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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1일 오후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
9월 21일 오후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 ⓒ 임은경

비행기표를 끊어놓고 출발 하루 전날까지 바쁘게 일하느라 마음을 졸였다. 부랴부랴 편집 완료. 출발 전날인 화요일 늦게서야 편집본을 디자인 회사로 넘겼다. 수요일(9월 21일) 오후 2시 김포발 제주항공 비행기는 실제로는 3시가 다 되어야 출발했다.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반.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하는 순간을 영상에 담았다. 길이 4km, 폭 1km의 네모반듯한 직사각형 모양인 간사이 공항은 바다 위에 만든 인공 섬이다. 엄청난 자재가 투입된 것은 물론, 태풍과 지진, 지반 침하에도 완벽 대비토록 설계돼 한때 현대사에서 가장 비싼 토목공사로 불렸다고 한다. 이 인공 섬 위 활주로에 비행기가 착륙하는 순간은 마치 바다 위로 내려앉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언뜻 둘러본 공항의 규모는 인천공항 못지않게 컸다. 일본 제 2의(지금은 요코하마에 밀려 3위) 대도시이기도 하지만 관광도시로 명성이 높아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드나들기 때문일 것이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공항 터미널에서 OCAT(Osaca City Air Terminal)행 공항버스 탑승. 편도보다 왕복표가 더 저렴해서 두 사람 왕복표를 끊으니 3700엔이다. 
▲ 바다 위 인공섬 간사이 국제공항 착륙 모습
ⓒ 임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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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여서 그런지 오래 걸린다던 입국수속은 금방 끝났고, 오히려 공항버스 이동에 시간이 걸렸다. 시내에 진입하자 퇴근 시간과 맞물려 교통 체증에 딱 걸린 것이다. 차로 한 시간 거리를 천천히 두 시간쯤 걸려 난바의 OCAT에 도착한 것이 저녁 7시경. 터미널을 나서니 과연 오사카의 도심지답게 휘황찬란한 불빛과 온갖 식당 간판이 즐비하다.

바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이동할까 하다가 마침 때도 되고 해서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가기로 했다. 아는 일본어라고는 일본 영화나 일드에서 주워들은 몇 마디가 전부인 우리. 하지만 바깥에 음식 모형을 전시해놓은 식당이 많아서 메뉴 고르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오사카 시내 지하철. 좌석이 우리처럼 7인승이 아니라 9인승으로 더 길다. 대신 전차 1량의 출입문이 한국보다 하나 적은 세 개. 구조가 조금 다를 뿐 전차 1량의 길이는 비슷하다. 광고물이 붙어있는 위치도 한국과 비슷했는데, 우리는 인물이나 이미지사진 위주인 반면 일본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글씨가 빽빽한 것이 특이했다.
오사카 시내 지하철. 좌석이 우리처럼 7인승이 아니라 9인승으로 더 길다. 대신 전차 1량의 출입문이 한국보다 하나 적은 세 개. 구조가 조금 다를 뿐 전차 1량의 길이는 비슷하다. 광고물이 붙어있는 위치도 한국과 비슷했는데, 우리는 인물이나 이미지사진 위주인 반면 일본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글씨가 빽빽한 것이 특이했다. ⓒ 임은경

어느 음식점에서 1700엔짜리 두부+사시미+오뎅+맥주 한잔 세트와 우동, 덴뿌라(튀김)를 먹었다. 듣던 대로 양은 상당히 적었지만 음식의 질은 훌륭했다. 서너 가지 종류의 생선이 각각 두 조각씩 나온 사시미는 잘 숙성되어 있었고, 소스에 찍어먹는 연두부는 부드럽고 고소했다. 따끈한 국물에 곤약과 삶은 달걀 등이 담겨서 나온 오뎅은 적당히 익어서 아주 맛있었다.

다만 국물이 너무 달아서 한국의 오뎅 국물처럼 훌훌 마실 수가 없었다. '끔찍하게' 단 것은 우동 국물도 마찬가지. 테이블 옆에 놓인 시치미를 엄청나게 뿌려 넣고서야 국물을 조금 떠먹을 수 있었다. 튀김이 맛있어 보여서 추가 주문을 하려는데, 이런 낭패, 아까 영어를 하던 종업원 아주머니가 어디로 가고 안 보인다.

주문을 받으러 온 다른 아주머니는 영어를 전혀 못하시는 듯. 하지만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이니 알아들으리란 믿음으로 한국말로 열심히 설명을 했더니 신기하게도 뜻이 통했다. 에비(새우, 다행히 종혁씨가 이 말을 알았다) 한 개, 다마네기(양파, 일제시대를 살아오셨던 우리 외할머니께 감사를) 한 개, 오사쯔(고구마, '오사쯔'라는 이름의 한국 고구마 스낵 덕분에 이해) 한 개, 그밖에 아주머니가 골라준 다른 것 두어 개 해서 튀김을 시켰다.

각각의 튀김 가격이 다르고,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즉석에서 튀겨준다. 깨끗한 기름에 튀긴 신선한 재료. 소바 국물에 가까운 연한 간장에 간 무를 풀어 찍어 먹는 튀김은 정말 맛이 있었다. 광어 비슷한 생선살 튀김도 있었다. 가만 보니 자그마한 규모의 가게 안에 혼자서 술을 마시는 남자 손님이 두엇 더 있다. 우리가 먹은 것은 밥이 아니라 술안주였던 것이다. 아무렴 어떠랴. 참 맛있는 일본에서의 첫 식사였다.

난바역에서 전철을 타고 텐진바시스지로쿠초메역에 내려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숙소를 찾아갔다. 에어비앤비로 구한 숙소는 사흘에 10만 원 남짓. 비수기라지만 일본 물가를 감안하면 정말 저렴한 것이다. 아침식사는 불포함이지만 따끈한 커피는 마실 수 있었고, 집주인이 부엌에서 마음껏 요리를 하라며 배려해주었다. 안나라는 젊은 인도네시아인 호스트가 호주 출신의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였다.

 일본 영화에서 많이 보던 일본식 벽장. 오른쪽 문은 방의 출입문이다. 바닥에 깔린 다다미는 어릴 때 할머니가 쓰시던 돗자리랑 똑같이 생겼다. 고층 아파트 안에 이런 방이 있다니.
일본 영화에서 많이 보던 일본식 벽장. 오른쪽 문은 방의 출입문이다. 바닥에 깔린 다다미는 어릴 때 할머니가 쓰시던 돗자리랑 똑같이 생겼다. 고층 아파트 안에 이런 방이 있다니. ⓒ 임은경

20평이 좀 안되어 보이는 오래된 아파트 10층. 벽이 얇아 방음은 안 되지만 베란다로 나가면 탁 트인 강과 다리가 보였다. 우리에게 내준 방은 일본식 벽장에 바닥엔 다다미가 깔려있는 전통 스타일이었다. 다다미방에서 자보고 싶다는 내 말에 종혁씨가 인터넷을 뒤져 구한 것이다. 깨끗한 침대와 이불, 은은한 다다미 냄새. 친절한 집주인. 사람 사는 냄새가 따스하게 배어있는 정말 맘에 드는 숙소였다.

저녁 시간이 아까워서 짐만 내려놓고 다시 나왔다. 가까운 우메다역을 찾아가 헵파이브라는 대관람차를 타고 우메다스카이빌딩 공중정원 전망대에 올라 오사카의 야경을 구경했다. 바다에 면한 데다 큰 강이 많은 오사카의 야경은 정말 볼만했다. 헵파이브 바로 옆에 위치한 오사카역에 수많은 기차가 드나드는 모습을 내려다보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지상에서 올려다보고 찍은 우메다 스카이빌딩 공중정원. 꼭대기는 40층 높이다. 가운데가 뻥 뚫인 원을 중심으로 360도 야경을 볼 수 있는 야외 전망대가 있다. 검은 원 아래로 보이는 비스듬한 두 줄은 각각 정상으로 올라가고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
지상에서 올려다보고 찍은 우메다 스카이빌딩 공중정원. 꼭대기는 40층 높이다. 가운데가 뻥 뚫인 원을 중심으로 360도 야경을 볼 수 있는 야외 전망대가 있다. 검은 원 아래로 보이는 비스듬한 두 줄은 각각 정상으로 올라가고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 ⓒ 임은경

공중정원에서 내려와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가는데 길을 꽤나 헤맸다. 겨우 버스정류장을 찾고 보니 버스는 진즉에 끊어졌다. 밤 9시 차가 막차란다, 세상에. 집까지 거리도 많이 멀지 않으니 그냥 그 비싸다는 택시를 잡아탔다. 한 달 반 전에 교통사고로 발을 다쳐 그동안 거의 걷지 않고 살아온 터라, 오랜만에 장거리를 걸었더니 발바닥에 불이 날 지경이었다.

기본요금이 650엔. 우리 돈으로 7000원이다. 그런데 우리 둘이 나누는 얘기를 듣던 택시기사 아저씨가 더듬더듬 한국어로 말을 건다.

"우리 아버지, 제주도."

우리 말을 거의 못하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일본에 재일한국인이 그렇게 많이 산다지. 지하철이며 화장실, 심지어 골목 구석구석 한국어 병기(倂記)가 많은 것이 꼭 관광객들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우리가 내릴 곳을 지나치자 아저씨는 차를 굳이 후진시켜서 원래 내리려던 곳에 데려다주었다. 내릴 때 "고맙습니다" 하고 친절하게 인사도 건넸다. 기분이 흐뭇했다.

패밀리마트에 들러 먹을 것을 좀 샀다. 일본은 시내 구석구석, 골목골목마다 편의점이 없는 곳이 없다. 대부분 한국에 비해 규모가 크고 책이나 잡지까지 파는 등 상품이 훨씬 다양했다.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등 즉석식품의 종류와 양도 한국보다 훨씬 많았다.

그중에 눈에 띄는 것이 뜨거운 국물과 함께 파는 오뎅이었다. 모든 편의점에 오뎅 판매대가 있었다. 곤약과 삶은 달걀, 야채로 속을 채운 유부 등 종류도 다양했고 맛도 좋았다. 우리도 일회용 스티로폼 용기에 몇 가지 오뎅을 담고 에비스 맥주와 아침에 먹을 바나나 등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우메다 스카이빌딩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오사카의 야경
우메다 스카이빌딩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오사카의 야경 ⓒ 임은경

 숙소 근처 패밀리마트의 오뎅 판매대. 일본에서 오뎅이라 함은 우리처럼 튀긴 어묵만이 아니라 뜨거운 국물에 담가 먹는 것을 총칭하는 것 같다. 삶은 달걀과 곤약, 튀긴 두부 등 훨씬 종류가 다양해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다. 마침 100엔짜리 오뎅을 70엔으로 세일하는 기간이었다.
숙소 근처 패밀리마트의 오뎅 판매대. 일본에서 오뎅이라 함은 우리처럼 튀긴 어묵만이 아니라 뜨거운 국물에 담가 먹는 것을 총칭하는 것 같다. 삶은 달걀과 곤약, 튀긴 두부 등 훨씬 종류가 다양해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다. 마침 100엔짜리 오뎅을 70엔으로 세일하는 기간이었다. ⓒ 임은경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atree12fly에도 실렸습니다.



#일본여행#오사카여행#텐진바시스지로쿠초메#일본에어비앤비#우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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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사람들을 무의식적인 소비의 노예로 만드는 산업화된 시스템에 휩쓸리지 않는 깨어있는 삶을 꿈꿉니다. 민중의소리, 월간 말 기자, 농정신문 객원기자, 국제슬로푸드한국위원회 국제팀장으로 일했고 현재 계간지 선구자(김상진기념사업회 발행) 편집장, 식량닷컴 객원기자로 일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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