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파문이 갈수록 커지면서 전국에서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에서도 대학을 중심으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경북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이어 경북대 총학생회도 28일 낮 기자회견을 갖고 "권력을 사유화한 '비선'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이가 우리의 대통령이었단 말인가"라며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이들은 "최순실이 대통령의 입을 빌려 집행한 무소불위의 권력이 그간 대한민국을 손바닥 위에서 좌지우지했다는 정황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주권자를 위해 행해져야 했을 결정과 정책의 시행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대체 이 나라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나라인가"라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이어 "권력을 개인에게 양도한 정권과 대통령은 그들을 지지하던 수많은 국민들의 염원을 짓밟아버렸고 국가의 근간인 헌법을 유린했다"며 "국가의 주인을 속이고 근간을 뒤흔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북대 총장 임용 사태와 관련해 "우리 경북대학교도 거짓 정권의 마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며 지난 2년 동안 우리 학생들은 총장임용거부사태 투쟁에 나서며 외쳤지만 우리 대학을 분열시키고 황폐하게 밟아놓은 정권의 민낯이 완전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더 이상 민주공화국이 아닌 '신성국가'가 되어버렸다"며 "경북대학교가 지켜온 가치, 선배들이 이 땅에서 피로 얻어낸 정의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민의 믿음을 철저히 배신한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라"고 촉구하고 "국민에게 빌린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한 거짓 권력층과 그의 곁에서 개인의 영달을 추구한 이들을 명명백백히 가려내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박상연 총학생회장은 "누가 임명했을지도 모를 총장을 인정하지 못하겠다, 국정농단을 한 대통령은 하야하라"며 "대학의 자율성을 지키고 우리의 주권을 되찾을 때까지 단식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도 나섰다. 경북대 북문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철학과의 한 학생은 "여기 학생이 있다. 긴 침묵을 깨부수고 불의를 걷어내자. 박근혜 하야"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영남대도 대자보 나붙고 시국선언 예정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영남대학교에서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대자보가 나붙고, 오는 31일 시국선언을 발표할 예정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동참할 학생들을 모집하고 나섰다.
영남대 '인권네트워크 사람들' 이름으로 학생식당 게시판 등에 나붙은 대자보는 "우리는 모두 보았다. 당신들이 모두 최순실이다"며 "국민들은 더 이상 당신들의 더러운 굿판에 제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박근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그 어떤 정당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하야하라,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다"고 하야를 촉구했다. 이어 "당신의 껍데기를 쓰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침탈하고 있는 당신의 굿판무리들도 함께 하야하라"고 요구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한 학생은 "다른 대학교는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등 학우들의 뜻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데 반해 영남대 총학생회는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남대 총학생회가 지난 2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최순실 게이트 논란을 집중수사하기 위해 구성된 검찰의 특별수사본부를 통해 국정 농단 의혹을 성역 없이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하여 국민들에게 진상을 밝혀주길 바란다"는 내용을 두고 한 말이다.
대구교대도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 위해 학생들의 의견수렴에 나섰다. 대구교대는 다음주 초 기자회견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담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대구교대 휴학생 중 한명도 28일 학내에 대자보를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8일 오후 7시 대구시국촛불집회를 갖고 민중총궐기 성사, 철도파업지지, 박근혜 퇴진 등을 외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