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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기자를 고발한 보수단체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한 당일 고발을 취소, 서울중앙지검이 이를 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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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검찰은 공안2부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했다. 고발은 취소됐지만 중앙지검은 즉시 사건을 검사에게 배당해 사실상 인지수사로 전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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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발이 취소되어도 수사를 진행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고발이 이뤄진 당일 고발이 취소되고 검찰이 즉시 사건을 배당한 일은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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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욱이 인지수사를 벌이고 있으면서도 보수단체의 고발사건인 것처럼 가장하고 있었던 이유도 석연치 않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 연합뉴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를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검찰의 수사는 '고발사건 수사'가 아니라 검찰의 처벌 의지가 작용한 사실상의 '인지수사'였다는 게 드러났다. 그동안 검찰이 '고발이 들어왔으니 수사를 해봐야 한다'고 둘러댄 배경에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4월 18일 한겨레청년단이라는 보수단체가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투표하러 가십시오' <오마이뉴스> 기사를 편집한 김준수 기자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사실은 있다. 이 고발 사실이 보도돼 <오마이뉴스>에 대한 검·경의 수사는 고발사건 수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사자가 피의사건 처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형사사법포털을 통해 확인한 결과, 김 기자를 고발한 보수단체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한 당일 고발을 취소, 서울중앙지검이 이를 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정회 서울중앙지검 2차장도 12일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고발이 취소됐을 것"이라고 이를 확인했다.

형사사법포털 기록상으로는 보수단체의 고발 및 고발 취소가 이뤄진 바로 다음날인 4월 19일 사건이 공안2부 검사에게 배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발은 취소됐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즉시 사건을 검사에게 배당해 사실상 인지수사로 전환한 것이다.

고발이 취소된 사건을 수사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검찰은 중요한 형사 위법 혐의가 포착되면 고발이 취소된 경우에도 수사를 진행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뤄져온 수사 상황을 종합하면, 고발이 이뤄진 당일 고발이 취소되고 검찰이 즉시 사건을 배당한 배경에 의혹이 제기된다.

보수단체 고발 내용으로는 처벌 불가능

 검찰이 '세월호 모욕 후보' 심판을 위해 투표장에 나가라고 독려한 <오마이뉴스> 칼럼을 문제삼아, 편집기자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이 '세월호 모욕 후보' 심판을 위해 투표장에 나가라고 독려한 <오마이뉴스> 칼럼을 문제삼아, 편집기자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 오마이뉴스

김 기자는 검·경 조사에서 두 가지 법조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공직선거법 8조와 256조 3항 3호다. 8조는 선거와 관련해 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256조 3항 3호는 투표독려 방법 위반에 대한 양형을 규정한 조항이다.

한겨레청년단이 김 기자를 고발하면서 적용한 법조는 선거법 8조였다. 하지만 고발 취소 뒤 검·경은 8조와 256조 3항 3호 위반 혐의를 같이 수사했고, 검찰은 8조 위반은 무혐의로, 256조 3항 3호 위반에 대해선 불구속 기소 처분했다.

8조가 규정한 공정보도 의무 위반에 대해선 별도의 처벌규정이 없다. 256조 3항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정하고 있다. 보수단체가 고발에 적용한 조항으로는 처벌이 안되고, 검찰이 적용한 투표독려 방법 위반 혐의는 처벌이 가능하다.

보수단체가 고발을 취소한 사건을 수사한 이유를 묻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이 2차장은 "이러이러한 보도가 문제가 있다고 (보수단체가) 고발했는데, 처음에 고발인이 적용 법조를 공정보도 위반으로 고발했을 것이다. 그 조항은 처벌조항이 없는 것"이라며 "그걸 적용할 수는 없고 결국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사라면 거기에 적용되는 법조가 따로 있기 때문에 그걸로 (수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보수단체의 고발은 요식행위가 된 셈이다. 하지만 고발을 한 사실만 보도돼 보수단체의 고발에 의해 검찰이 수사에 나선 사건으로 알려졌고, 고발 취소 뒤 검찰의 인지사건으로 진행돼 왔다는 점은 감춰졌다. 지난 6월에 이뤄진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 기자는 보수단체의 고발이 수사 착수 계기가 됐다는 내용만 고지받았을 뿐, 고발이 취소됐다는 내용은 전달받지 못했다.

"고발 들어왔으니 수사" 재차 강조, 여론 반발 우려해 둘러대기?

지난 7월 5일 <오마이뉴스> 기자의 사건 관련 문의를 받은 이정회 2차장도 "시민단체의 고발이 들어와서 공안2부가 수사지휘 중인 것이 있다" "일단 고발이 들어왔으니 조사를 하는 것" "고발이 들어왔으니 문제가 있는지 봐야 한다"는 등 시민단체의 고발 사실을 강조했다. 고발은 이미 취소돼 사실상 인지사건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였는데도 '고발이 들어왔으니 수사해야 한다'고 둘러댄 것이다.

이처럼 검찰이 언론사 편집기자에 대해 인지수사를 벌이고 있으면서도 보수단체의 고발사건인 것처럼 가장하고 있었던 이유는 석연치 않다. 보수단체가 고발을 해놓고도 하루도 지나지 않아 곧바로 고발을 취소한 이유도 의구심을 사는 대목이다.

다만, 검찰이 언론사에 대해 인지수사를 벌이는 데 대해 여론의 반발이 있을 것을 우려, 마치 고발사건 수사를 진행중인 것처럼 둘러대 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고발#한겨레청년단#편집기자#선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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