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청와대 대외비에 해당하는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표'를 사전에 넘겨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정표를 넘겨받은 최씨는 박 대통령이 순방을 나가 입을 옷을 골랐고, 박 대통령은 최씨의 선택대로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인 신분의 최씨가 대통령의 해외순방 계획을 미리 알고 의상을 준비할 정도로 긴밀하게 대통령 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빨강'-'보라'-'흰색', 최순실이 적은대로 입은 대통령
TV조선이 입수해 25일 보도한 '박근혜 대통령 북미 순방일정표' 문건에 따르면 최씨는 순방 일정을 미리 보고 받아 박 대통령이 순방 때 입을 옷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순방 일정표에는 '대외주의'라는 대외비 직인도 찍혀 있었다.
이러한 일정표가 대외비로 돼 있는 것은 대통령 경호상 외부에 유출되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씨는 대통령이 북미 순방을 떠나기 한 달 전인 2014년 8월 7일, 일정을 미리 넘겨받았다. 그리고 대통령이 순방 과정에 입을 옷을 자신이 직접 결정했다.
TV조선이 공개한 일정표의 행사 일정 옆에는 빨강, 보라, 흰색이라는 색깔을 표시한 최씨의 자필이 남아 있었다. 박 대통령은 실제로 해당 표시와 같은 색깔의 옷을 입었다. 출발시에는 일정표에 적힌대로 보라색 옷을 입었고,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 때에는 흰색 옷차림이었다. 뉴욕 비즈니스 행사에서는 빨강 옷을 입었다.
TV조선은 또 강남 신사동에 최씨의 사무실 동영상을 입수해 공개했다. 박 대통령의 의상만 제작하는 전용 공간으로 일명 '샘플실'로 불렸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2014년 11월 초부터 말까지 촬영된 해당 동영상에는 최씨가 박 대통령이 입을 옷을 재단하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최씨는 옷감에서부터 디자인, 제작까지 전 과정을 지휘했고, 최씨 지시대로 디자이너와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박 대통령은 이처럼 최씨가 제작한 옷을, 국내 행사는 물론 심지어 해외순방에서 외국정상들과 만날 때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의상에만 국한되지 않고, 박 대통령의 신발도 결정했다. 박 대통령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최씨가 결정하고 골랐다고 TV조선은 보도했다.
최순실 시중드는 청와대 행정관들
이뿐만이 아니라 해당 영상에는 박 대통령을 가장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행정관들의 모습도 담겼다. 2014년 11월 3일 촬영된 샘플실 동영상에는 이영선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이 등장했다. 이 행정관은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최측근 경호를 전담했던 최측근이다.
이 행정관은 최씨 주변에 대기하며 최씨에게 음료수를 따주고 전화를 바꿔주는 등 잔심부름을 했다. 특히 최씨에게 전화를 바꿔줄 때, 휴대전화를 자기 옷에 닦아 두 손으로 넘겨주는 장면까지 포착됐다.
같은 달 24일에 촬영된 영상에는 윤전추 제2부속실 행정관도 등장했다. 일명 '전지현 트레이너'로 유명한 윤 행정관은 세간에 최순실이 청와대에 추천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윤 행정관은 박 대통령에게 입힐 옷을 고르는 최씨 옆에서 시중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