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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 비판 근거로 박정희 전 대통령 재혼을 막았다는 점을 들고 나온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
△ 박근혜 대통령 비판 근거로 박정희 전 대통령 재혼을 막았다는 점을 들고 나온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 ⓒ 민주언론시민연합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이 2016. 10. 26. 자 <중앙일보> 중앙시평 '아버지, 지지자, 국가에 상처를 준 박근혜'라는 칼럼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박근혜는 아버지 덕분에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했고, 박정희의 실패는 박근혜 때문에 재혼을 하지 않은 탓이며,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도 보수세력을 홀대하였으며, 보수세력의 끊임없는 충언을 듣지 않아서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원칙적인 대북정책과 한미동맹의 강화 등 몇 가지 공적을 치켜세우면서 일부 이루지 못한 업적들을 반대세력의 책임으로 돌리기도 한다.

처음 페이스북을 통해서 이 칼럼을 접하고 조금은 의외라는 생각, 다시 읽으니 여전히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 또다시 읽으면서는 비판의 목적이 아버지인 박정희와 보수세력에 누를 끼친데 대한 꾸짖음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서 몇 가지 반박하기로 한다. 주요 언론사의 시평으로는 조금 저급하고 편협한 시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먼저 제목이 틀려먹었다. 아직도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박근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고 대한민국 국민의 대통령이다. 단지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의 대통령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통령이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을 지지한 세력의 대통령에 그쳤기 때문이다. 당선되기까지는 지지자들이 필요하겠지만 당선된 후에는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으로 나서야 한다. 자신을 반대했던 사람들과 지역까지 껴안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신을 지지한 지역과 사람들에게만 관심을 보인다. 반대했던 사람들에 대하여는 여전히 불편한 기색이다. 이러니 원만하게 국정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반대의 목소리는 무조건 발목을 잡는 것이라 폄하하고 국정수행을 방해하는 세력으로 치부해서는 어느 정권이라도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비선실세의 능욕으로 인해서 굴욕감을 느꼈을 사람들은 지지지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지지자와 반대세력으로 나눠서 보는 시각은 언론인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박정희는 박근혜 때문에 재혼을 하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궁정동 안가에서 여인들과 어울리고 강경파 경호실장을 곁에 둬서 실패한 것이라고 말한다. 박정희가 재혼을 하지 않은 것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고 있던 박근혜 때문이었는지 여부는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그러나 박정희의 실패는 스스로의 문제에서 찾아야지 재혼을 하지 않은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박정희는 산업화에 대한 의욕은 넘쳤지만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기본적인 관념이나 국민들의 기본적 인권을 지켜내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없었던 사람이다. 오히려 산업화를 위해서는 그 정도의 인권은 당연히 희생해도 된다는 위험한 생각을 가졌던 사람이다. 국정을 운영하면서 법과 절차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경호실장에게 과도한 힘을 실어주면서 국정농단을 자초한 사람은 박정희다.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시킬 수 없는 그의 실책이다. 박정희의 실패가 딸 때문에 재혼을 포기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균형감 있는 시각은 아니다.

박근혜는 충직이 뭔지도 모르고 정확한 현실인식이 없다고 말한다. 맞다. 맹목적으로 따르면서 입발린 소리만 해대는 것이 충직은 아니다. 올바른 길로 안내하고 잘못 들어선 길에서는 과감히 방향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충직이다. 모름지기 지도자는 맹자가 말한 4단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국민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하며(惻隱之心), 스스로의 잘못에 대하여 부끄러운 마음이 있어야 하고(羞惡之心), 옳고 그름을 아는 통찰력이 있어야(是非之心)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 박근혜가 보여준 모습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자신은 항상 잘못이 없으며 혹시 드러난 잘못에 대하여도 모두 주위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시비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통찰력도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희의 딸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그렇다면 김진 논설위원은 박근혜의 이러한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가? 어느 정도의 지성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언론인으로써의 그가 그런 상황을 지적했는가? 이런 사람이 대통령으로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였는가? 결국 오늘날 박근혜의 실패는 김진 논설위원 같은 사람들의 맹목적 옹호에 힘입은 바 크다.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가 보수세력의 원로들을 찾지 않아서 서운했고, 그로 인해서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에도 동의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통령은 모든 국민들의 대통령이다. 보수든 진보든 모든 세력들을 같이 대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균형감 있는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설계해 나가야 한다.

보수세력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으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협량한 생각은 지식인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니다. 이미 박근혜는 보수세력의 목소리만을 충분히 반영해서 국정을 운영해 왔다. 이 때문에 오히려 국정이 분열되고 혼란이 계속된 것이다. 보수세력의 목소리는 무조건 대변해야 하고 진보세력의 목소리는 무시해도 된다는 것인지 김진 논설위원에게 되묻고 싶다.

박근혜의 잘못된 고집불통을 지적하면서 국민이 활발한 소통을 주문했고, 인사에도 평판을 챙기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한다. 의식 있는 국민들이 그러한 목소리를 내왔던 것은 맞다. 그러나 박근혜를 지지했던 보수세력들이 그러한 태도를 보였던 적이 있었던가? 세월호 7시간, 메르스 사태, 최순실, 우병우 파동 등에서 언론은 어떠한 태도를 보였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올바른 목소리가 필요할 때 침묵하고, 반대세력들의 비판에 대해서는 애써 침묵하거나 국정방해세력으로 매도하는 청와대에 힘을 실어줬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건전한 언론이 가져야 할 비판기능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가 박근혜 정권이 침몰위기에 몰리자 정의의 사도처럼 나타나 정론직필을 외치는 것이 보수언론의 태도 아니었던가?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한 다음 언론이나 정치권,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이 적절하게 교감을 하면서 때로는 업무수행을 돕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를 했더라면 이렇게 어긋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말이라면 아무 소리도 못하고 오그라든 자세로 '예스'만을 외치고,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일은 무조건 찬성하면서 국정을 감시하려드는 야당에게 목소리를 높이며 삿대질을 해대던 새누리당, 그리고 이러한 새누리당의 태도에 대하여 반론을 제기하지도 못했던 언론이다.

숱한 의혹이 제기되어도 보수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가 침몰하려는 지금에 와서야 언론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다. 김진 논설위원은 침몰하는 박근혜 정부에 돌을 던질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침몰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닌지, 올바른 국정수행을 위하여 지금까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냉철하게 되돌아보기 바란다. 균형감각을 가지고 불의와 부정에 맞설 용기가 없다면 언론인의 지위를 내려놓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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