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철도 2호선(아래 인천2호선)이 또 멈췄다. 인천2호선은 2일 오후 2시 23분께 선로전환기 이상으로 전 구간 열차 운행이 두 시간 넘게 중단됐다.
사고 발생 후 인천교통공사(아래 공사)는 긴급 복구인력을 투입해 오후 2시 45분 무렵 일부 구간을 운행했고, 4시 25분부터 전 구간 운행을 다시 시작했다.
공사는 2일 오후 1시 46분께 서부여성회관역 인근 선로전환기에서 장애가 발생하자 무인 자동 운행하는 열차를 수동운전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복구 작업 지연으로 후속열차 운행이 연달아 지연되자, 전 구간 운행을 중단했다.
공사는 응급처치와 복구 작업을 마쳤지만 사고 원인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사 관계자는 "자세한 사고 원인은 응급복구 후 조사단을 파견해 조사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로전환기는 열차의 진행 방향을 바꿔주는 장치다. 열차가 본궤도에서 정상적으로 운행한다면 선로를 바꿀 필요가 없으나, 운행 중 이상이 발생했을 때 관제소에서 제어해 선로를 바꾼다. 즉, 선로를 왜 바꾸려 했고, 그 뒤 선로전환기에서 발생한 장애는 무엇인지를 밝히는 게 관건이다.
무인운행열차 멈춘 '타임아웃'만 무려 97건인천2호선 개통 후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불안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30일 개통한 후 타임아웃(열차와 관제소 간 통신 두절)·단전·출력장애·신호이상 등의 장애로 열차 운행이 자주 중단됐고, 탈선사고까지 발생했다. 이번에 발생한 사고까지 포함하면 큰 사고만 13건에 이르고, 타임아웃으로 열차가 멈추고 수동으로 운전한 사례는 무려 97건에 달한다.
개통 첫날에만 운행이 여섯 차례 중단됐고, 지난 8월 3일에는 출입문이 열리지 않는 사고가 발생해 역시 운행이 중단됐다. 또 같은 달 5일에는 연락 송수관 파열로 전차선로 지락사고(=본체와 대지 간 또는 구조물 간 절연 사고)가 발생해 승객이 급히 하차했다.
특히, 지난 8월 7일 밤 남동구 운연차량기지에서는 탈선사고가 발생했는데, 공사가 이를 은폐하고 훈련으로 조작해 파문이 컸다. 탈선사고 은폐와 조작으로 인천시가 공사 임원 2명을 해임하고, 조작에 직접 개입한 임원과 직원 3명을 경찰에 고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8월 10일 오전에는 독정역에서 유모차 바퀴가 승강장과 출입문 사이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해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그 뒤에도 사고는 지속됐다. 공사가 인천2호선 탈선사고 은폐·조작 사건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쇄신을 약속한 지난달 12일, 열차가 또다시 멈췄다. 이 여파로 2호선 대부분의 열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개통 전 '아무 문제없다'더니 사고 끊이지 않아
시와 공사는 개통 전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인천2호선은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공사와 인천도시철도본부는 인천2호선 개통 승인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종합시험운행 결과보고서'에 시설물(선로·전력·신호·관제) 검증시험 항목 28개와 영업시운전 항목 40개를 모두 '적합'으로 평가해 보고했다.
공사와 인천도시철도본부는 항목 68개 가운데 교량 성능시험 등 3개 항목만 외부에 용역을 맡겨 검증했고, 나머지 65개 항목은 자체 검증했다.
공사는 교통안전공단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22일까지 27일간 시설물 검증시험을 하고, 6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40일간 영업시운전을 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인천2호선 모든 분야에서 운행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고는 지속됐고, 결국 공사가 지난 8월 8일부터 11일까지 '외부 전문가 합동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관제 7건·신호 5건·통신 5건·궤도 4건·차량 4건·전기 2건·소방 2건 등, 모두 29건에 달하는 문제점을 안고 개통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인천2호선은 무인운전시스템을 도입한 타 지역 전철에 비해 시운전 기간이 매우 짧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해경전철 135일, 대구3호선 80일, 용인경전철 90일 등, 다른 무인 경전철과 비교했을 때 인천2호선의 67일은 매우 짧은 것이다.
공사노동조합과 '안전한 인천2호선 개통을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아래 인천2호선대책위)'는 "67일간 시운전하면서 일주시험(노선의 기점과 종점을 왕복하는 시험)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며 "시와 공사가 개통을 서둘렀다"고 비판했다.
이번 장시간 운행 중단 사고 또한 개통 전 이미 우려했던 사고였다는 지적이 많다. 선로전환기는 열차 운행 이상 시 선로를 변경하는 장치인데, 인천2호선 선로전환기는 3궤조(양쪽 철로와 전력공급선) 아래에 설치돼있다.
이로 인해 선로전환기에 이상이 생겨 정비하거나 교체해야할 때 3궤조를 걷어내고 공사를 해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공 당시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반영되지 않았고, 공사는 이번에 선로전환기 장애를 응급 복구하는 데 무려 2시간 이상을 보냈다.
공사, '인천지하철 안전위원회' 구성 수용하기로한편, 이번 사고로 공사 내 '안전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에 힘이 더욱 실릴 전망이다.
인천2호선대책위는 개통 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고, 공사가 탈선사고마저 은폐하자 시에 '인천지하철 안전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안전위원회를 구성해 인천2호선의 총체적인 안전점검을 투명하게 진행하자는 것이다.
인천2호선대책위가 요구했을 때 공사는 부정적 입장이었으나, 최근 구성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대신 공사는 내부 임원과 외부 기술전문가로 구성한 안전관리체계위원회에 시민사회단체가 결합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인천2호선대책위와 공사는 안전위원회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