방치된다는 학교도 있었다. 심지어 아예 탈의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올 여름 엄청난 더위 탓인지 교장실이나 교무실만 시원하고 교실은 너무 덥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섯 번째, '수학여행, 체육대회, 축제 등' 학교행사, 수학여행이 유일한 낙인데 안가거나 당일치기로 가는 경우가 많고, 장소에 대한 선택권 없이 무조건 따라가야 하는 것이 싫다는 의견 등이 있었다.

축제와 체육대회를 매년 개최하지 않고 1년마다 번갈아 가며 개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거나 외부학교 학생의 출입이 금지된 축제가 축제가 아니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 외에도 학교에서  종교수업을 강요하지 말아달라거나 아파서 조퇴를 요청하는 학생은 조퇴를 시켜줘야 한다거나 두발자유를 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렇게 학교생활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다양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의견전달 구조는 갖추어져 있지 않다. 어떤 학교의 경우 '학생이 학교 운영에 불만을 표시하면 의견을 무시해 버리거나 혼을 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또 어떤 학교는 '1박 2일의 수행여행을 가고 싶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서명운동을 하여, 모아진 의견을 학교에 전달하였으나 묵살 당했다'고 했다.

이처럼 학교에서 학생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이유를 청소년에게 직접 물었다. '학생을 믿지 못함', '그냥 학생이라는 이유로 무시함', '의사를 반영할 기구가 없음', '학생의견을 물어보고 개선하는 시간이 없음(제도가 없음)', '학생들을 만만하게 보는 선생님의 의식' 등이 이유로 등장했다. 학생 신분의 청소년은 이미 문제의 본질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시도해 왔고,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의 장벽이 높기만 하다.

학교라는 공간은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존중하며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책임을 다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학교라는 공간의 모든 주체는 당연히 학생들의 존재를 인정하며 존중해야 한다. 구성원의 목소리를 절대 외면해서는 안된다.

학교에 대신전해드립니다  결과정리 1
학교에 대신전해드립니다 결과정리 1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학교에 대신전해드립니다  결과 정리2
학교에 대신전해드립니다 결과 정리2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학교에 대신전해드립니다  결과 정리3
학교에 대신전해드립니다 결과 정리3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학교에 대신전해드립니다  결과 정리4
학교에 대신전해드립니다 결과 정리4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학교에 대신전해드립니다  결과 정리5
학교에 대신전해드립니다 결과 정리5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 위 사업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단체협력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청소년 의견전달 프로젝트 '내목소리 들리니'는 청소년이 정치에 참가할 권리와 학교 운영에 참가할 권리에 대하여 다양한 캠페인, 토론회, 의견수렴 등의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학교에 대신 전해드립니다'는 두 번째 주제에 대한 사업이며 접수된 학생들의 의견은 학교별로 분류 후 선정된 약10여 곳의 학교에는 직접 찾아가 전달하고, 그 외 학교에는 우편으로 의견들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진환 시민기자는 (사)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반딧불이에서 일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인권필진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별별인권이야기'는 일상생활 속 인권이야기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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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함께 차별없는 인권공동체 실현을 위하여 '별별 인권이야기'를 전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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