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사흘째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언론은 '창고 대방출' 수준으로 '최순실 의혹'을 쏟아내고 있다. jtbc와 <한겨레>, tv조선이 앞다퉈 사실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망국적 상황은 어떻게 종료될 것인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6일 특별성명을 내고 대통령 사과에 대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며 또다시 국민을 속이려 했고, 국민들은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국정수행을 계속 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 전 대표는 또 "대통령 스스로 관련된 사람들과 함께 검찰수사를 받아야 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등 검찰의 신속한 수사에 협조하시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강직한 분을 국무총리로 임명해 국무총리에게 국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고 거국중립내각의 법무부장관이 검찰 수사를 지휘하게 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그 길을 선택하신다면 야당도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야, 거국내각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거나, 거국내각 구성에 동조하는 정치인이 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한민국이 21세기 민주공화국에서 원시 샤머니즘 무당통치국으로 전락했다"며 "대통령이 국가통치시스템을 파괴하고, 국민이 맡긴 통치권한을 사이비교주의 딸에게 넘긴 것은 대통령임을 스스로 부인한 것"이라고 맹공했다.
이어 이 시장은 "헌정파괴 국정문란, 통치시스템 파괴, 국가위기 초래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사퇴)해야 한다"며 "권위와 지도력을 상실한 대통령이 국가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모두의 불행이자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국가시스템 파괴 범죄행위는 대통령이 자백했으니 야권은 탄핵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20대 국회 안에서도 대통령 하야 주장이 제기됐다. 무소속 김종훈, 윤종오 의원은 같은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조건 없이 하야해야 한다"며 "이미 국민이 탄핵, 하야, 퇴진을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두 현역 의원은 "이 국면을 모면해 보려고 다른 수단이나 방법을 쓴다면 더 큰 국민의 분노에 직면한다는 것을 알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며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탄핵 소추안을 발의해야 하며, 지금의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진 특검으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정조사도 필요하면 해야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안은 명백히 탄핵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거국내각 구성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26일 PBC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과 관련해 "내각 총사퇴와 거국 중립내각 구성이 필요하다"며 "같이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국민들이 진정성을 믿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는 우병우 수석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의 총체적 혁신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최소한 비서실장, 민정수석, 대통령 측근 3인방의 교체는 불가피하며 국회와 국민의 지지를 받는 거국 내각 구성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의 비주류 4선 중진인 나경원 의원과 3선의 김용태 의원 등도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을 "국기문란, 국기파괴 사건"이라 일컬으며, 특검도입과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총사퇴를 각각 주장하기도 했다.
거국내각 된다면 헌정사상 처음...식물 대통령 가능성도
거국내각은 일반적으로 전시 등 비상시에 구성한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는 단 한번도 실험해보지 않은 내각 구성이다. 4.19 직후에도 또 5.16 군사정변 이후에도 야당은 내각 구성에 참여하지 못했다. 따라서 지난 4.13 총선의 결과로 야당이 거국내각에 동참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헌상사상 처음 있는 초유의 실험이 되는 일이다.
안병욱 가톨릭대 역사학과 명예교수는 26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고 하야 하는 모양새를 갖출 것이냐, 아니면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거국내각을 구성할 것이냐 하는 점도 우선 박 대통령의 거취 표명 후 진단할 문제"이지만, "현재로써는 대통령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거국내각 구성을 논의하는 것이 옳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을 그대로 둔 채로 거국내각을 구성한다면 혼란의 연장이 아니겠냐"며 "박 대통령이 후임 내각을 선정한다는 것도 현재로써는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안 교수는 "현재의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 하야와 거국내각 구성, 동시에 조기대선까지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대사에서 단 한번도 거국내각이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었다"며 "1960년 4.19 혁명 직후 치러진 7.29 총선 때도 민주당이 거국내각에 참여하지 못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에도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4.13 총선 결과에 따른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총리가 권력을 이양받아 1년 4개월여 남은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며 "이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직을 유지하더라도 식물대통령으로 지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씨모녀 여권정지 요구에 윤병세 외교 "통보받은 바 없다"정치권과 학계 뿐 아니라 서울의 주요 대학 총학생회도 연이은 시국선언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성명이 발표되고 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 의혹이 제기된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이날 학교 정문에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규탄 이화인 시국선언'을 개최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총학생회도 "선배님께서는 더는 서강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고 비판했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전 국민적 분노가 쌓이는 가운데, 최순실씨 모녀의 비밀 도피행각에도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최씨 모녀의 즉각적인 귀국과 구속수사가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여론이 우세하다.
이 가운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6일 독일에서 잠적 중인 최씨 모녀의 여권 정지 여부와 관련해 "관련 당국으로부터 아직 협조 요청이나 조사현황 등에 대해 통보받은 바 없다"고 눙쳤다.
윤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석현 전 국회 부의장이 "최씨 모녀의 여권을 정지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환하면 귀국시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 "나중에 검토결과가 오거나 판단이 있게 되면 다시 말하겠다"며 "이 자리에서 말할 문제가 아니"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