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관계를 문제 삼으며 "정국 수습 책임자로 적합하지 않다"고 일침을 놨다. 여야 협의 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 개각 발표라는 '절차적 문제' 외에도 현 정국의 원인 중 하나인 우병우 전 수석이 이번 개각에 관여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된 셈이다.
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김 내정자는 우병우 전 수석의 장인인 고 이상달 회장의 5주기 추도식에 참여하여 추모사를 했다"라면서 당시 추도식을 보도한 2013년 7월 10일자 <고령신문> 내용을 소개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추모사에서 "2003년 당시 서슬 퍼렇던 정권 초기 민원조사 과정에서 부당하다며 비서관에게 호통을 치던 회장님의 기개를 잊을 수 없다"면서 "이는 청렴결백하고 투명한 경영의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항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챙기셨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김 내정자가 얘기한 '2003년'이면 참여정부 출범 초기로 부정부패 척결과 정의 수립을 위해 정권 차원의 노력을 기울일 때"라면서 "따라서 김 내정자의 추모사는 참여정부 활동을 부정하여 고 이상달 회장의 청렴결백을 주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김 내정자를 부정하면 노무현 정부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주장과 달리, 김 내정자 스스로 참여정부를 부정하고 나섰다는 얘기다. 특히 김 내정자는 2003년 당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으로 일하고도 있었다.
또한 박 의원은 "고 이상달 회장은 1993년 5월께부터 기흥골프장 운영권 양도비리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이인섭 전 경찰청장과 옥기진 전 치안감 등 전직 경찰 수뇌부 5명이 이상달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라면서 "이 회장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검찰이 지병이 악화돼 수감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이 사건 주임검사는 정홍원 전 총리였고 사위인 우병우 전 수석은 창원지검 밀양지청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 회장은 배임 및 뇌물공여죄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우병우 전 수석이 뒤에서 영향력 행사하며 조정하는 것 아닌가"김 내정자가 사실 관계에도 맞지 않는 추도사를 했다고 꼬집은 것이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현재 우 전 수석은 형식적으로 사라진 것이고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 내정자는 우 전 수석의 장인과 동향(경북 고령) 출신으로 향우회에서 잘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김 내정자를 선택한 이면에 우병우 전 수석이 있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김병준 내정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 전 수석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우병우 전 수석은 모르고 그의 장인인 이상달 회장은 고향인 경북 고령 향우회 회장이라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러운 '혼용무도(昏庸無道)'의 정국"이라며 "차기 총리는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혼용무도의 상황을 초래한 사람들과 관련 없는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김 내정자가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당시 재벌개혁 금산분리법 반대론자였다'는 점도 부적합 사유 중 하나로 제기했다. 박 의원은 "(김 내정자는) 당시 국회에서 금산분리법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의원들을 찾아 다녔다"면서 "지금 경제불평등을 해소해야 할 현 상황에도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