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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글 시인
흔글 시인 ⓒ 조성용

인터넷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면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흔글 작가의 '흔한 글'! 그의 짧고 간결한 시는 일상에 지친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는다. 화려하고 어려운 단어가 아닌 단조롭고 쉬운 단어는 독자들이 시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만 30만! 그의 시 인기는 날이 갈수록 고공행진이다. 사랑에 상처 받고, 삶에 지치고, 갈 길 몰라 방황하는 이들은 인터넷에 '흔글'이라고 검색해 보시라. 그의 시가 하루치 위안을 당신에게 선물할 것이다. 

"내 글이 사랑받는 이유? 사람 사는 이야기여서"

- 많은 독자 분들이 작가님에 대해 궁금해 하실 텐데,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람에 자주 흥미를 느끼고, 사람에 가끔 싫증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부끄러울 정도로 부족하다 생각합니다. 달을 좋아하고, 밤을 좋아하고, 사람의 이야기를 주로 쓰고, 사랑에 대해서는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낡은 것들을 사랑하고, 옛것을 뒤돌아보는 취미가 있는, 저는 <무너지지만 말아> 저자 흔글입니다."

- 사랑에 대한 시를 많이 쓰시는데, 본인의 사랑 경험담에 대해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사소한 것까지 일상에 스며든 사람이 사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미 지나가버렸지만 관계의 여운에서 한참을 헤어 나오지 못한 적이 있어요. '그때 내가 잘할 걸….' 하면서 땅을 치고 후회했던 적이 있죠. 그 사람은 이제 없어요. 다른 세상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사랑이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살면서 다시 못 만날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 자신의 가장 좋아하는 시는 어떤 것인가요?

달이 너에게 닿았다.
지구에서 봐도 보일 만큼
너는 달보다 눈부셨다.
나에게만 예쁜 사람이길 바랐지만
하필 모든 우주가 너를 탐냈다.
"제가 누군가를 좋아했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서 좋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담긴 시라서 좋습니다. 그 사람을 좋아했지만, 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았거든요."

- 사랑에 상처 받은 기억이 있을 것 같습니다.
"참 많습니다. 사랑하던 사람이 전에 사귀던 사람을 생각하던 일, 하루 만에 감정이 변해 헤어짐을 통보받은 일, 절실하게 원했던 것을 거절당한 일, 나에 대한 거짓된 이야기를 떠벌리고 다니는 일을 발견한 일…. 많이 있습니다."

- <무너지지만 말아>는 가수 지코도 소장하고 다니던데, 시의 인기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글이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 사람 사는 이야기라서,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일상적인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일기장보다 좋지 않은 수준의 글을 쓴 적이 많았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제 스스로를 드러내다 보니 솔직한 표현에 이끌려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 것 같습니다.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화려한 필력도 아니기 때문에 가볍게 읽기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 많은 분들이 작가님의 시로 많은 위로를 얻고 계신데, 정작 작가님은 무엇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계신가요?
"사람에게 위로를 받아요. 저도 똑같은 사람이거든요. 그 사람의 책은 그 사람의 세계를 구경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은 역시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아요. 혼자 있으라고 하면 정말 괴로워하는 편이에요."

-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포스터 카피 작업을 하기도 하셨는데, 그 후 어떤 작업을 하셨나요?
"정식 출판했던 것도 저에겐 꿈같은 이야기였고,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영화 <4등>, 백일장 심사위원, 더아이콘 TV 촬영, 모두 대단한 기회였던 것 같아요. 터무니없는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무한도전>에도 꼭 한 번 나가보고 싶어요. <무한도전> 출연이야말로 꿈속에서 꿈을 꿔야만 가능할 정도로 환상적인 일이에요."

- 또 다른 SNS 시인 하상욱씨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그 분은 작가님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제 인생의 가장 큰 기회는 하상욱 시인을 알게 된 것이었어요. 그 분을 보면서 꿈을 키운 거니까, 제게 큰 영감이 되었죠. 글의 형태나 방향성 같은 것은 다르지만, SNS에서 글을 쓰는 방법을 알게 해준 사람이니까요. 그 분을 통해 SNS에서 글이 유행이 되겠구나 짐작할 수 있었기에 제가 흐름을 잘 타게 된 것 같습니다."

- 작가님의 어린 나이를 알고 나면 많은 팬분들이 놀란다고 들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초등학생이 쓴 시가 있습니다.
안아프다 / 홍승기
나는 그 애만 보면
무조건 놀린다.
아니면
무조건 때린다.
그러면 그 애도 나를 때린다.
그때는 아프지가 않다.
나이와 시의 신뢰도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인도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고, 어린이도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다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 대한 것을 깊이 아는 것 같고, 사랑을 전부 겪어본 것처럼 글을 쓴다면 나이가 많다고 생각할 겁니다. 경험이 많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편견입니다. 이제는 다르게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흔글 시
흔글 시 ⓒ 조성용

- 스무 살에 작성한 버킷리스트에 '내 이름으로 시집 내기'를 적었다고 하셨어요. 하나를 성취하셨는데 이제 다음으로 이룰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전시회를 해보고 싶어요. 유럽 쪽으로 해외여행도 가보고 싶어요. 사진집을 만들 거고, 작사도 해보고 싶어요. 시집 내는 것은 빨리 이루어진 것 같기도 하지만, 잘 돼서 좋아요. 다음에 진행하는 버킷리스트들은 기대없이 하려고요. 모든 게 다 잘 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 특별히 저희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독자들을 위해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짧은 시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요?
"오늘도 실수했겠죠. 조금도 나아진 것 같지 않을 거고, 그대의 하루를 자책하며 잠들겠죠. 뭐 하나 제대로 못 하면 어때요. 그대는 다 잘하고 싶었잖아요. 언젠가 그대가 이겨내고 나면, 오늘 이 밤을 생각하며 웃을 거예요. 별거 아니었구나 하고."

(사진: 조성용)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http://post.naver.com/my.nhn?memberNo=4832522)> 11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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