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년 넘게 총장 부재 상태인 경북대의 새 총장으로 김상동 교수 임용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1순위가 아닌 2순위 후보가 임용되면서 대학자율성을 무시했다는 지적과 함께 논란이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경북대 총장 '2순위 내정설'에 교수들 강하게 반발) 교육부는 지난 1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제18대 경북대 총장에 1순위 후보인 김사열 교수 대신 김상동(56. 자연과학대 수학과) 교수를 제청해 임용안을 가결하고 청와대에 임용재가를 요청했다.
김 교수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대통령의 임용재가를 받으면 곧바로 4년 임기의 총장에 임명된다. 하지만 정치권과 대학 구성원들은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2년이 넘도록 총장을 임명하지 않다가 2순위 후보를 총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절차에 어긋나고 대학자율성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대학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지 말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의 공과 청와대의 사가 마구 뒤섰여 버렸다"며 "국가의 품격이 떨어지는 지경이 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1순위로 추천된 김사열 교수 임명을 2년 동안이나 질질 끌다가 결국 2순위 추천자로 결정했다"며 "그러면 이유를 대야 한다, 김 교수를 제척한 객관적이고 타당한 사유를 제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지금 이 순간까지도 청와대든 교육부든 누구도 이유를 말해주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국무회의 결정 사항조차 대외비라며 입을 봉하고 있다"며 "차라리 솔직하게 김 교수의 정치 성향이 청와대, 그것도 특정 수석비서관의 마음에 안 든다고 하십시오, 국립대 총장이 되고 싶으면 권력의 눈밖에 벗어날 짓은 아예 하지 말라고 교수 사회에 경고하라"고 비꼬았다.
김부겸 의원은 경북대뿐 아니라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 전주교대도 총장을 임명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이라는 미명하에 정권 앞에 줄세우기를 하려는 의도라며 "상아탑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려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북대학교 구성원들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경북대 교수회(의장 윤재석)와 총학생회(회장 박상연)는 아직 총장 임명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김상동 교수가 임명된다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상연 경북대 총학생회장은 "지금은 시험기간이라 아무런 결정된 내용이 없다"면서도 "학우들의 총의를 모아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의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대 교수회도 학생회와 함께 성명서를 발표하고 향후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 총장부재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바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던 25명의 교수들도 "지역사회의 총의에 부합하는 후보자가 총장이 되어야 한다"며 경북대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책임질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이형철 물리학과 교수는 "우리가 특정인을 지지하고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원칙을 지키고 총의에 맞는 총장이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정상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청와대와 교육부가) 결국 2년 동안 경북대가 어떤 어려움을 겪든지 상관하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관철시켜 버렸다"며 "결국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총장을 앉히기 위해 경북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많은 교수들이 학내 자율성을 외쳐왔는데 정말 초라하게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교육부가 원하는 대로 진행이 되어 모두 패배주의에 빠져 있다"며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누구를 임명하든 헌법이 보장하고 있지만 적어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대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총장 임용 1순위 후보자였던 김사열 생명공학과 교수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의 임명권은 헌법이 보장하기는 하지만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이렇게 임명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상식적이지 않고 불합리한 인사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김 교수는 "투표를 통해 후보자를 선정하는 이유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라는 의미가 있는데 우리가 민주주의를 가르치면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주 큰 모순"이라며 "향후 전문가들과 의논해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